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역대 대통령 초상에 조롱·비난…본인에겐 찬사

이가현 2025. 12. 1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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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역대 최악의 대통령”
오바마 “역사상 가장 분열적 정치인”
트럼프 본인은 자화자찬 일색
17일(현지시간) 콜로네이드에 조성된 '대통령 명예의 거리(Presidential Walk of Fame)’에 서명 문구가 새로 추가된 안내판이 부착된 초상화들이 보이고 있다. 두 차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 사이로 전임 바이든 대통령의 초상이 아닌 자동 서명기 사진이 부착돼 있다.AP연합뉴스


지난 9월 백악관에 조성된 ‘대통령 명예의 거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을 직접 평가한 추가 설명판이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졸린 조(Sleepy Joe)’라고 매번 조롱해왔는데, 이번에도 같은 표현을 쓰면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었다”고 맹비난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 서쪽 별관(웨스트윙)과 관저로 이어지는 콜로네이드에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 아래에 트럼프 대통령이 쓴 설명문이 설치됐다. 유일하게 바이든 대통령만 초상이 아닌 오토펜(자동 서명기)을 촬영한 사진이 붙어있는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겉보기에는 역사 유적지에 설치된 공식 안내 표지판과 다르지 않은 모양이며 청동빛 장식 테두리에 금색 활자로 써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에서나 볼 법한 문체로 작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과장된 표현과 들쭉날쭉한 대문자 사용 등 트럼프 특유의 문체와 화법이 곳곳에 드러나있다고 평가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최근 전임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 역시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은 한층 더 극단으로 끌어올렸다. 자동서명기 사진 밑에 부착된 설명판에는 “‘졸린 조(Sleepy Joe)’이자 미국 역사상 단연 최악의 대통령”으로 바이든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이어 “그가 미국을 파멸 직전까지 몰아갔다”고 썼다. 또 역사상 가장 부패한 선거를 통해 승리했다는 허위 주장과 전례 없는 수준으로 자동서명기를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불리는 이름인 버락 오바마가 아닌 중간 이름을 넣어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곤하는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조직가, 일리노이주 출신 1선 상원의원, 그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분열적인 대통령”이라고 묘사했다. 또 오마바 케어에 대해서도 “매우 비효율적인 감당할 수 없는 의료법”이라고 비판했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사진 아래에 놓인 명판에는 미 국토안보부 창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하면서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는 비판 문구가 담겨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다룬 설명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전하기 훨씬 전부터 레이건은 젊은 시절 트럼프의 팬이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두 차례 대통령직을 지낸 트럼프는 두 개의 공간을 차지한다. 두 설명판 모두 찬사와 최상급 표현으로 가득차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한다. 2016년 선거인단 결과를 “압승”이라고 평가하며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마무리 된다.

공화당 소속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은 NBC뉴스에 이 설명판들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머코스키 의원은 “이들은 전국의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돼 봉사한 인물들이다. 내가 그들을 지지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각자의 기여나 기여 부족을 재정의하려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AP는 트럼프가 전임 대통령을 대하는 관례를 무시한 채 백악관을 자신의 이미지대로 재구성하려는 최근의 행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미국 역사가 어떻게 서술돼야 하는지를 재편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다시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도 했다. WP는 애초에 일종의 조롱으로 기획된 전시를 한층 더 극명하게 그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에 추가로 설치된 설명판에 대해 “각 대통령의 유산을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역사의 학생’으로 여길 만큼 역사에 관심이 깊으며, 설명판 문구 상당수를 직접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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