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직장 때려치고 농장 향했다, 2030이 '탈서울'하는 이유 [비크닉]
■ 뉴 로컬, 비 로컬
「 ‘지방 소멸 위기, 로컬 산업이 해결할 수 있을까?’ 지역 기반으로 시작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컬’ 브랜드가 나오는 요즘, 로컬은 지역 고유의 가치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는 미래의 라이프스타일 산업입니다. 비크닉은 이러한 잠재성에 주목, 지역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키워가는 브랜드·크리에이터·이벤트를 집중 조망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시리즈 ‘뉴 로컬, 비 로컬’를 통해 정부·지자체·기업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지역 활성화의 움직임도 담아냅니다.
」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다른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지역 자원을 활용해 로컬 창업이나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도 꾸준히 늘고 있죠. 올해 발표된 ‘2024년 귀농·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귀촌하는 청년 세대 비중이 역대 최고입니다. 귀촌 인구 중 30대가 23.4%로 가장 높았고, 20대 이하도 20.2%나 됩니다. 귀촌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1위가 직업(32%)을 꼽았답니다. 청년들이 직업을 찾아 지역으로 눈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11월 27~28일, 서울 연희동 일대에서 열린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이하 로파스)’에서 청년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300명 몰렸다…‘버티는’ 삶 아닌 ‘나다운’ 삶 찾는 2030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공통으로 ‘나다운 삶’에 대한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도시에 일자리는 많을지라도, 성장이 아닌 소모적인 삶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건데요. 끝없이 솟는 주거·생활비도 문제지만 비슷한 스펙의 청년들이 한곳에 몰리다 보니 과잉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또 드라마 ‘김부장’ 사례처럼 대기업 성공 신화도 점점 깨지고 있고요. 청년들은 이제 워라밸을 넘어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지역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어디서’ 아닌 ‘무엇을’...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도시의 인프라 없이 창업하기 어려웠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온라인 플랫폼과 원격 협업으로 지역에 머물면서도 충분히 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어요. 작은 규모로 시작하더라도 온라인 홍보, 유통의 체계화를 잘 활용하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죠. 충남 서산의 특산품인 감태를 가공해 전국 파인다이닝에 납품하는 감태숲, 강원도 고성의 수산물을 가공한 반려동물 식품으로 미국 수출까지 따낸 동해형씨, 품절 대란으로 유명세를 치른 춘천의 감자빵 등이 그런 사례입니다.
로망을 성공으로 만들기

로컬 비즈니스 클래스, 커리어 캠프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해야 ‘액션트랙’에 참가할 수 있고, 프로그램은 창업과 취업 두 축으로 이뤄집니다. 창업 부스팅은 ▶아이템 발굴 ▶온·오프라인 판로 이해 ▶CEO역량 강화 ▶시장 분석 및 스토리 개발 ▶사업계획서 컨설팅 등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전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현장 일 경험은 개항로로 유명한 마계인천, 감자유원지로 알려진 더루트컴퍼니처럼 성공한 로컬 기업에 가서 실전 역량을 키웁니다.

로파스는 연계전시로 웰컴센터연희에서 우수자 10인의 시제품을 소개하는 팝업도 열었는데요. 이 현장에서 브랜딩 전문가, 홈쇼핑 식품 MD, 대형마트 전략기획팀까지 참여해 브랜드와 제품에 현실적 조언을 들려줬어요. 구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게 ‘강하게 키운다’는 건데요. 청년들이 로컬 브랜드 성공 사례를 인지하고 선망하는 만큼, 실제 다양한 로컬 선배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돕는 겁니다. 업사이클 브랜드 ‘마이도이’로 대상을 받은 심현진(26)씨는 “청년 창업자의 경우 사업 계획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문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심사위원의 피드백이나 멘토링을 통해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로컬에서의 일과 정착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에서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는 더는 이들이 로컬 산업을 도시의 대안이 아닌 주체적인 선택지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로컬이 ‘나다운 삶’을 구체화할 수 있는 장이 되기까지, 제도는 물론 기술과 교육이 함께 뒷받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Interview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
「

-로파스가 올해 3주년을 맞았다. 그사이 청년의 로컬 산업에 변화가 있었다면.
“예전에는 청년들이 창업보다 수도권 취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본인의 아이덴티티가 강해지면서 취업보다 창업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지역에서 아직 발현되지 못한 잠재적 비즈니스 가치를 발견해 내는 것이 로컬 창업의 핵심이다. 게다가 요즘은 온라인으로 글로벌까지 진출할 수 있는 시대다. 지역에서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고 창업하면 훨씬 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고, 로파스는 이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 사례, 인턴십 연결 등 네트워킹을 통해 청년들이 실제로 내가 해볼 만한 일인지 아닌지 경험할 수 있게 돕는다.”
-로컬 브랜딩도 세대가 변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1세대 로컬브랜딩은 공간 기반으로 이뤄지는 경우들이 많았고, 이에 따라 F&B브랜드가 많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서비스나 제조기반의 소상공인 비즈니스 중 고객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주는 곳들이 주목받은 것이다. 지금 활약하는 2세대 로컬 브랜드는 보다 전략적이다. 시장 조사도 치밀하고 기획부터 성장, 투자 포인트를 짚고 글로벌 진출까지 노린다. 정책적으로 로컬 산업 틀이 마련되고 나서 나타난 변화인데, 일부분 로컬 씬에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사례들이 생겼다.”
-그럼 다음 세대는 어떨까.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2.5세대에는 관광 서비스가 붙어야 한다고 본다. 지역 인구는 지속해서 소멸하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내수 시장 가능성도 작아졌다. 지역 주민들에게 로컬 브랜드는 도움이 안 되는 사업일 수 있지만, 지역 단위로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구 144만명이 사는 대전에는 한해 1200만 명의 관광객이 성심당 때문에 방문한다. 지금 로컬 브랜드들은 라이프스타일 산업 측면에서는 기여하는 바가 크고, 잘하는 곳들이 관광까지 연결돼야 시너지를 낼 것이다.”
-앞으로 로컬 산업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K 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K 로컬’이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도 로컬 브랜드와 협업하는 데 열심이다. 문제는 수요가 많다 보니 로컬로 겉만 포장한 브랜드까지 소개되고 있다는 거다. 진정한 로컬 브랜드는 그 지역의 자원을 가지고 성장해야 하며, 성공했을 때 지역 사회에 좋은 소셜 임팩트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소진 기자 lee.soj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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