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이 정도로 솔직한데...서울시장 후보들은 뭐하나
[최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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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대통령은 눈 가리고 아웅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솔직하고 구체적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 버립니다. 점잖게 알고도 모르는 척, 각본에 따라 대충 넘어가지 않습니다.
언뜻 들어보면 업무 보고회에 참석한 고위 관료나 공공기관 임원들은 불편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어보면 국가 재정, 예산, 각종 제도와 연계되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민들도 불편할 부분들입니다. 어쩌면 표 떨어질 소리들인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솔직합니다. 그런 장면들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1. 예산의 세부 항목까지 다 민간에 공개하라
700조 원이 넘는, 항목만 해도 수만 가지가 되는 예산의 세부 자료까지 모두 민간에 공개해서 국민 모두가 들여다보고 관심 있는 분야에 의견도 내고 개선점도 제안할 수 있게 하라, 그 정도를 넘어서 공무원들이 할 일 대신 해주는 건데 예산 지출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면 인센티브도 주고 지원도 하라고 합니다.
왜 민간에게 예산의 세부 항목까지 공개해서 참여를 독려하느냐? 이재명 대통령은 "(예산을) 줄여야 되는데... 기득권 때문에 못 바꾼다" "공직자들이 하기 쉽지 않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하기 쉽지 않다는 소리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지만 그보다 저는 "예산을 줄여야 되는데 기득권 때문에 못 바꾼다"는 대통령의 말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정부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결탁해 불필요한 예산을 주거나 받아 써온 공무원 또는 '민간 기득권' 입장에서는 뜨끔할 내용입니다.
2. "세무사도 잘 못 알아먹을 정도라는데"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나온 말입니다. 세무사들도 잘 모를 정도로 조세 제도가 복잡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외, 예외, 예외의 예외까지 있다"라며 조세 제도를 정비하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요? 국세청 공무원들뿐만이 아닙니다. 국세청 공무원들이 퇴직해서 세무사가 되지요. 국세청 공무원 출신 전관 세무사들도 '민간 기득권'들입니다.
조세제도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원래 조세제도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금을 내는 시민들이 혼자서 스스로도 조세 납부의 의무를 다할 수 있지요. 납세는 국민의 기본 의무인데, 납세를 기본 의무로 해놓고 세무사 쓰지 않으면 많이 내고, 세무사 쓰면 덜 낼 수 있다면 그게 공정한 조세제도인가요? 기득권을 위한 조세 제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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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거봉양-혼인 합가시 비과세 특례 규정 |
| ⓒ 국세청 |
예외, 예외, 예외의 예외까지 만들어 놓은 조세 제도는 세무사와 세무 수수료를 맘껏 써도 되는 기득권층을 위한 제도인 것이지요. 물론 퇴직하면 세무사가 될 국세청 직원들에게도 좋습니다.
3. 생선회(외식)+치킨+휴대전화료=48.7 > 월세 44.9
제가 지적한 내용 외에도 경제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우리 사회의 모순된 구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가급적 시간을 내 생중계 화면을 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부처 업무보고에 없었던 내용 한 가지 제안하고 끝맺음 하겠습니다.
물가지수를 고쳐야 합니다.
1. 물가지수에 집값이 들어가야 합니다
2. 물가지수에 집값 관련 비중이 현실과 부합해야 합니다
3. 집값이 포함된 물가지수를 지자체별로 세분해서 발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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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물가지수 |
| ⓒ 미 노동 통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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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
| ⓒ 국가데이터처 |
다른 항목들과 비교하면 더 어처구니없어집니다. 수백 가지의 다른 항목들 중 전세나 월세를 합한 비중 100이 되도록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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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
| ⓒ 국가데이터처 |
그러나 다만 궁금할 따름입니다. 왜 생선회(외식)는 비중이 10.3이나 될까? 공무원들이 생선회로 회식을 많이 하나? 생선회(외식)가 물가지수에 차지하는 비중이 10.3인데 내가 내는 한 달에 내는 월세가 44? 왜 이렇게 주거비의 비중이 생선회에 비해 낮지? 왜 필수적이지 않은 비용들이 필수적인 주거비보다 더 비중이 높은 것 같지? 대체 왜 집값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거지?
그걸 미국처럼 추정해서라도 넣어놓고 그 비중도 현실적으로 매달 생활비의 30~40%는(이자비용까지 포함하면 더 쓰는 가구도 있겠지만) 잡아놔야 집값의 급등도 물가지수에 잡히고, 그래야 공무원들도 정치인들, 언론도 소비자물가지수가 나올 때마다 중산층이 살기가 너무나 어렵겠구나, 특히 서울같은 특정 지역은 어지간한 소득으로는 감당이 안 되겠다는 여론이 형성돼 사회적 해결책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 아닌가요?
'뉴욕시 거주자 여러분은 이 물가가 감당이 되십니까'라는 구호로,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라는 핵심 단어 하나로 유권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조란 맘다니의 정치적 성공도 미국의 물가지수에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 도시별로 물가지수가 명확히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말입니다.
그런데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이렇게 집값을 주거비, 물가로 보는 인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는 여야 후보들도 어떻게 집값 건드리지 않고, 집값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 서울시장이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다 민생을 논하고 민생을 걱정합니다. 우리는 민생정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합니다.
민생이 뭔가요? 민생은 크게 보면 딱 2가지밖에 없습니다. 물가와 소득입니다. 집값이 높다는 건 주거비용이 높다는 것입니다. 물가가 높다는 것입니다. 삶이 팍팍하다는 것입니다.
모두 부동산 불로소득에 열광한 유권자들이 됐거나 또는 그런 유권자들이 표를 주지 않을까 무서워 정치와 언론 모두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집값은 물가입니다. 당연히 물가여야 합니다. 주거비니까요.
그걸 내가 투자해 오를 집값으로만 인식하면서 물가가 아닌 척 행동한다면 우리는 각자의 기득권을 위해 적당히 선한 척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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