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구조조정 시작됐다…세븐·이마트 부진에 남몰래 웃는 ‘빅2’
국내 편의점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중이다. 2024년 편의점 합산 점포 수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5년 1월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4만8724개였지만 8월에는 4만7981개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 흐름을 ‘확장 경쟁의 종말’로 부른다.
하지만 모든 편의점이 울상 짓는 건 아니다. 구조조정 국면 속 양극화가 업계 새로운 키워드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외형 축소로 CU와 GS25 양강 체제는 오히려 공고해지는 중이다. ‘매장을 더 낼 자리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포화된 상황 속에서, 3·4위 폐점 증가가 1·2위에는 신규 개점 기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마트24, 6000 점포선 붕괴
상황이 가장 심각한 건 업계 4위 이마트24다. 올해 3분기 점포 수가 5747개까지 쪼그라들었다. 3분기에만 386개 점포가 문을 닫으며 상징적 기준이던 ‘6000개 손익분기선’이 무너졌다. 2023년 6월(6642개)과 비교하면 2년간 1000개 가까이 줄었다.
실적도 안 좋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영업손실 78억원으로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점포 수 축소에 물류비·인건비 부담이 맞물리며 수익성이 악화된 모습이다.
업계 3위 세븐일레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수익성이 개선됐다 하기에 다소 민망하다. 3분기 영업손실은 16억원으로 여전히 적자이지만 전년 대비 적자가 84% 줄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따지면 매출은 9% 넘게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실은 442억원이다.
이마트24와 마찬가지로 점포 수 감소가 이어진다. 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2022년 1만4300개에서 2024년 1만2152개로 2년간 15% 감소했다. 미니스톱 인수 효과가 희석된 가운데 히트 상품 부족과 본부임차 중심 구조로 비용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세븐일레븐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은 거듭된 희망퇴직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조직 슬림화와 그에 따른 희망퇴직이 진행됐다. 수익성 개선 →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아직 만들지 못한 셈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수익 개선을 위해 매출 부진 점포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건 맞지만 문제는 그 속도”라며 “점포 수 축소 흐름이 지나치게 빠르면 물류 규모가 줄어들어 수익성 방어에 되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고해지는 ‘빅2’ 체제
구조조정 반사이익…실적 개선
업계 양강인 CU와 GS25는 남몰래 웃는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점포 수 경쟁을 펼치지는 못하지만 3·4위 구조조정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GS리테일 올해 3분기 편의점 매출은 2조4485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영업이익은 851억원으로 16.7% 개선했다. BGF리테일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7.1% 늘었다. 누적 기준 점포 수와 영업이익에서는 CU가, 매출에서는 GS25가 앞서 있는 가운데 연말 통합 1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업계 전체 매출 증가율이 평균 2%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강 성장세는 눈에 띈다. 민생회복소비쿠폰 효과 외에도 우량 점포 중심 출점·PB 제품·간편식 강화·중대형 점포 구성 확대가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점포를 정리하면서 생긴 ‘빈자리’ 역시 빅2에 기회로 작용한다. 편의점 출점 거리제한 제도와 과밀 경쟁 탓에 지난 몇 년간 마땅한 신규 출점 자리가 없었는데, 중위권이 후퇴하며 우량 입지 중심으로 빅2 점포 확보 여력이 커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 점주의 갈아타기 분위기도 뚜렷하다. 점주는 보통 5년에 한 번 재계약을 진행한다. 기존 브랜드를 유지할지, 아니면 타 브랜드로 갈아탈지 결정이다. 점주는 본사 물류 안정성·PB 경쟁력·마케팅 지원·재고 리스크 등을 복합적으로 비교한 뒤 브랜드를 선택한다.
그중에서도 브랜드 전환의 가장 큰 동기는 ‘현금성 지원’ 여부다. 브랜드는 저마다 우량 점포를 자기 편으로 끌어오기 위해 점주 몫으로 챙길 수 있는 총이익 비율을 늘려주거나 오픈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전략을 펼친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입장에서는 점주를 잡기 위해 내지를 수 있는 ‘실탄’이 부족하다. 모기업인 롯데그룹과 이마트 역시 상대적으로 비주력 계열사인 편의점을 돌볼 여력이 없다. 전력 투구로 1·2위 경쟁에 나서고 있는 CU·GS25와는 상황이 다르다.

핵심 제품 늘리고 매장을 쾌적하게
비효율 점포 위주 구조조정은 업계 공통 과제다. 동시에 매출과 수익성 개선도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PB와 간편식 등 최근 호조를 보이는 핵심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둘째 객단가와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결국 상품 경쟁력과 쾌적한 점포 만들기가 필수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구조조정 기조 역시 당분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격적 투자보다 체질 개선과 상품성 강화, 점포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외형 축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수익 개선에 더 치중한다는 의미다. 규모의 경제 역시 신규 출점에 따른 점포 수 확장보다는 기존점 매출 강화로 달성하겠다는 속내다.
세븐일레븐은 소기 목표는 달성했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고강도 점포 정리와 조직 슬림화로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매장 모델과 상품 경쟁력이 필수라는 인식이 내부에서도 강하다.
현재 회사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전략은 차세대 점포 포맷 ‘뉴웨이브’다. 패션·뷰티·신선식품·완구 등 기존 편의점 이미지와 다른 상품군 비중을 늘려 객단가를 높이는 방식이다. 뉴웨이브 모델 적용 매장 10곳 모두 기존 일반 점포 평균 매출을 웃돌았다. 명동점 리뉴얼 이후 일부 품목별 매출이 최대 30배까지 증가했을 정도로 성과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핵심 상권 중심으로 뉴웨이브 점포 수를 확대하고, PB 브랜드 ‘세븐셀렉트’로 외국인 관광객과 2030 소비층을 겨냥한 신상품 구색도 강화할 계획이다.
매출과 수익 모두 부진한 이마트24는 수익 구조 개편으로 변화를 모색 중이다. 올해 들어 정액제 중심이던 기존 가맹 수익 구조를 정률제로 전환, 매출이 늘어날수록 본사·점주가 함께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바꿨다. 본사 몫은 29%, 점주 몫은 71%다. 현재는 월 회비로 운영되는 개인임차형 점포 비중이 높아 정률제 전환 속도는 더디지만, 회사는 ‘저수익 점포 상생안’을 도입해 잔여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정률제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옵션을 추가했다. 점주 수익성을 높여 브랜드 이탈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본사 수익 구조 정상화를 기대하는 방향이다.
상품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이마트24는 기존 PB 상품을 모두 ‘옐로우(ye!low)’ 브랜드로 통합해 상품력이 분산되는 문제를 해결했다. 브랜드 출시 한 달 만에 PB 매출이 10% 이상 증가했다는 내부 집계도 나왔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8호 (2025.12.10~1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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