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타자 연봉이 3000만 달러? 숫자로는 설명하기 힘든 필라델피아-카일 슈워버 계약 [더게이트 MLB]

배지헌 기자 2025. 12. 10. 12:1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2세 지명타자에 5년 1억5000만 달러 제시
-DH 최고 연봉 기록, 기존 기록 1.5배 초과
-56홈런 폭발, MVP 2위로 몸값 급등
카일 슈워버(사진=MLB.com)

[더게이트]

지명타자가 연봉 3000만 달러를 받는 시대가 열렸다.

ESPN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10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카일 슈워버와 5년 1억5000만 달러(약 210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연평균 3000만 달러, 한화로 420억원이다. 내년 3월이면 33세가 되는 지명타자에게 주어진 금액으로는 상상을 초월한다.

슈워버 계약은 메이저리그 지명타자 역대 최고 계약이다. 기존 기록은 휴스턴의 요르단 알바레스가 2023년 받은 연평균 1920만 달러였다. 슈워버는 그 기록을 1.5배 넘게 경신했다. 보스턴의 전설 데이비드 오티즈도 전성기 최고 연봉이 1600만 달러였다.

슈워버는 지난달 3일 FA 시장에 나섰다. 보스턴, 볼티모어, 피츠버그, 심지어 고향 신시내티까지 러브콜을 보냈다. 피츠버그는 4년 1억2000만 달러를 제시했고, 신시내티는 5년 계약을 내밀었다. 볼티모어는 최종적으로 5년 1억5000만 달러를 제안했다고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전했다.

하지만 슈워버와 원소속팀 필리스 사이엔 암묵적 약속이 있었다. 필리스에게 다른 팀 제안을 맞출 기회를 주겠다는 것. 에이전트 케이시 클로스가 9일 밤 데이브 돔브로스키 단장에게 연락했고, 필리스가 볼티모어의 제안에 맞춰 오퍼하면서 잔류가 이루어졌다. 이를 두고 보스턴의 알렉스 코라 감독은 "그럴줄 알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카일 슈워버(사진=MLB.com)

연장계약 거절하고 FA 베팅, 대박 터뜨렸다

슈워버의 5년 계약은 과감한 베팅의 성공이었다. 올해초 필라델피아와 연장 협상을 벌였을 때 핵심 쟁점은 계약 기간이었다. 슈워버는 5년을 원했고, 필리스는 그만큼 주기 망설였다. 양측은 시즌 후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슈워버는 정규시즌 56홈런을 때려냈다. 내셔널리그 홈런왕과 타점왕(132타점)을 동시에 차지했고, MVP 투표 만장일치 2위에 올랐다. 타율 0.240, 출루율 0.365, 장타율 0.563로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162경기 전부 출전한 것도 커리어 처음이었다.

필리스는 봄에 연장 계약을 했다면 돈을 아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로만 보면 말이 안 되는 계약이긴 하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슈워버의 통산 WAR은 19.9승으로 현역 70위에 불과하다. 11시즌을 뛴 선수치곤 평범한 수치다. 수비에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지명타자 포지션 특성상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왜 필리스는 WAR 70위급 선수를 17위 연봉으로 묶어뒀을까. 디 애슬레틱의 제이슨 스타크는 "필리스가 뭔가를 말하려는 것"이라고 썼다. 슈워버가 로스터의 중심 인물이고, 그 없이는 우승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란 얘기다. 미국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필라델피아 팬들이 한목소리로 사랑하는 선수가 바로 슈워버다.

슈워버는 필라델피아에 뿌리를 내렸다. 델라웨어 밸리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지역 편의점과 아이스크림 회사, 양조장과 스폰서십을 맺었다. 자기 이름으로 세운 재단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소통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롭 톰슨 필리스 감독은 "우리는 항상 슈워버가 돌아오길 원했다"며 "내가 만난 대부분의 선수와 다르다. 훌륭한 선수일 뿐 아니라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클럽하우스의 심장 박동을 진정시킬 줄 안다"고 말했다.

마크 데로사 미국야구 대표팀 감독은 슈워버를 다가오는 2026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명단에 다시 불렀다. 그는 "슈워버가 내게는 케미스트리의 중심이었다. 슈퍼스타들로 가득 찬 방에 들어갈 때 긴장하지 않을 선수는 없다. 그런데 슈워버가 더그아웃에 있으면 모두가 편안해진다"며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말했다.
카일 슈워버(사진=MLB.com)

베이브 루스 넘보고, 500홈런 클럽 노린다

지난 4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슈워버보다 홈런을 많이 친 선수는 딱 한 명이다. 뉴욕 양키스의 슈퍼스타 애런 저지가 유일하다. 저지가 210개를 쳤고, 슈워버는 또다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함께 187개로 공동 2위다.

디 애슬레틱은 "슈워버가 2025년처럼 또 한 시즌을 보낸다면 베이브 루스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 한 팀에서 처음 5시즌 동안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 순위에서다. 슈워버는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4시즌 동안 187개를 쳤다. 여기에 56개만 더하면 243개가 되는데, 이는 베이브 루스가 양키스에서 처음 5년간 친 235개를 넘어서는 수치다.

슈워버는 현재 통산 340홈런을 기록 중이다. 500개 클럽 진입까지 160개가 남았다. 이번 계약 기간 동안 연평균 32개만 쳐도 도달한다. 슈워버는 지난 6시즌 연속 32개 이상을 쳤다. 필리스 프랜차이즈 역사에도 이름을 새기는 중이다. 앞으로 홈런 73개만 더 치면 2027년 6월쯤 델 에니스(259개)를 뛰어넘어 역대 3위에 오른다. 1위는 마이크 슈미트(548개), 2위는 라이언 하워드(382개)다.

더 놀라운 건 필리스 소속으로 활약한 기간이다. 필리스가 FA로 영입한 선수 중 9시즌 이상을 뛴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현재 기록 보유자는 팀의 간판 브라이스 하퍼로 7시즌째를 막 마쳤다. 트레아 터너도 11년 계약 3년 차다. 슈워버는 그 기록을 넘어설 예정이다. 필리스 역사가 다시 쓰이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메이저리그 전체 2위 승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디비전시리즈 LA 다저스 상대 11회 실책으로 무너지며 시즌을 마감했다. 월드시리즈가 끝나자마자 필리스는 슈워버 재계약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번 계약으로 그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필리스는 트레아 터너-슈워버-브라이스 하퍼로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상위 타선을 유지하게 됐다. 내년 시즌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터질 슈워버의 홈런포, 그리고 슈워버가 쌓아올릴 기록의 행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Copyright © 더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