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KT 투표자도 외면한 '골글 0표' 유격수 자리, 내년엔 다를까...유신고 선후배 오서진-이강민에 거는 기대 [더게이트 FOCUS]

배지헌 기자 2025. 12. 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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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KT 유격수 0표
-심우준 이적 후 주전 공백, 박찬호 영입 실패
-퓨처스 타율 0.310 오서진, 신인 이강민 성장 '기대'
신인 내야수 이강민(사진=KT)

[더게이트]

매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투표 때면 의외의 선수에게 표를 주는 '소신투표'가 꼭 나오곤 한다. KBO리그 출입기자는 물론 방송 관계자, 지역 매체 등 다양한 투표자들이 참가하는 만큼, 실제 성적이나 수상 자격과는 무관하게 자기 지역이나 응원팀 선수에게만 표를 던지는 투표자들이 반드시 나온다. KBO리그에서 만장일치 수상자가 좀처럼 나오기 힘든 이유다.

올해 골든글러브에선 무조건 KT 선수만 찍는 '묻지마 KT표'가 눈에 띄었다. 아마도 같은 인물로 예상되는 이 투표자는 포수 부문에서 양의지(두산)나 박동원(LG)이 아닌 KT 장성우에게 표를 던졌다(1표, 0.3%). 2루수 부문에서도 신민재(LG)와 박민우(NC)의 2파전 속에 KT 김상수가 1표를 득표했다. 3루수 부문에서는 송성문(키움)과 노시환(한화)의 압도적 양강 속에 KT 허경민이 1표를 득표했다. 성적이나 기록은 보지 않고 의도적으로 KT 선수만 골라서 찍은 건가 싶을 정도다.
KT 권동진(사진=KT)

묻지마 투표자도 표 주지 못한 유격수

그런데 이 의문의 투표자조차도 유격수 부문에서는 KT 선수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NC 김주원이 260표(82.3%) 득표율로 수상한 유격수 부문에서 KT 후보 권동진은 키움 어준서와 함께 한 표도 받지 못했다. 김주원이 수원 유신고 출신이라 그리로 표가 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묻지마 투표자도 차마 표를 주기 어려울 정도로 올해 KT 유격수 포지션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 KT 유격수 포지션의 WAR(스탯티즈 기준)은 0.85승으로 전체 9위였다. KT보다 못한 팀은 -0.19승에 그친 키움 한 팀뿐이었다. KT 유격수들은 평균 타율 0.245에 도합 5홈런 47타점 4도루로 대체선수 이하 성적에 그쳤다. 가장 많은 123경기에 나온 권동진이 타율 0.225에 1홈런 25타점을 기록했고, 장준원이 73경기 타율 0.207에 1홈런 11타점을 쳤다. 박민석은 19경기 타율 0.263에 1타점을 기록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크게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KT 유격수 자리가 원래부터 팀의 약점이었던 건 아니다. 지난시즌까지만 해도 심우준이라는 확실한 주전 유격수가 자리를 지켰다. 심우준은 타격은 다소 약해도 강력한 수비와 도루 능력으로 KT 유격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그러나 2025시즌을 앞두고 4년 50억원에 한화로 이적했고, 주전 유격수를 뺏긴 KT는 2025시즌이 다 가도록 끝내 대안을 찾지 못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유격수 보강 기회가 있긴 있었다. 유격수 최대어 박찬호가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온 것. 박찬호는 지난 3시즌 동안 공수주에서 박성한, 김주원과 함께 리그 유격수 중 탑클래스 성적을 유지한 선수였다. 영입에 성공만 했다면 유격수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겠지만, 4년 총액 80억원을 베팅한 두산의 공세에 밀려 유니폼을 입히는 데 실패했다.

결국 다시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KT는 기존 선수 3명(권동진, 장준원, 오서진)에 신인 이강민까지 내부 경쟁을 통해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권동진과 장준원은 연차나 커리어로 볼 때 천장이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려운 게 솔직한 평가. 어쩌면 유신고 1년 선후배 관계인 2025 신인 오서진과 2026 신인 이강민의 빠른 성장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서진의 수비(사진=KT)

가능성 보여준 오서진, 이강철 감독이 눈여겨본 이강민

오서진은 유신고를 졸업하고 2025 드래프트 6라운드 59순위로 KT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고교생으로는 수준급인 유격수 수비와 기동력이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 타격에선 컨택 능력은 있지만 힘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프로에 입단한 뒤로는 타격에서도 나름대로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퓨처스리그에 주로 출전한 오서진은 64경기 타율 0.310(155타수 48안타) 2홈런 20타점 3도루로 막 고교를 졸업한 신인 내야수로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이를 인정받아 6월에 정식선수 전환과 함께 콜업돼 기회를 받았고, 9월에는 확장 엔트리로 콜업됐다. 시즌 막판에는 2025 아시아 야구 선수권대회 대표로도 출전했다. 1군에서 3경기에 출전해 제대로 된 타석을 부여받지 못했지만, 2026시즌을 기대할 만한 근거는 만들어준 시즌이었다. 부족한 힘을 키우고 수비에서 안정감을 증명한다면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신인 이강민도 주목할 선수다. 오서진의 1년 후배인 이강민은 올해 유신고 주전 유격수로 한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다. 빼어난 유격수 수비는 물론 공격과 기동력까지 3박자를 전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명 당시 "향후 팀 센터라인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평가받았고, 스카우트 사이에선 "프로 입단 뒤 포지션 전환 없이 계속 유격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이강민은 올 겨울 KT 관계자들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선수이기도 하다. 타이완에서 열린 '2025 타오위안 아시아 프로야구 교류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으로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 감독은 "가능성 있는 선수가 보인다"며 이강민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강민의 모교 유신고 홍석무 감독은 "성실하고 감독 입장에서 믿음이 가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강민은 겨울에도 모교 운동장을 거의 매일 찾아 훈련하면서 내년 데뷔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신인 유격수가 1군에서 자리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당장 내년 시즌 큰 활약을 기대하는 건 과한 바람일 수 있지만, KT는 충분히 '세금'을 치를 만한 선수라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신인 내야수 이강민(사진=KT)

그 외에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지명한 단국대 내야수 임상우도 경쟁 구도에 포함될 만한 선수다. 대졸인 만큼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즉시전력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컨택이나 선구안, 수비 안정감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초 KT가 스토브리그를 시작할 때 생각한 이상적인 그림은 아니다. 아마도 박찬호 영입에 성공했다면 주전 박찬호를 중심으로 젊은 유격수 자원들이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그림이 펼쳐졌을 게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서 이제는 기존 선수들부터 젊은 선수까지 모두에게 무한 경쟁 구도가 펼쳐지게 됐다. 유격수 자원들에게는 기회다. 내년 골든글러브에서는 KT도 투표자들이 당당하게 표를 던질 만한 유격수 경쟁력을 갖추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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