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도 논란, 못하면 질타… 생중계가 만든 공직자 ‘보고 포비아’

신준섭,양민철,김혜지 2025. 12. 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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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대통령 업무보고 생중계 이후 공직사회가 '보고 포비아(공포증)'를 호소하고 있다.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홍역을 치른 대표 사례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꼽힌다. 지난 11일 첫 업무보고 때 이 대통령의 콩 관련 질의에 답변을 잘했던 게 되레 논란의 씨앗이 됐다. 대통령실이 칭찬 사례로 꼽은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국장급)은 업무보고에서 '콩GPT'(콩+챗GPT)라는 별칭을 얻으며 업무보고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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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로 이슈된 ‘대통령 업무보고’
콩GPT 칭찬, 장관이 이후 수치 수정
석유公 답변 주저하자 ‘무능’ 낙인
전직 관료 “내밀한 보고 할 수 없어”
안규백(오른쪽 두 번째) 국방부 장관, 권오을(가운데)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지훈 기자


사상 첫 대통령 업무보고 생중계 이후 공직사회가 ‘보고 포비아(공포증)’를 호소하고 있다. 업무보고 도중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나 안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 모두 후폭풍이 일면서 보고를 앞둔 부처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홍역을 치른 대표 사례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꼽힌다. 지난 11일 첫 업무보고 때 이 대통령의 콩 관련 질의에 답변을 잘했던 게 되레 논란의 씨앗이 됐다. 대통령실이 칭찬 사례로 꼽은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국장급)은 업무보고에서 ‘콩GPT’(콩+챗GPT)라는 별칭을 얻으며 업무보고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후 공석인 차관으로 지명해 2계급 특진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정치권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변 정책관의 답변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올해 콩 예상 생산량이 8만3000t이라는 변 정책관의 답변과 달리 실제로는 16만~17만t이 생산될 전망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7일 SNS를 통해 “대통령께서 국내 콩 생산량을 물으셨지만 식량정책관은 가공식품에 국산 콩이 어느 정도 소비되는지를 물으신 걸로 이해하고 답변했다”고 올렸다. 유전자변형식품 관련 대답의 일부 오류도 송 장관이 바로잡았다. 업무보고 모범사례로 꼽힌 식량정책관에 대한 칭찬이 일주일 만에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대로 대통령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해 질타를 받은 경우도 있다. 지난 17일 산업통상부 업무보고에서는 한국석유공사가 ‘대왕고래’ 관련 경제성 질문에 혼쭐이 났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생산원가를 들어 경제성을 묻는 이 대통령 질문에 사장직무대행인 최문규 석유공사 부사장이 “변수가 많다”며 말끝을 흐린 게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변수가 많아 사업성과 개발 가치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려 했느냐”고 비판했다. 석유공사 측은 18일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성 검토를 진행했고 관련 자료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중계에서 답변을 못해 기관 전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는 낙인이 찍힌 뒤였다.

장외 난타전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외화 반출 문제로 이 대통령에게 꾸지람을 들었던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SNS와 기자회견으로 반박에 재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앞선 업무보고를 지켜본 공직사회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아직 보고 전인 한 부처 공무원은 “적당히 질타도 칭찬도 안 받는 게 제일 좋을 거 같다는 생각들이 높다”고 전했다. 전직 관료들 사이에선 생중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생방송으로 하는 게 맞는가 싶다”며 “이렇게 되면 내밀한 보고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긴다. 결국 또 한 번 보고를 하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양민철 김혜지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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