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재명 대통령의 말도 안 먹히는 걸까요?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 <편집자말>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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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김용균재단, 김충현 대책위가 여는 김용균 7주기 추모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 주최 측은 "끊이지 않고 발전소에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김용균 사망사고 7주기를 맞아 위험의 외주화를 다시금 사회적인 쟁점으로 만들기 위해 '김용균 7주기 추모 결의대회'를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
| ⓒ 유지영 |
김용균의 7년, 쿠팡의 7년
정훈님, 2018년 김용균의 죽음은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문제가 임금과 처우만이 아니라 생명안전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국가 책임하에 운영되는 공공기관마저 다단계 하청구조속에 노동자를 몰아넣고 위험을 외주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돈과 권한을 가진 원청이 하청업체에 책임을 넘기고, 인력공급 외에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하청업체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노동현장에서는 하청업체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위험한 업무가 전가되고, 정보가 단절되어 체계적인 산업안전예방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죽음의 외주화 금지는 김용균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김용균 죽음 이후 7년, 죽음의 외주화는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아리셀 공장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상구와 대피로를 알지 못했고, 비상구를 열 수 있는 카드도 지급 받지 못했습니다. 올해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죽은 김충현 역시 2차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고 김충현의 동료들인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김충현의 죽음이 '죽음의 외주화' 때문이라고 증언합니다. 원청사는 비계 작업 교육을 받은 적도, 비계 기능사 자격증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계작업을 무리하게 시키고, 제대로 된 보호구조차 지급하지 않고 일을 시켰다고 합니다. 1년 마다 재계약을 하는 노동자들은 원청의 무리한 지시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보호 장구는 준비 중이니 먼저 들어가서 청소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원청의 지시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기 힘들었던 저희 직원들은 보호 장구 없이 화재 현장에 들어가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2025년 8월 7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둔 김충현의 동료들이 말한다" 증언대회
7년 전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직접고용, 위험업무에 대한 도급금지 등을 추진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하는 동안 민간부문에서는 죽음의 외주화를 뛰어넘는 시도들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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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로켓배송 차량 |
| ⓒ 연합뉴스 |
2018년 김용균의 죽음과 2019년 문재인 정부가 해결하지 못했던 죽음의 외주화는 2025년 김충현의 죽음으로, 택배와 물류센터, 음식배달라이더의 죽음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용균 사망 이후 7년은 발전소에서 발견된 죽음의 외주화가 우리사회 전체로 확대된 역사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배신하는 관료들
김용균 7주기를 하루 앞둔 12월 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왜 정부는 정부, 공공기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사람을 쓰면 꼭 최저임금만 주냐"며 국무위원들을 질타했습니다. 고용문제도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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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게다가 지난 8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업체가 아니라 한전KPS 정규직 직원이라는 판결을 했고, 10월 23일에 고용노동부는 한전KPS가 불법파견을 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발전 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안전관리 책임을 희석시키고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도 불확실하다'며 "이제는 외주화 구조 전반을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의 책임을 강조한 건 임금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0월 21에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국민을 더 잘 살게 하자고 있는 게 공공분야인데, 어떻게 사람 죽이는 일을 하냐. 민간 분야에서는 아직 문화가 전환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공공분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상상할 수 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말과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쏟아내는 말과는 달리 아직까지 뚜렷한 정부대책은 없습니다. 공공기관인 한전KPS는 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무시하고 있고, 정부부처의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산재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부기조와는 달리 기획재정부는 근로복지공단에 132명 감원을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노사의 요청으로 감원을 철회했지만 30명 증원에 그쳤습니다.
반복되는 발전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꾸려진 고 김충현 사망사고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에서도 정부부처들의 비협조와 반대는 여전합니다. 특히 기후에너지부는 발전소의 위험의 외주화 금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과 안전대책 역시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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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도중 기계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노동자 동상 옆에 올해 6월 2일 역시 홀로 작업하다 숨진 김충현 씨를 추모하는 비석과 나무가 10일 세워졌다. 추모비 명판에는 '김충현을 기억하며 우리는 살아서 투쟁할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
| ⓒ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민간부문의 부조리를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쿠팡 사태에서 드러나듯 우리 사회의 노동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노동이 유연화되다 못해 녹아내린다고 합니다. 산업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국가인데, 국가부터가 악덕사업주가 된다면 민간기업이 국가 정책을 따를 리가 없습니다.
반년 뒤인 2026년 6월 2일은 김충현 노동자가 일하다 죽은 지 1년이 되는 해이고 그 다음날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 지 1년이 되는 해입니다. 대통령이 최소한 공공부문에서 산재사고를 줄였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공공기관 사장이나 관료들이 아니라 김용균의 동료들과 김충현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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