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생중계 보고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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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업무보고가 불편하기로는 정치적 성향을 가릴 것 없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이자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개발 계획에 대해 "일종의 희망고문"이라는 질책을 받았다. 예산 조달 방안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이 대통령은 실무자를 찾았고, "정치적으로 비난받을 것 같으니 애매모호하게 있는 상태 아니냐"고 따끔하게 혼냈다.
신년 업무보고는 정부 각 부처가 내년에 펼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동시에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는 자리다. 기업에서도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기는데 하물며 국정을 책임진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막중한 자리를 기관장이 치밀한 준비 없이 나온다는 건 이 대통령 말대로 "도둑놈 심보"다. 고위공직자로서 누릴 수 있는 처우와 혜택은 당연시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태도 아닌가.
업무보고가 단지 '공무원 기강잡기' 의도였다면 공개 칭찬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민원 처리를 잘한 식약처 담당자에게 박수를 유도했고, '햇빛연금'을 만들어 인구 감소를 막은 신안군 국장에 대해서도 "다른 부처에서 데려다 쓰라"고 할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
생중계 업무보고의 긍정적 측면보다는 사소한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보수 언론도 불편해하는 부류다. 생중계가 불필요한 잡음을 키우고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데,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간 시민들 삶에 필요한 정책 사안은 외면하고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콘텐츠를 채워온 잘못된 관행이 업무보고 생중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 아닌가.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국정 현안을 보고 판단하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니 '재래식 언론'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반응은 불편함을 넘어 위기감에 가깝다. 업무보고 생중계를 "국정쇼" "공개적 모욕주기"라고 폄하하지만 속내는 정국의 관심이 대통령에게 쏠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다"는 대중의 관심에 이재명 정부 헐뜯기가 먹혀들 공간은 없다. 생중계 업무보고를 비판하면 할수록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귀닫고 눈감은 국민의힘의 퇴행적인 모습만 부각될 뿐이다.
정책 실시간 시청에 효능감 느끼는 국민 많아
대통령이 전 부처를 상대로 생중계로 업무보고를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가진 관료들을 상대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려면 사전에 몇 배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자는 "부처마다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업무보고 책자를 새벽까지 들여다보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이냐"고 하지만, 그렇게 꼼꼼히 국정을 챙기는 게 대통령의 임무다.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마당에 엉뚱한 말로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이나 공직자나 밤잠 안 자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이번 업무보고 생중계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각 부처의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의 실태와 허술한 입찰제도, 전세사기 피해 대책, 산업재해 인정, AI 이용 편의성 확대 등 실생활에 밀접한 사안을 실시간으로 직접 시청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장관과 기관장들을 향해 가감 없이 문제를 지적하고, 즉석에서 개선 방안이 마련되도록 한 모습도 일종의 '대리 만족'을 충족시켰다는 평이 나온다. 생중계 업무보고는 올해 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 내내, 아니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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