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식의 시시각각] 그날 밤 김건희는

내란 특검의 180일간 수사 결과에 여당이 “뭘 했냐”고 발끈하는 이상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정작 더불어민주당은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를 임명한 당사자다. “미완의 수사이자 반쪽짜리 진상규명”(김병주 의원)이란 혹평까지 한다. 발주처 입장에서 기존에 없던 최장기 수사 기간에 초유의 별건수사, 플리바게닝 권한까지 줬더니 화끈한 결과가 없다고 때린다. 토사구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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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강경파, ‘김건희 면죄부’ 비판
내란특검, 계엄 당일 동석자도 조사
2차 특검, 정치수사 논란만 키울 것
」

여당의 비판을 요약하면 “김건희, 조희대 사법부, 국민의힘의 내란 가담 의혹에 면죄부를 줬다”다. 실제로 특검은 지난 15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12월 4일 0시30분,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0시50분 대법원 도착 시각까지 공개하면서 “대법원이 계엄 조치 사항을 준비하기 위한 간부회의를 개최한 정황이 없고, 계엄사의 연락관 파견 요청도 거부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통신 내역을 확인한 결과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과정에 “대법원 관계자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도 밝혔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한 추경호 의원 한 명을 제외하고 나경원·조지연 의원 등 피고발된 국민의힘 의원 10명을 조사했지만 “비상계엄에 협력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을 상대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려던 여권 내 동력은 상당히 힘이 빠지게 됐다.
민주당 강경파와 지지층은 특히 “김건희는 몰랐다”는 결론에 반발한다. 12·3 계엄의 목적은 “오로지 윤석열 개인의 권력 독점 및 유지”라며 계엄 동기에서 김 여사를 제외한 대목에서다. 당장 친여 유튜브에선 “부부싸움 한 번 했다는 게 면죄부의 근거냐”며 실망을 넘어 분노를 터뜨린다. ‘V0’ 김건희 여사가 남편의 계엄 계획에서 완전히 소외됐더라는 결론은 ‘권력 사유화의 정점’ ‘김·윤 공동정권’이란 그간 프레임과도 모순된다.
사실 특검이 김 여사 의혹 수사를 허술하게 한 건 아니다. 김 여사가 12월 3일 당일 오후 6시부터 3시간가량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고 한남동 관저로 귀가했으며, 남편의 대국민 담화를 TV로 보고 알았다는 사실을 성형외과 의사, 보좌한 행정관, 경호 인력 등 조사로 확인했다고 한다.

특히 그날 밤 김 여사가 2022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수행한 최측근 A씨와도 동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당일 오후 9시쯤 대통령의 중대 발표 소식에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문의를 받고는 내용 확인차 관저를 방문했다가 김 여사와 함께 윤 전 대통령 계엄 선포 장면을 시청했다고 한다. “미쳤냐. 나도 모르게 이런 짓을 하느냐”란 김 여사의 최초 반응을 목격한 장본인이다. 특검팀은 당일 김 여사의 행적 외에 통신 내역도 확인했지만, 윤 전 대통령 비서진들에게 소재를 확인하는 등의 계엄 사전 인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 외에도 계엄 이후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너 때문에 다 망쳤다. 내가 생각한 게 많았는데 계엄 선포로 모든 게 망가졌다”고 분노하면서 부부싸움을 벌여 이를 뜯어말렸다는 관저팀 직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이후 시작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계엄 주동 장군들과의 관저 만찬 등 계엄 모의 과정에서 김 여사는 한 번도 배석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수사 결과를 놓고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가 대통령실 인사에 개입하는 등 노골적으로 권력을 분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도적으로 견제하고 배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은 김 여사 ‘내란’ 면죄부를 이유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2차 특검’ ‘3차 특검’이든 하겠다는 태세다. 김건희 특검에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추가 수사 중인 건 아예 논외로 삼는다. ‘정치특검’ ‘정치재판부’ 논란은 둘째로 치고, 특검으로 언제까지 날을 지새울지 답답할 뿐이다.
정효식 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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