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카톡은 1년째 여행 중", 아내·두 아들 잃은 유족 편지에 오열한 시민들
[소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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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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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두 아들을 먼저 보낸 유가족의 절절한 편지에 푸른색 조끼를 입고 "진상규명"이 적힌 모자를 쓴 다른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 오열했다. 함께 자리한 노란 점퍼를 입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보라색 목도리를 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에 모여 진상규명, 독립적 사고조사위원회 즉각 설립,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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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이 "책임을 규명하라!"가 적힌 피켓을 움켜쥔 채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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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측과 추모대회를 함께 주최한 국토교통부를 대표해 강희업 차관과 방현하 피해자지원단장이 현장에 자리했으며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박석운 사회대개혁위원장 등도 추모대회를 찾았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대회 무대에 올라 "저는 이번 참사로 아버지 김덕원, 어머니 정선숙, 남동생 김강헌을 잃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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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대회 참석자들이 고인들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
| ⓒ 소중한 |
"(항철위가 개최하려다 철회한) 공청회에서 유가족들에게 허락됐던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참석 유가족을 20명으로 제한하라. 유가족은 직접 발언하지 말라. 유가족이 지정한 전문가만 발언할 수 있다. 그 전문가 명단을 5일 안에 제출하라. 이것이 과연 179명의 희생 앞에 서 있는 국가 조사기구의 태도입니까. (공청회는) 정부와 조사기구가 이미 정해놓은 결론을 1주기 이전에 포장해 발표하려는 시도였으며 유가족에게 '조용히 받아들이라'는 통보였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깎고 노숙하며 시민사회와 사생결단의 자세로 막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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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추모대회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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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금은 우리가 그 참사의 피해자이지만 당장 내일, 아니면 몇 개월 뒤에 그 당사자가 여러분이 될 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반드시 국가가 지킨다는 말씀을 실행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진상규명 투쟁을 이어가는 참사 유가족들이 참 많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도 지금 이 순간에도 싸우고 있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매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 말하지만 참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책임자를 명확히 밝혀 처벌해야 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확실히 시행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더해 "참사 후 유가족의 고통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태원 참사에 이어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향해서도 음모론이 퍼졌고 보상금을 노린다는 악의적인 비하와 지역 혐오 발언까지 난무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러한 2차 피해가 고정된 패턴이 되었다는 것"이라며 "(참사 1주기 구호인) '기억하라. 막을 수 있었다. 살릴 수 있었다. 밝힐 수 있었다.' 여러분의 관심과 연대가 유가족들에겐 가장 큰 힘이다. 함께 기억하고 질문하고 목소리를 내주실 때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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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이태원 등 다른 참사의 유가족들도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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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유가족 여러분께서 참사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견뎌온 것, 저도 잘 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끼셨을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러한 목소리를 정부는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겠다. 항철위를 (국토교통부에서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로 이관하는 법률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국토교통부 차원에서도 신속히 이관 작업이 되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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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업 국토교통부 차관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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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늘 추모대회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데 의자가 비어 있다. 정부 당국자 단 두 명이 나와 있다. 참담하기 그지없다"라며 "국가와 기업, 책임 있는 기관들은 책임 있는 행동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앞에 서야 하며 그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분명히 밝히는 모든 과정에 유가족 목소리를 중심에 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서울 추모대회에 이어 오는 27일 광주·전남 추모대회(오후 2시 5·18 민주광장), 29일 1주기 추모식(오전 10시 무안공항)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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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와 두 아들을 잃은 유가족 김영헌씨가 추모대회 무대에 올라 희생자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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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만약에'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만약에 내가 인도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너희들이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패키지 상품을 탔더라면. 만약에 유찬이가 가고 싶었던 다른 곳으로 갔었다면. 만약에 날짜를 하루만 더 늦췄다면. 너희들이 없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끝까지 생각했다. 만약에. 하지만 너희들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살아야 했다. 먼저 가버린 너희의 삶을 생각하면 너무나 원통하고, 그 비통한 마음은 갈수록 깊어진다. 내 아내 정희야. 아직도 너의 카톡 프로필은 태국 파타야에서 여행 중이다. 아이들의 엄마로, 어린이집 원장으로, 야간 대학원생으로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하면서도 늘 웃음을 앓지 않고 씩씩했던 예쁜 내 애인 정희. 사고 두 달 전,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둘이서만 인도를 여행했고, 그동안 힘들었던 점을 서로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우리 계획을 세웠지. 인생의 노년을 계획하며 '이제부터라도 더 잘해 줄 수 있는데, 이제부터 시작인데'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내가 너무나 미안했고 또 미안하다. 사랑하는 내 아들 예찬아. 어느덧 장성하여 아빠와 술잔을 부딪치며 세상을 이야기했었지. 아빠가 해외에 나가 근무하게 되면서 '아빠 없어도 엄마와 동생 잘 볼 수 있냐'는 말에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멋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던 내 아들 예찬이. 며칠 전 네 학교에서 1주기 추모식을 해 다녀왔다. 정성껏 준비해 준 교수님과 학교 관계자분들, 너희 친구들 보면서 '우리 아들 정말 잘 살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추모식이 끝나고 내려오는 길에 너무나 안타까워 한없이 울었다. 한없이 귀여운 막내 유찬아. 세상 고민 없이 사는 것 같던 네가 가끔 걱정이었는데 훈련소를 마치고 장애인 센터에서 공익근무하며 '스스로 일어나고 잘 생활한다. 우리 유찬이가 변했다'는 엄마의 말에 아빠는 역시 내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시기, 너무 짧은 너의 21년. 항상 아빠가 귀찮게 만지고 쓰다듬어도 귀찮아하지 않고 아빠를 가장 좋아해 준 우리 유찬이. 예찬아, 유찬아. 아빠는 아빠라는 말이 이토록 친근한 단어인지 이제야 알았다. 이제는 너희들에게 들을 수 없는 아빠라는 말. 아빠가 아빠답게 생활하고 너희들을 영원히 기억할게. 사랑하는 내 가족들. 나는 (참사 직후) 한국에 오는 비행기에서 생각했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유가족으로 살아가기에 너무 힘든 나라인데,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단순 교통사고로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원인은 너무나 명확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광주·전남 지역민이어서 우리 지역의 정치권이 나서줄 것을, 우리 지역 경찰의 수사를 믿었다. 하지만 결국 다른 참사와 다를 바 없이 가고 있다. 아빠는 결심했다. 우리 아이들이 알고 있는 아빠의 모습으로서 너희의 억울함을 밝히고 최선을 다하기로. 아빠답게 당당히, 때론 단순하게 목이 터져라 외치고 미친 듯이 너희의 억울함을 알릴 것이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가끔 지칠 때면 추모관에서 한없이 울고 다시 다짐한다. '무너지지 말자. 아빠답게 행동하자.' 우리 가족을 파괴한 주범, 내 아내의 인생 계획을 파괴한 주범, 내 아들들의 청춘과 삶을 파괴한 주범, 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아빠가 노력할게. 그때까지 멈추지 않고 달릴게. 다 끝나는 날 너희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최근 아무도 꿈속에 나오지 않아 많이 서운하다. 누구든 꿈속에 나와 응원 좀 해주라. 영원한 김정희의 남편이자 김예찬, 김유찬의 아빠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오늘도 너희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다짐한다. 2025년 12월 20일, 김정희의 남편, 김예찬 김유찬의 아빠 김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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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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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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