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두 잔은 약" 착각이었다…송년회에 날아든 경고

직장인 정모(40)씨는 와인을 한 번에 한두잔씩 즐겨 마신다. 소주·양주 등 도수가 높은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지만, 와인 약속을 꾸준히 잡고 집에서도 혼자 마시곤 한다. 그는 "조금 마시면 별로 취하지도 않는다. 잦은 폭음만 피하면 큰 문제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하루 와인 한 잔은 건강에 좋지 않냐'는 식의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선 '약주'로 통용되는 술과 건강에 대한 오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성인 대부분이 술을 조금만 마시면 괜찮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2572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30.1%)은 "한두 잔의 술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한두잔은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35.8%)는 응답을 합치면 3명 중 2명은 소량 음주에 허용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음주 행태는 이와 거리가 있었다. 술을 마신다는 응답자들에 한 번에 마시는 양을 물으니 1~2잔이란 응답자는 28.1%에 그쳤다. 반면 5잔 이상이란 비율이 절반 가까운 46%였다(7~9잔 16.1%, 5~6잔 15.8%, 10잔 이상 14.1%). 술에 관대한 자세가 음주량을 크게 키우는 셈이다.

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담배·석면 등과 마찬가지로 인체 내에서 각종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명확히 확인됐다는 의미다. 술을 입에 대는 것만으로 여러 건강 문제가 증폭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국내·외 연구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세계 질병부담 연구(GBD Study)에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한두잔 음주는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을 낮췄지만, 암을 비롯한 나머지 질환 위험도는 음주량에 따라 점차 늘어났다. 소량 음주의 효과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폐해가 이를 상쇄하고 넘어서는 셈이다. 이는 음주로 인한 질병 위험을 최소화하는 음주량은 '0'이라는 걸 보여준다.
또한 하루 2~3잔 이하의 소량 음주를 일주일에 5회 이상 이어가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46% 커진다는 연구 결과(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도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는 "최근 의학 연구들이 한두 잔도 안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방향으로 많이 나온다"면서 "한국은 반주 문화가 강한데다 안주를 잘 챙겨 먹는 편이라 비만 등 생활습관 관련 질병도 늘리는 경향이 큰데, 최대한 술을 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국립암센터는 최근 국민을 위한 음주 예방 가이드라인을 내고 "안전한 음주는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술로 인한 건강상 위험은 한 모금부터 곧바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주종과 상관없이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술의 발암성은 주종이 아니라 술에 들어있는 에탄올 양에 비례한다는 설명이다. 술을 적게 마시려면 "음주량을 줄이는 동시에, 음주 횟수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혜은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연말연시 음주 모임이 이어지면서 술 한두잔만 마셔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소량 음주는 괜찮다'는 생각 속에 음주운전 등 각종 사고도 늘어나는 만큼 절주·금주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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