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힘으로 복직했으니, 다시 연대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윤충열 2025. 12. 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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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고, 오래, 함께!②]

2023년에서 2025년까지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부산·경남지역 해고노동자·인권활동가 건강돌봄지원사업은 총 424명에게 몸 검진, 치과진료, 심리 상담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2026년부터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지원 약정 기간이 종료되어 부산인권플랫폼파랑과 부산지역사회연대기금 <만원의 연대>가 공동모금을 통해 우리 모두의 힘으로 이 사업을 지속하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여러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우리의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기자말>

[윤충열 기자]

 2023년 만원의연대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언
ⓒ 윤충열
부산지역사회연대기금 만원의연대 운영위원으로서 '부산·경남지역 해고노동자·인권활동가 건강돌봄 모금캠페인'에 도움이 되고자 <오마이뉴스> 릴레이기고 두 번째 담당자가 되어 56년 생애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009년 이후의 나의 삶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09년 봄부터 여름까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라는 사회적 이슈가 대한민국을 강타했습니다. 회사를 발전시키겠다고 중국 자본인 상하이차가 들어와 기술만 빼가고 전체 노동자의 반을 정리해고 한다고 통보한 후 경영을 포기하고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해 버렸습니다.

조합원들은 이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77일간 공장을 점거하고 투쟁하여 일부는 무급휴직을 받아 3년 후에 복직하고, 나머지 노동자는 해고를 당했습니다.

나는 해고 대상자가 아니었는데 해고 노동자와 함께 했다고 그해 12월 징계해고를 당해 복직 싸움을 10년간 해 회사에 복직한 노동자입니다.

우리나라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이 강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경영에는 1도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경영을 잘못해서 회사가 어려우면 모든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됩니다. 이것이 정리해고입니다.

회사에 청춘을 바쳐 일을 했는데 나가라고 합니다. 너무하지 않습니까? 방법을 찾으면 같이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고된 후 10년을 같이 싸워 복직을 희망하는 사람은 전부 목적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그 거리 투쟁을 하고 있을 때 부산에서 만원의 연대가 결성되어 복직을 위해 싸우는 저 같은 사람에게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투쟁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농성장을 찾아왔고 또한 연대해주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싸워줘 복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복직 후 나를 도와준 단체와 연대 동지들을 생각하며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한 만원의 연대 운영위원으로 지금 참여하고 있습니다.

만원의 연대는 해고 노동자가 투쟁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후원자들이 만원씩 보내주시는 기금으로 운영됩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해에는 기금이 부족하고, 이분들이 복직하면 기금에 조금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운영위원들이 논의해서 해고자들의 생계비지원,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생계비지원을 넘어 지역의 해고노동자와 인권활동가의 의료비지원사업도 시작하였고, 연말에 기금 잔액 중의 일부를 의료지원비로 적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의 경험상 투쟁할 때 몸을 돌볼 수가 없었고, 병을 발견해도 소득이 없다 보니 병원 치료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의료비 지원을 위해 일부 적립을 해오고 있습니다.

복직 후 투쟁 사업장이나 집회에 참여하면 예전에 저를 도와주신 동지들의 소식을 간혹 들어보면 아파서 병원에 계시거나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내가 거리에서 투쟁할 때 도와준 많은 시민사회단체 중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철학,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활동하는 동지들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생계를 뒤로하고 활동하는 이런 동지들이 병들고 지쳐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는 중 (사)부산인권플랫폼 파랑과 만원의 연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가 함께 기획서를 만들어 공공상생연대 기금에 제출했습니다.

다행히 채택되어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부산·경남 지역 해고 노동자, 인권활동가 건강 돌봄 지원사업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총 424명에게 몸 건강(종합건강검진), 치과진료, 심리상담 등을 하였습니다.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동지 중에는 초기에 병을 발견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공상생연대 기금의 자원이 2025년에 종료되어 2026년부터 이 사업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원의연대와 (사)부산인권플랫폼파랑이 공동모금캠페인을 통해 2026년부터 이 사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투쟁할 때도 종합검진, 치과진료, 심리상담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의 경험상 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종합검진으로 조기에 병을 발견하면 의료비 부담도 적고, 또한 해고 노동자, 인권활동가,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자신의 몸을 조금이나마 돌봄으로 건강하게 활동하면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십시일반 모으면 이 사업을 지속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동참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 <만원의 연대> 함께 하기 http://parang.or.kr/?p=7465
- 모금 기간: 2025.12.8. ~ 12.27.
- 모금 목표: 1500만 원
- 기부금영수증 발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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