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사를 영원히 누리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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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아 기자]
지난 7일 함안에 있는 시댁에 시사를 지내러 갔다. 시사는 특정 때에 맞춰 집안 모든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시댁은 보통 음력 10월 셋째 주 일요일에 시사를 지낸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시사 날짜가 12월로 평년보다 늦은 편이었다. 밖에서 제를 지내기에 추울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푸근했다.
시사를 지낼 때면 으레 얻어 가는 밭작물이 있는데 바로 배추다. 김장철 필수 야채인 배추는 이 기간만큼 전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시사 보다 배추를 얻어가는 임무에 더 신경이 쓰였다. 내 시어른들은 부산에 사시다가 아버님이 퇴직하신 후 고향인 함안으로 돌아와 밭농사를 짓기 시작하셨다. 그렇다고 농사를 전업으로 하시는 건 아니고 집터 여기저기에 땅을 일구어 식구들 먹을 정도로만 여러 가지 농작물을 기르신다.
고추, 깻잎은 기본이고 사과나무도 있어 지난 여름에는 사과를 따 와서 맛있게 먹었다. 추석 명절에는 동서와 고추를 따와 집에서 맛있게 먹었고 단감도 얻어봐 잘 먹었다. 시부모님께서는 시댁 집 입구 밭에 배추를 가득 심어 놓으셨다. 배추는 추위에 약해 얼어버리기 쉽다며 농사용 보온 덮개로 잘 덮어 놓으셨다.
이불 같은 덮개를 걷으니 초록초록 잎사귀의 배추들이 일렬로 나 있었다. 올해는 배추 농사가 풍년이었다. 처음 시부모님께서 밭농사를 지을 때만 해도 작물들이 너무 작고 알이 없어 초보 농사꾼 티가 났었다. 몇 해 지난 지금은 배추만 봐도 그 사이 얼마나 마음을 쏟아부으셨을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농사를 잘 지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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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댁에 뽑아 주신 배추들 배추가 얼마가 크던지 올해는 배추 농사가 아주 잘 되었다. |
| ⓒ 한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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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추를 이고 차로 가는 남편 배추 열 포기 담은 봉지가 이렇게 무거울 수가 ... 내 힘으로는 바로 코 앞으로도 못 옮길 정도 였지만 남편은 번쩍 들어 어깨에 매고 차에 실었다. |
| ⓒ 한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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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표 김장 김치 윤기 좌르르 엄마표 김치는 맛도 일품이다. 이 김치를 영원히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울컥해 지기도 했다. |
| ⓒ 한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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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겹살 수육 덩어리 돼지고기가 아니라 두껍게 썰린 오겹살로 수육을 삶았다. 조리 시간은 줄지만 맛은 변함없다. |
| ⓒ 한선아 |
시댁에서는 배추를 얻고 엄마의 수고를 얻어 올해도 김치 냉장고가 새 김치로 채워졌다. 자식을 위해 밭작물을 기르고, 양념을 치대 무쳐 내는 수고를 하신 부모님의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통에 먹기 좋게 담아 주신 정성 가득한 김치를 보니 이 호사를 영원히 누리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도 든다. 하지만 언제까지 엄마의 손길에 기대고 있을 수는 없다는 걸 나도 잘 안다. 이제 그 정성을 내가 베워야 할 차례라 생각하며 내년에는 나도 김치 담그기에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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