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인 줄 알았던 '대홍수', 영화의 진짜 메시지
[장혜령 기자]
|
|
| ▲ 영화 <대홍수> 스틸컷 |
|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를 '재난' 영화라고 착각했다면 크게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이란 카피 때문일까. 쓰나미로 초토화된 <해운대>를 떠올렸거나, 아파트가 무너진 후 인간 군상이 발현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상상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영화를 기다렸던 시청자는 '속았다'는 반응이 두드러진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일단 재난 SF 블록버스터라는 장르를 앞세워 포스터부터 재난물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까닭이다. 호불호 반응은 대부분 이렇다. 시작한 지 30여 분부터 달라지는 분위기에 당황했다는 의견이다. 겉 포장지의 재난은 거들 뿐 진짜 속내는 감성 SF 장르였기 때문이다. 타임 루프에 갇혀 벗어날 수 없다는 발상은 <트라이앵글> <엣지 오브 트로모우>가 오버랩되며, 자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은 <인터스텔라>의 부성과 닮았다. 여러 영화의 기시감이 <대홍수>에서 풍겼다.
|
|
| ▲ 영화 <대홍수> 스틸컷 |
| ⓒ 넷플릭스 |
러닝타임의 전반부는 혜성 충돌로 남극 빙하가 녹아 물이 차오르는 상황 속 30층 아파트의 옥상으로 대피해야 하는 설정을 다룬다. 이후에는 모자 설정을 맡은 한국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를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마지막 요소는 '마음' 즉, 감정이었고 완벽한 아이가 탄생해 실험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다만 엄마는 아직 실험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라 안나는 스스로 실험체를 자처했다. 후반부는 엄마가 아이를 찾는 수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설정이다.
안나가 입은 티셔츠는 시뮬레이션 반복 횟수이며, 실패를 거듭할수록 딥러닝 하는 AI처럼 정보를 취합해 성장해 나간다. 안나를 옥상까지 안내하는 인공지능 연구소의 인력 보안팀 희조(박해수)가 첫 만남에 기시감을 느낀다거나 아들 자인이 나는 왜 항상 6살이냐며 투정 부리는 장면으로 유추할 수 있다.
거듭된 실패의 원인은 실험체가 수동적으로 움직인 탓이었다. 안나는 수만 번의 실패 끝에 스스로 생각해 낸다. 제발 한 번만 그림을 봐달라며 애타던 자인의 호소를 떠올린다. 결국 이모션 엔진의 핵심은 인간의 자유의지인 셈이다. 이성에 따른 판단과 행동보다, 감성에 따라 움직이는 비이성적인 행동이 인류를 지탱하는 핵심임을 강조한다. 드디어 엄마의 이모션 엔진이 활성화되고 인류는 지구로 귀환한다.
|
|
| ▲ 영화 <대홍수> 스틸컷 |
| ⓒ 넷플릭스 |
모성이 AI 기술의 핵심이라는 설정은 그럴듯하다. 극단적 상황 속 희생(엄마)과 보호(아이)의 대상이 명확할뿐더러 극적 상황 연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자칫 모성을 강요하는 진부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모성을 통한 인류애가 신인류를 재건하는 핵심 키워드라 해석된다.
솔직히 필자는 나쁘지 않게 봤다. 인류의 희망을 표방하는 SF적 이야기 구조를 받아들이고는 감정적 호소가 공감되었다. 그래서일까. 재난 영화의 공식과 기대를 비틀어 버린 게 반전이라면 반전 요소도 다가왔다. 다소 엉성하나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자꾸만 걸렸다. 안나가 느낀 마음의 대홍수는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의 멸망과 같다.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와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보안팀 용병, 종말 앞에 해맑은 아이의 삼각구도가 깨지지 않고 지탱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물'의 이미지는 거대한 파도와 쓰나미로 모든 것을 앗아갈 듯한 '수마'의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투명한 생명의 모습으로 다가와 인류 재건의 씨앗이다. 인간의 몸이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진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인간은 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원천이기도 하다. 흔들리는 감정의 원류,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지는 사랑의 모양처럼 말이다. 마음을 가진 AI가 인류의 미래가 되어 줄 거란 믿음은 먼 미래의 희망일까 재앙일까. 갑작스러운 상상력을 불러오는 영화였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오세훈 한강버스 1487억 지출하고 운영수입 104억
- 김건희 일가 양평고속도로 의혹, 미궁에 빠졌다
- 김민석 총리, '국정 세일즈맨'으로 광폭 행보
- 이 대통령의 짜증 유발한 인물... 일할 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 "동짓날 밤, '동지'가 됐다"...다시 모인 '남태령 시민들'
- "윤석열 비상계엄 유지, 조기에 꺾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
- "민주당 아닌 나랑 싸워" 장동혁 저격한 한동훈, "도토리" 외친 지지자들
- 대전·충남 통합에 촉각, 부산·경남도 여론조사 진행
- 79년 만의 명예회복... 이관술 '정판사 위폐 사건' 무죄 선고
- '통일교 특검' 성사될까? 국힘 압박에 민주 "여야 모두 특검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