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역사왜곡' 태영호 전 의원에 손해배상 판결, 의미와 과제는

윤철수 기자 2025. 12. 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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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의원 상대 손배소 판례, '첫 사법적 단죄' 의미
역사적 진실 판단 중요한 잣대로 '4.3진상조사보고서' 제시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국민의힘 태영호 전 의원을 상대로 한 제주4.3유족회의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4.3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실과 허위의 기준점을 제시한 판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국민의힘 태영호 전 의원을 상대로 한 제주4.3유족회의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4.3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실과 허위의 기준점을 제시한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극우세력 등에서 촉발하는 4.3역사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가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하게 될 중요한 잣대로 제시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민사21단독은 지난 10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태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선고 공판에서 태 전 의원은 유족회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주문의 판결을 내렸다. 

길고 길었던 논쟁이 원고인 유족회의 승소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배상의 책임이 아니라, 태 전 의원이 행한 발언의 내용이 '허위'라는 사법부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고, 배상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11일 제주지방법원의 해당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판결문에서는 태 전 의원의 행한 발언에서 허위사실 적시 부분과 명예훼손 부분에 대한 판단 근거가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23년 2월. 

당시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태 전 의원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주4․3사건이 북한이 일으킨 무장폭동이고, 김일성의 지령으로 일어난 것이며, 북한 남로당과 북한 북로당이 직접 지시․개입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그해 2월12일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다.",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는 발언을 했다.

다음 날(2월1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제주합동연설회에서도 제주4.3이 북한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제주4.3사건, 北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제주사회는 태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제주4.3유족들도 4.3진상조사보고서에 적시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망언이라고 주장하며,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태 전 의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년 여간 진행됐던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태 전 의원이 행한 일련의 발언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법원은 "유족회가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태 전 의원은) 주장의 진실성․타당성에 관해 검증하지 아니한 채로 그 내용과 동일한 입장문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른 점,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발간한 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남로당 중앙의 지령에 의한 것이 아닌 것이 여러 저서 등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허위사실의 적시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결정적으로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 결과물인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볼 때 북한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허위라는 결론이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김일성의 지령에 의해 발발한 사건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허위사실을 적시해 유족회의 사업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사회적 명성과 신용을 침해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제한 후, "따라서 피고는 유족회에게 불법행위로 인해 유족회가 입은 무형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다만, 소송을 제기한 유족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명예훼손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 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즉, 태 전 의원의 발언이 유족회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는 볼 수 있으나, 유족회에 속한 특정 유족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역사적 의미를 가진 판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상 제주4.3 관련 역사 왜곡 등의 행위에 대한 사법적 단죄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역사 왜곡에 대한 사법부의 첫 단죄이자, 4·3의 정의를 바로 세운 역사적 판결"이라고 읨를 부였다. 

그러면서 "2년 6개월의 고통을 감내해 온 4·3 유족들과 제주도민 모두와 함께 사법부의 사필귀정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전했다.

특위는 "이번 판결은 최근 노골화되는 4·3 역사 왜곡 시도에 강력한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허위 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에는 반드시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만큼, 향후 4·3을 왜곡·폄훼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강력한 법적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의 역사적 판결을 발판 삼아, 국회는 더 이상 책무를 미루지 말고 '4·3 왜곡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4·3특별법 개정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영호 전 의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제주4.3유족회가 10일 오후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을 열고 있다. 

제주4.3유족회는 "이번 판결은 4․3 왜곡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4.3왜곡 발언과 현수막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4․3왜곡 및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규정의 부재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4·3의 진실은 특정한 시각이나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국가가 확정한 공식 보고서와 수많은 연구의 축적 위에서 확인돼 왔다"며 "제주도는 사실에 근거한 설명을 통해 4·3의 역사적 진실을 성실히 알려 나갈 것"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진실을 바로 세우는 일에 책임 있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4·3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4·3 왜곡 처벌 조항이 포함된 4·3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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