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이스피싱범' 도주 도와준 법무부 출국금지 조회 서비스

안현주 2025. 12. 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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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온 보이스피싱 일당이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회 서비스 도움으로 수사망을 피해 달아났다.

10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의 추적을 받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 등 4명은 최근 법무부 출국금지 통보 요청이 승인된 다음 날 동시에 잠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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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의자 출국금지 여부 '하이코리아'서 검색 가능...수사 정보 유출 구멍, 시스템 정비 필요

[안현주, 배동민 기자]

 법무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구축해 지난 2006년 8월 1차 서비스를 개시한 '하이코리아' 홈페이지. 빨간색으로 표시된 '한국인 전용 '출국금지 여부 조회'를 통해 주민등록번호와 공동인증서 등 본인인증을 거치면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 홈페이지 캡처
수십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온 보이스피싱 일당이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회 서비스 도움으로 수사망을 피해 달아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강력 대응 지시로 국무총리실 주관 범정부 종합대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 시스템 허점을 사기 조직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의 추적을 받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 등 4명은 최근 법무부 출국금지 통보 요청이 승인된 다음 날 동시에 잠적했다.

법원으로부터 실시간 위치 추적과 체포 영장까지 발부받아 이들을 쫓아온 수사팀은 조직원 전체가 일시에 대포폰을 끄고 잠적하자 부랴부랴 은신처를 급습했으나 텅 빈 사무실만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후 추가 조사를 벌인 경찰은 다른 조직원으로부터 출입국 민원 전자정부 사이트인 '하이코리아'(https://www.hikorea.go.kr)에서 자신의 출국금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진술을 접했다.

경찰은 이들의 검거에 앞서 법무부에 출국금지와 함께 "수사 중인 만큼 해당 대상자에 대해 3개월 통지유예"를 요청했지만, 이들의 수사 상황이 그대로 '하이코리아' 조회로 노출된 것이다.

다른 조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캄보디아 등을 오가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하이코리아를 통해 틈틈이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한다"며 "출국금지가 됐다는 건 수사망에 노출됐다는 말과 같아서 그 즉시 대포폰을 폐기한 뒤 잠적한다"고 진술했다.

법무부 "출국금지 통지유예 상관없이, 하이코리아서 조회 가능"
 캄보디아에서 해를 거듭할 수록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주식리딩방 등 불법취업사기가 늘어 있어 필리핀과 태국과 같이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현지 교민사회에서 일고 있다.
ⓒ AI 이미지
법무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구축해 지난 2006년 8월 1차 서비스를 개시한 '하이코리아'는 외국인에게 출입국, 투자, 노동, 생활편의 정보를 제공하는 전자정부 사이트이다.

외국인 서비스 외에도 한국인 전용 '출국금지 여부 조회'를 통해 주민등록번호와 공동인증서 등 본인인증을 거치면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법무부는 수사기관의 요청 시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해 범죄 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을 경우 대상자에게 출국금지 통지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하이코리아'에서는 통지를 유예한 피의자들의 출국금지 내용이 그대로 유출되고 있다.

사실상 수사 정보를 피의자들에게 알려주는 꼴이다.

법무부는 "출국금지 통지유예와 상관없이 그 대상자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출입국관서를 방문하거나, 하이코리아 웹사이트를 통해 본인의 출국금지 여부 조회가 가능하다"고 사실상 시스템의 허점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대포폰을 사용해가며 수시로 은신처를 옮기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은밀하게 쫓느라 온갖 고생을 해왔는데, 허망하게 피의자들을 놓쳤다"며 "범죄 피의자들에게까지 친절하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출입국 민원 서비스인지 의문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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