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주가 쌍끌이, ‘K록히드마틴’ 선봉장…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CEO 라운지]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5. 12.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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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했다. 이번 성공은 한국 항공우주 역사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최초로 민간이 주도한 사업이어서다. 한국 우주 산업이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뉴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 진출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번 사업에서 발사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대는 HD현대중공업이 개발을 담당했다. 기존 누리호 3차 발사까진 국가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이 도맡았다.

뉴스페이스 시대 도래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이번 발사 모든 과정을 관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민간 체계종합기업(발사체 개발·운용을 총괄하는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 구성품 참여 업체 관리 등 발사 직전까지 모든 과정을 주관했다. 방산에 이어 항공우주 산업에서도 존재감을 넓히는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광폭 행보를 이어가면서, 회사를 이끄는 손재일 대표(60)에게도 재계 시선이 쏠린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1965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2017년 한화테크원 방산사업본부장/ 2017년 한화지상방산 대표이사/ 2020년 한화디펜스 대표이사/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현)/ 2024년 한화시스템 대표이사(현)
부임 이후 주가 16배 급등

해외방산·항공우주 쌍끌이

손재일 대표는 한화그룹 내에서 ‘방산통’으로 꼽힌다. 1990년 한화의 전신인 한국화약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 한화그룹 내에서 오랫동안 방산 업무를 맡아왔다.

한화 경영 부문 전무, 한화디펜스 대표를 거치며 경력을 쌓은 손 대표는 2022년 ‘중책’을 받았다. 그룹 내 방위 산업과 항공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로 임명된 것이다.

2022년 7월 한화그룹은 방산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방산 사업을 하나로 합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통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 자회사였던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했고,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방산 사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관됐다. 방위 산업과 연계도가 높은 항공우주 산업도 배정됐다. 산업 재편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법 장치, 탄약, 지상 무기 체계, 항공 부품, 발사체 제작 등 그룹 내 방산 사업과 항공우주 산업 대부분을 아우르는 종합 기업으로 거듭났다. 한화 그룹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방산 계열사가 탄생했다. 손 대표는 그룹 내 방산·항공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순식간에 그룹 최고 주력사를 책임지는 자리에 올라섰다.

손 대표 지휘 아래 회사는 순항했다. 방위 산업 부문에선 호주 차세대 보병전투차(IFV) 사업 수주, 폴란드 K9 대규모 수출, 천무 중동 수출 등 호재가 속출했다. 국내 산업보다 해외 산업 비중이 더 커졌다. 덕분에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치솟았다. 국내 방위 산업은 고객이 사실상 한국 국방부 말고는 없다. 법적으로 이익률도 규제를 받는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영업이익을 낼 수 없다. 반면 해외 산업은 영업이익 제한이 없고, 매출이 발생할 곳도 다양하다. 해외 산업 비중이 커질수록 회사가 벌어들이는 매출,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우주 분야에선 발사체(KSLV) 사업의 민간 체계종합 기업으로 선정, 단숨에 경쟁사를 제치고 항공우주 산업 최강자로 등극했다. 체계종합 기업은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발사체를 개발·운용한다. 사업 기간은 10년, 사업비 2조132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주관 기업은 사실상 한국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KAI), 대한항공 등을 따돌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명실상부한 국내 항공우주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바이 유러피언 등 파고

경쟁사 견제도 과제

연달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손재일 대표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둘러싼 환경은 현재 녹록지 않다.

우선 주요 수출 시장 중 하나였던 동유럽이 흔들린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내 방산 강국이 EU 내 국가들에 ‘Buy Europian(바이 유러피언)’ 정책을 강조하는 탓이다. 이들은 동유럽을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에게 한국, 미국산 장비 대신 유럽산 장비 구매를 적극 권한다. 방산은 고객이 각국 정부다. 이 때문에 정치·외교 영향력이 수주전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역 내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압박은 동유럽 국가에 상당한 부담이다.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오션은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스웨덴 사브사에 밀려 탈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장갑차 ‘레드백’을 내세워 참여 중인 루마니아 차세대 IFV(보병전투차) 사업도 분위기가 묘하다. 경쟁사인 독일 라인메탈의 CEO 야민 파페르거가 블룸버그와 진행한 인터뷰서 루마니아가 차세대 IFV로 자사 ‘링스(LYNX)’ 제품을 택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정부는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안심하기 힘들다는 전언이다. 빠른 납기, 가격 대비 성능 등 타사 대비 한국제 무기의 장점이 명확한데도, 수주 성공을 확신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손 대표의 책임도 막중해졌다.

방산 강자 한화를 향한 견제의 시선도 극복해야 한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전 방산 분야에 진출했다. 지상 방산에 주력하던 과거 대비 사업 분야가 확연히 넓어졌다. 회사 규모 확대는 곧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그만큼 타 기업과의 분쟁도 늘어났다. 일례로, 한화오션 인수 전, 한화그룹은 군함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배를 만들기보단, 전투함 안에 들어가는 무기 체계 제작에 집중했다. 그러나 조선 업체인 한화오션 인수 후 군함 시장에 직진출하면서 기존 해양 방산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직접적인 갈등을 빚고 있다.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시장 내 한화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우려에 따라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주요 방산 업체들의 한화 견제 움직임이 상당하다. 한화그룹 내 방산을 총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견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리 국내 방산 업체 중 1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도, 모든 무기 체계 개발을 독자적으로 할 수는 없다. 한국 방산은 무기 체계, 기술 개발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한다. ADD가 기업에 일감을 맡겨 함께 개발하는 방식이다. 과거 ADD는 기업별로 개발 물량을 나눠줬다. 각 기업마다 잘 만드는 무기 체계가 다르다. 때문에 무기 하나를 만들더라도 수많은 업체가 함께 협업해야 하는 구조다. 다른 기업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견제를 위해 손을 잡는다면, 협업이 필수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손재일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외부에선 두 회사가 힘을 합쳐 방산 업계를 독식하려는 모습으로 억측할 수 있다. 아무리 1위 기업이라도 다른 회사를 배제하면 사업 진행이 어렵다. 손 대표로서는 업계를 함께 이끌어가는 리딩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굳건히 하는 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8호 (2025.12.10~1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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