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700억, 최대 3조” 형제복지원 배상금 ‘공동 분담’ 동상이몽

가혹 행위와 인권유린이 자행된 형제복지원 수용자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른다. 배상금 액수가 조(兆) 단위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추후 부산시에 배상금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657명 사망, 국가의 불법행위ㆍ인권침해”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1970~1980년대 부산에서 ‘부랑자 수용ㆍ교화’를 빌미로 운영된 형제복지원 수감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 규명을 결정하며 1975~1987년 사이 복지원에 3000여명이 수용됐고, 구타와 가혹 행위 속에 657명이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화위는 “정부는 부랑인 선도 및 사회정화라는 미명 아래 인신을 구금ㆍ격리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 본 사건은 국가의 불법행위 및 인권침해에 해당하며, 국가는 피해자 명예회복과 피해 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후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라 제기됐다. 부산시 집계를 보면 지난 10월 말 기준 998명이 2683억원 배상을 국가ㆍ부산시에 청구했다.

대부분 진화위 조사에서 피해를 인정받은 이들로 2023년 12월 이후 이들에게 1인당 약 8000만원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최근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소송에 대한 항소ㆍ상고를 전면 취하ㆍ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배상 판결 확정 시기는 더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분담’ 언급에 부산시 우려
법무부는 형제복지원 운영 전체 기간 수용자 숫자가 3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1인당 배상금 8000만원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 땐 배상액이 3조400억원에 이를 수 있는 숫자다.
제기된 소송 가운데 국가만 대상으로 한 건 107건(427명), 국가와 부산시를 모두 대상으로 한 건 45건(572명)이다. 현재까지 876억원 배상 판결이 이뤄졌으며, 법무부가 사건 해당 지역 고검에 예산을 보내면 고검이 당사자에게 연락해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가 “공동 피고인 사건의 경우 배상금을 5대5로 분담하자”는 취지로 언급해 부산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먼저 배상금을 지급한 뒤 부산시에 일부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배상 책임이 인정된 판결에서 법원이 “국가와 부산시가 공동으로 부담하라”고 명령한 점 등을 근거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형제복지원과 유사한 서울 소재 기관 수용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이뤄졌을 때 서울시가 배상금(1000만원) 50%를 부담하기로 한 사례도 있다.
반면 부산시는 배상금 전액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형제복지원 업무는 내무부 훈령을 근거로 위임된 사무일 뿐 지자체 고유사무가 아니었으며, 당시 부산시장은 국가가 임명하는 관선 체제로 현재의 민선 지자체에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시 관계자는 “진화위도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며 “서울시 사례와 달리 배상금 규모 또한 지자체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제복지원 운영비의 80%는 국비였다. 만약 배상금을 분담하더라도 국가가 80%, 부산시가 20% 수준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배상금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지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추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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