경복궁 근정전 향로, 60년 만에 '용 뚜껑' 되찾았다
24일부터 공개…왕실의 온전한 미학 되살려

조선 왕실의 권위가 집결된 경복궁 근정전. 그 너른 앞마당 양옆에는 세 개의 발을 딛고 선 거대한 향로 두 점이 위용을 자랑한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온전한 형태는 아니었다. 향 연기가 뿜어져 나와야 할 '용 형상'의 뚜껑이 사라진 채, 뻥 뚫린 몸체만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훼손된 왕실의 자존심이 60여 년 만에 비로소 제 모습을 되찾았다. 경복궁관리소는 유실됐던 뚜껑 두 점을 재현해 24일부터 온전한 형태의 향로를 국민에게 상시 공개한다고 23일 밝혔다.
향로에는 조선 역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1457년 세조 때 주조돼 광화문 서쪽을 지키던 대종(大鐘)을 녹여 만들었다. 조상의 혼이 담긴 쇳물로 새로운 시대의 권위를 주조해냈다. 국가 의례가 열릴 때마다 연기는 근정전을 신성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관리가 소홀해진 탓인지 뚜껑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당시 촬영된 흑백 사진에서도 이미 보이지 않거나 위태롭게 놓인 모습이 포착된다. 1961년과 1962년 사이, 두 점 모두 자취를 감춰 향로는 몸체만 남은 불완전한 유물이 됐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던 뚜껑은 국가무형유산 장인의 손끝에서 되살아났다. 원광식 주철장 보유자와 원천수 이수자가 자문단의 고증을 거쳐 제작을 맡았다. 국보인 근정전의 품격에 누가 되지 않도록 섬세한 용의 비늘 하나까지 철저히 되살려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단순히 뚜껑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단절됐던 조선 후기 금속 공예의 맥을 다시 이었다"고 말했다.
근정전에서 향로 뚜껑은 단순한 덮개가 아니다.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기개를 빌려 왕조의 영속성을 기원하는 상징물이다. 이제 관람객은 뻥 뚫린 구멍 대신, 당당하게 고개를 든 용의 머리를 마주하며 왕실의 온전한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광복 이후 오랜 시간 비어 있던 자리를 채우는 것은 우리 문화유산의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경복궁의 본모습을 회복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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