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나 [신율의 정치 읽기]

2025. 12. 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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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 사회에는 허위 정보, 즉 가짜 뉴스가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따라서 허위 정보의 근절 방안은 사회적 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과제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고 보급되던 시기를 되돌아보면, 당시에도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을 개선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당시 주류가 됐던 주장은, 이른바 ‘자정 기능’에 대한 신뢰였다. 자정 기능의 논리적 근거는 집단 이성에 대한 믿음이었다. 즉, 누군가 허위 정보를 유포하더라도, 그것이 거짓임을 증명할 수 있는 ‘다수의 이성’이 결국 허위 정보를 바로잡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자정 기능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허위 정보 문제는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사회적 쟁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정치 영역에서 허위 정보는 음모론으로 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유튜브나 SNS와 같은 뉴미디어 환경에서는 허위 정보에 기반한 음모론이 신속하게 전파돼,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정 기능에 의존하는 접근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을 입법화하려 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인데, 핵심 내용은 허위 조작 정보를 유포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 책임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째, ‘허위 조작 정보’의 개념 정의 자체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 법안에서 제시하는 ‘허위 조작 정보’란 ‘내용 전부나 일부가 허위거나 사실로 잘못 인식되도록 변형된 정보,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익을 침해하는 정보,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타인에게 해를 가할 의도로 생산하거나 사실을 왜곡한 정보’를 의미한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타인에게 해를 가할 의도’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규명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악의적 의도’는 본질적으로 주관적 영역에 속하므로, 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된다. 추상적 기준으로 처벌을 강행할 경우, 이는 과잉 규제에 해당하고, 그 결과 언론의 감시 기능은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명백한 악의(actual malice)를 가지고 허위 사실을 보도한 경우에만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언론이 ‘사실상의 악의’를 갖고 보도했는지를 입증할 책임이 원고 측에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원고가 언론의 ‘악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일부 허위 정보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해당 보도는 합법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원고의 입증 책임 때문에, 미국에서는 언론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드물다. 반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에는 악의를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내용의 전부나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잘못 인식되도록 변형된 정보’라는 규정도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이 문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통일교 로비 의혹’에서도 알 수 있다. 현재 통일교로부터 불법적 자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치인 중 이를 인정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특정 언론이 특정 정치인의 자금 수령 사실을 보도하면, 이는 해당 정치인을 음해할 목적으로 일부 또는 전부 허위인 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서 시작된다. 추후 수사나 재판을 통해 해당 기사가 사실로 판명되더라도, 해당 언론사나 기자는 법적 절차를 거치는 동안 이미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사후 구제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정치 분야에서 ‘허위 정보’의 판단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허위로 보이는 정보도 추후 사실로 밝혀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우리는 윤석열 정권 당시, 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부승찬 의원이 계엄 선포 훨씬 이전부터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언급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이들이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 다수는 이를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간주했다. 만일 당시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이 시행되고 있었다면, 대통령실이나 여권이 해당 주장을 문제 삼아 법적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은 ‘현실’이 됐다.

이처럼 정치 영역에서의 ‘허위 정보’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실로 밝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허위 정보’ 여부는 쉽게 판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추가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2021년에도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이 추진된 바 있는데, 당시에는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이들이 포함돼 있어, 언론의 감시 기능은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도 언론은 이들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 제기 가능성을 고려해, 기사 작성 시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언론계 전반은 반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진보적 언론 노조는, 민주당이 ‘묻지마 소송’을 각하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 조항을 신설하자 일정 부분 수용하는 태도로 전환했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점은 ‘묻지마 소송’의 판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결국 법원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법원 역시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재판 비용 등을 고려하면 언론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측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은 감시견으로서의 언론 기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큰데,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면 그런 우려는 더욱 커진다.

허위 정보를 가장 많이 유통하는 플랫폼은 유튜브다. 레거시 미디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아닌, 개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허위 정보 유통이 특히 빈번하다. 레거시 미디어의 경우, 게이트 키핑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허위 정보 유통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반면, 개인 유튜브의 경우 그러한 검증 기능이 전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무분별한 유튜브 채널의 난립을 방지하고 허위 정보 유포를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레거시 미디어를 유튜브와 동일하게 규제하려 들지 말고, 구분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여당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

2024년 12월 3일 밤, 과연 언론의 역할 없이, 비상계엄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까를 여권은 생각해야 한다. 위축되지 않은 언론이 결국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낸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0호 (2025.12.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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