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베드타운 이미지 벗고 문화도시로 나아가야"

박상준 2025. 12. 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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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양특례시 주최, 고양연구원 주관 2025 고양문화예술정책포럼

[박상준 기자]

"2024년 칸예 웨스트를 시작으로 2025년 콜드플레이, 오아시스까지. 이제 고양시는 단순한 서울의 위성도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공연 문화의 중심, '고양콘(GoyangCon)'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15일 오후 3시, 고양특례시 백석빌딩 20층 회의실. '2025 고양문화예술정책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안채린 숙명여대 교수(문화관광학전공)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고양특례시가 주최하고 고양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포럼은 '고양콘, 도시를 바꾸다: 빅데이터 기반의 파급효과와 성장전략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지역 문화예술 관계자, 공무원,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서울 잠실주경기장의 리모델링 공사(2023~2026 예정)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시작된 고양종합운동장의 대형 공연 러시가 이제는 도시의 경제 지형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 고양시 백석빌딩 전경 15일 오후 3시, 고양특례시 백석빌딩 20층 회의실에서는 '2025 고양문화예술정책포럼'이 개최되어 전문가들이 '고양콘'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 박상준
"잠실의 대타? 이제는 독자적인 '공연거점도시 2.0'"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채린 교수는 '고양특례시, 글로벌 공연거점도시 2.0 시대를 열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안 교수는 현재 고양시의 상황을 "정책 기회의 창이 열린 시점"이라고 정의했다.

안 교수는 "잠실 주경기장의 공백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찾아온 기회를 고양시가 성공적으로 흡수했다"며 "하지만 단순히 공연장만 빌려주는 '대관 중심', 관객들이 공연만 보고 떠나는 '경유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요코하마의 '뮤직 테라스(Music Terrace)' 사례를 들며, 공연장과 숙박, 쇼핑, F&B(식음료)가 결합된 '체류형 모델'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공연 전후 3~5일을 도시에서 머물게 하는 '고양콘 위크(GoyangCon Week)' 도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안 교수는 "고양종합운동장(메가 콘서트), K-컬처밸리 아레나(전문 공연), 킨텍스(팬 페스티벌)를 잇는 '멀티 베뉴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며 "관객들이 티켓만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고양시에서 먹고 자고 즐기는 '경험'을 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안채린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안채린 교수가 해외 사례를 비교하며 고양시의 '공연거점도시 2.0'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박상준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글로벌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 코리아의 최윤순 이사가 강단에 섰다. 최 이사는 '대형공연의 흐름이 바꾸는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글로벌 공연 시장의 트렌드와 고양시의 과제를 짚었다.

최 이사는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로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독점권을 확보해 막대한 관광 수입을 올렸고, 홍콩 역시 메가 이벤트 펀드를 조성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세계적인 '공연 유치 전쟁' 상황을 전했다.

그는 "올해 4월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으로 32만 명의 관객이 고양시를 찾았고, 10월에는 오아시스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며 "고양시는 이미 아시아 투어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전략적 선택의 골든타임"이라며 ▲대기실 및 라운지 등 시설의 글로벌 스탠다드화 ▲행정 지원의 일원화 ▲아티스트와 연계한 도시 브랜딩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최윤순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사 오아시스 고양 내한 공연은 아시아의 단 2개의 도시에서 개최된 성과였다고 발표하고 있다.
ⓒ 박상준
빅데이터가 증명한 '세븐틴 효과'... 매출 58% 급증

마지막 발제자인 윤신희 고양연구원 연구위원은 '빅데이터로 본 고양콘 지역사회 파급효과 분석'을 발표하며 공연의 낙수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했다.

윤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그룹 '세븐틴'의 콘서트 기간 동안 인근 대화역 상권의 전체 카드 매출액은 평소 대비 58.1%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관객층인 10대(322.6% 증가)와 20대(121.5% 증가)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공연 시작 전인 오후 시간대부터 종료 후 심야 시간대까지 매출 상승세가 이어졌다.

윤 연구위원은 "칸예 웨스트, 엔하이픈 등 대형 아티스트의 공연이 열릴 때마다 대화역뿐만 아니라 인근 주엽역, 킨텍스 상권까지 매출이 동반 상승하는 '광역적 파급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숙박업 매출도 일부 증가했지만, 여전히 많은 관람객이 공연 직후 서울로 빠져나가는 패턴을 보였다"며 체류형 관광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윤신희 고양연구원 연구위원 빅데이터로 본 '고양콘'의 지역사회 파급효과 분석에 귀기울여 듣고 있는 청중들.
ⓒ 박상준
"잠만 자는 도시? 이제는 잠도 자고 노는 도시로"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고양시가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고 자족 기능을 갖춘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대형 공연장과 킨텍스라는 훌륭한 하드웨어를 뒷받침할 소프트웨어(숙박, 관광 프로그램, 교통 편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그러나 화려한 '고양콘'의 청사진 뒤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포럼의 명칭은 '고양문화예술정책포럼'이었지만, 실제 내용은 2시간 내내 대형 콘서트 유치와 상권 분석에만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 지역 예술계 관계자는 "고양시가 '문화예술 도시'를 표방한다면 대형 콘서트 뿐만 아니라 기초 예술 지원, 지역 예술가 육성, 시민들의 생활 문화 활성화 등 균형 잡힌 정책 논의가 있어야 했다"며 "오늘 포럼은 사실상 '대중음악 산업 육성 설명회'에 가까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형 공연의 경제적 효과는 분명하지만, 이것이 고양시 문화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콘서트가 없는 기간에도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2025년 한 해, 고양시는 전설적인 밴드들의 무대가 되며 '공연의 성지'로 떠올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뜨거운 열기를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동시에, 소외된 기초 예술과 지역 문화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고양콘'의 화려한 조명 아래 가려진 문화 예술의 그늘을 어떻게 보듬을지 고양시의 행보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박상준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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