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에 신중년의 미래를 열 열쇠가 있다

조창완 2025. 12. 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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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약재, 미래형 신중년 주거단지, 힐링 문화 특화 등의 최적지

[조창완 기자]

일반적인 인식 속에서 충남 청양은 멀다. 1979년 발표되고 1989년 주병선에 의해 다시 유행한 트로트 '칠갑산'으로 각인된 청양군은, 깊은 산골 마을에서 콩밭 매는 노인들이 있을 것 같은 곳이다. 하지만 서해 물류 거점인 평택항에서 50분이면 도착하고, 수도권의 관문인 일직JC에서도 1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다.

충남 내륙에 위치한 청양군이 사통팔달의 거점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2024년 12월 개통한 '익산평택고속도로'의 평택-부여 구간 덕분이다. 이 도로와 더불어 공주-서천 고속도로가 칠갑산의 좌우로 청양군을 연결하면서 청양군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 서부내륙고속도로(평택익산)로 사통팔달이 된 청양군 서부내륙고속도로(평택익산)의 개통에 따라 청양군은 익산평택, 공주서천, 당진대전 고속도로의 중심부에 들어갔다
ⓒ 청양군청
최근 필자는 다른 분야 전문가 두 분과 함께 청양군의 신임 투자유치 자문관으로 위촉됐다. 필자가 이 요청에 응한 것은 청양군이 평소 고민하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0년부터 중국 전문가로 활동해 왔는데, 청양군이 대중국 전초기지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필자가 대중국 미래 산업으로 꼽는 하이엔드 약재 산업이나 식품 산업의 거점으로 최적이라 생각된다. 또한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치유 및 힐링 단지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칠갑산의 자연자원과 30분 거리인 보령시의 해양자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직에서 은퇴하는 신중년들을 위한 주거단지를 조성하기에도 최적지라고 본다. 이 글에선 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점검해 본다.
▲ 25년 11월에 오픈한 칠갑타워 25년 11월에 오픈한 칠갑타워는 개장 한달 만에 청양군 인구에 해당하는 3만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 청양군청
1시간 거리 평택 산단은 평당 300만 원 호가, 청양군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2010년 무렵부터 "한반도의 블루오션은 관광과 농업"이라고 말했다. 1989년 텐안먼 사건으로 모두가 중국에서 물러날 때 오히려 중국에 투자했던 그가 농업을 내세운 것은 한국 농업자원의 잠재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인삼이나 은행나무를 같은 종자로 심어도 결과물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한국산은 사포닌(진세노사이드)이나 징코민 추출량에서 중국산과 확연한 격차를 보이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더욱이 농토가 오염된 중국과 달리 한국은 친환경 농토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한국 구기자와 맥문동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청양군의 가치는 남다르다.

필자는 지난 12월 4일 청양군 읍내에 있는 '칠갑산 약초시장'을 방문했다. 상가의 절반 정도만 운영 중이어서 별다른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청양구기자농협의 '구기자 홍보 판매장'이 성업 중이었다. 제품 중에는 '대통령 선물용으로 청와대에 납품된 대한민국 명차'라는 구기자차가 눈에 띄었다. 2006년 추석 선물로 1만 개가 납품되고, 2007년 10월에는 남북정상회담 선물로 선정되어 북측에 전달됐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 청양약초시장의 구기자 소개와 대표상품 청양약초시장의 구기자 소개. 구기자는 인삼, 하수오와 더불어 보약으로 꼽히는 약재다. 아래는 청와대에 납품된 청양구기자차
ⓒ 조창완
청양 약초 산업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약초상가에 자리한 청양군농업기술센터 서부지소 최재한 농촌지도사를 만나 상황을 들어보았다. 구기자의 경우 현재도 국내 생산의 70%를 차지할 만큼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았다. 구기자 가격은 중국산보다 3배나 비싼 근당 4만 2000원이고, 맥문동은 4만 6000원에서 15만 원에 판매되지만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 지도사는 "구기자는 300여 농가, 맥문동은 20여 농가가 재배하는데, 농민들의 평균 연령이 69.3세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새로운 층이 유입되지 않으면 청양의 약초 산업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구기자는 8월부터 11월까지 수확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말려야 하며, 맥문동은 뿌리를 캐서 세척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전체 일의 80%를 차지할 만큼 고되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에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기계나 로봇의 도움을 받는다면 기존과 같은 고강도 노동력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가장 큰 불안 요소는 판로다. 고품질 친환경 하이엔드 한약재의 주요 판매처는 중국이다. 하지만 단순 수확물을 파는 구조는 불안정하다. 이를 해결할 확실한 방법은 '동인당(통런탕)'이나 '운남백약(윈난바이야오)' 같은 중국 제약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다. 이들이 초기 투자부터 참여해 역할을 분담한다면 한국은 생산과 기초 가공을 맡아 중요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역할 분담에 적극적인 지자체는 거의 없다. 필자는 투자유치 자문관으로서 수요처가 될 수 있는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도 한국을 찾는 유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은 홍삼 계열 제품이다. 하지만 홍삼은 이미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장기적인 산업 다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칠갑산 등 우수한 약재 생산 기반을 가진 지역들도 이를 지역 산업으로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 청양군은 평택항이나 인천공항 등 물류망 연결이 좋은 만큼 관련 사업을 키울 기반이 충분하다. 또한 평택항 인근 산업 용지가 평당 300만 원을 호가하는 반면, 청양군 정산2농공단지나 신규 조성 중인 단지들은 평당 80만 원 정도면 분양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미래형 신중년 주거단지의 최적지

약재 재배와 관리에 있어 인구 문제는 절대적이다. 청양군의 면적은 479.10㎢로 서울의 80%에 달하지만, 인구는 3만 명에 미치지 못한다. 1960년 10만 1306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어든 결과다. 평택-익산 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인구 감소세를 저지할 기회를 맞았지만, 고령화 문제는 심각하다. 청양군의 고령화 지수는 4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바로 '미래형 신중년 주거단지'의 시범 조성이다. 이는 LH가 추진해 온 '커뮤니티 케어'의 실질적인 구현 방안이 될 수 있다. LH는 2010년 이후 '한국형 은퇴자 주거 복합단지' 등을 구상해 왔으나 뚜렷한 실현 모델을 찾지 못했다. 이 모델은 150가구 정도의 공동체를 구성해 일, 주거, 복지, 의료를 자체 해결함으로써 거주자가 요양시설에 가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식이다. 노년층 의료비와 복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미래 전략이다.

특히 일본 도치기현 나스마을의 사례처럼 폐교를 활용한 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충남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청양에는 장평중학교(19,427㎡) 등이 등록되어 있으며, 온남초·화산초·문성초 등도 이미 폐교된 상태다. 이러한 폐교는 카페나 캠핑장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향우나 도시 거주자들을 위한 주거단지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공동생활 시설로 만들고, 운동장 부지에 입주자 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단지 내에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을 위한 시설을 함께 두면, 60대 전후 입주자의 20%는 관리 및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50% 정도는 약초 재배 등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부부 기준으로 월 60만 원 정도면 식비 등 기본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규 입주자가 건축비 상당액을 20년 치 선임대료로 지급하면 운영 주체의 부담도 줄어든다. 정부나 지자체는 공동시설과 농업 기반 조성에 집중 투자하면 된다.

최근 제주도는 30년 전 폐교된 대정 무릉중학교 등을 대상으로 '공공주택 공급 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약 191억 원을 투입해 30가구 규모의 주택을 짓는 이 사업은 앞서 언급한 나스마을 모델과 유사하다. 청양군은 수도권에서 1시간대 거리라는 이점과 칠갑산의 산림 자원, 30분 거리의 대천해수욕장 등 해양 자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최적지다. 부족한 의료 자원은 지역 보건소와 세종충남대병원을 연계하고,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한 상시 관리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힐링 문화 특화의 다양한 아이템 실현 가능

지역 인구가 늘지 않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즐길 수 있는 문화 체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젊은 층이 지역을 떠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다. 하지만 최근 청양에는 이러한 흐름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필자는 지난 20일 청양군 정산면에 위치한 '벨이태리'를 방문해 김성준 대표를 만났다. 100년 전 담배공장 창고를 개조해 만든 이곳은 카페와 전시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 벨이태리 전시작품과 외관 벨이태리 전시작품과 외관
ⓒ 조창완
김성준 대표는 1992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10년 만에 귀국한 뒤로도 꾸준히 이탈리아와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청양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의 톨렌티노시를 청양에 재현하고 싶어 한다. 2년 전부터 아내와 카페를 운영하며 전시기획자로서의 재능을 지역에 환원하고 있다. 이탈리아 유리공예의 거장 고(故) 피노 시뇨레토(Pino Signoretto)를 한국에 소개하는 한편, 유리공예를 힐링 교육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델을 구축 중이다.
김 대표는 "유리 모자이크 기법은 마음 치유뿐 아니라 작품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도 가능해 지역의 새로운 일거리가 될 수 있다"며, "안전성이 담보된 재료를 찾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벨이태리를 통해 전시와 치유가 공존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 1969년생인 우리 신중년 세대가 더 의미 있는 인생 후반전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신중년들이 생활비 비싼 서울에 머물기보다 지역에서 문화를 일구며 자부심을 갖는다면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 유리를 통한 힐링 치유를 설명하는 벨이태리 김성준 대표 유리를 통한 힐링 치유를 설명하는 벨이태리 김성준 대표
ⓒ 조창완
칠갑산은 그 자체로 훌륭한 등산 자원이며, 지난 11월 15일 개장한 '칠갑타워'는 한 달 만에 청양군 인구에 맞먹는 3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국보 2점을 보유한 장곡사 등의 불교 문화와 면암 최익현 선생의 유교 문화 유산도 풍부하다.

이러한 자산들을 관광, 산업, 투자 유치와 전략적으로 연결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수도권은 물론 세종, 충청권과 1시간대 거리에 있는 청양군은 신중년의 미래를 열어갈 다양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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