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맺은 네이버-두나무…내수 한계 뛰어넘을까
한정된 파이-치열해진 경쟁 넘어설까
네이버 금융계열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잠깐용어 참조)을 결의했다. 최종 마무리까지는 정부 심사와 주주총회 특별 결의가 남았다. 주주총회는 내년 5월 22일로 예정됐다. 재계는 국내 간편결제 1위 사업자와 가상자산 1위 거래소의 혈맹이란 점을 주목한다. 양 사 빅딜 배경에는 ‘내수 탈피’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네이버와 두나무는 ‘반쪽짜리 빅테크’에 가까웠다. 기술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선 확실한 영향력을 뽐낸 반면, 글로벌 시장에선 미미한 존재감을 보여서다. 더군다나 양 사는 최근 내수 한계가 가시화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양 사도 최근 네이버 1784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을 강조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 전문경영인 최수연 네이버 대표·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오경석 두나무 대표 등 주요 경영진 5인은 간담회에서 ‘글로벌’ ‘세계’ 키워드를 수십 차례 반복했다.
특히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를 두고 외부에선 공룡이라 부르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그렇지 못하다”며 “시가총액이든 무엇이든 100분의 1 수준으로 작은 회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는 유일한 이유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꿈과 사명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또 한 번 내수 시장을 겨냥한 빅딜이란 시선도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등에 힘을 쏟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양 사가 이렇다 할 글로벌 시장 진출 비전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혈맹의 시작점은 네이버였다. 이해진 의장이 먼저 손을 건넸다. 이해진 의장은 “외부에서는 송 회장이 제 과 후배다 보니 오랜 친분이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나이 차이가 있어 제대로 알게 된 지는 2년”이라며 “송 회장과 최수연 대표가 사업 얘기를 많이 했고, 그 과정에 저도 들어가 만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적인 면은 물론이고 기술적 부분이 네이버나 한국 소프트웨어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기업 융합을) 제안하게 됐다”고 전했다.
송치형 회장은 “너무 큰 결정이라 제 인생에서 가장 길게 고민했고, 힘을 더할 때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빅딜이 급물살을 탄 배경을 두고 재계는 네이버와 두나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네이버는 검색(포털)·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고성장을 일궜으나 ‘골목대장’ 꼬리표가 붙을 만큼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다.
경쟁 강도도 심해졌다. 시장 파이는 한정됐는데, 파이를 나눠야 할 경쟁자만 늘고 있는 꼴이다. 네이버의 핵심 사업인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60%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때 80% 수준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낙폭이 크다. 사용시간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밀린다.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가 검색엔진을 대체하는 현상도 나타나 우려가 크다. 핵심 수익원으로 떠오른 커머스도 과제는 있다. 쿠팡이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있는 동시에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 버티컬(특정 카테고리 특화) 영역 업체들이 영역을 확장 중이어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 침투도 골칫거리다.
본업이 내수 한계를 마주한 상황, 새 먹거리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분야도 썩 만족스럽진 못하다. 네이버의 AI 전략 방향성은 뚜렷하다.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빅테크와의 직접 경쟁. 일명 ‘소버린 AI’다. 자사 서비스에 직접 개발한 LLM을 적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빅테크 존재감이 옅은 비영어권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AI 시장의 특수성이다. AI는 투자 규모가 성과로 직결되는 ‘머니 게임’ 시장이다. 네이버는 내년부터 매년 1조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는 등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연간 매출이 약 10조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투자다. 하지만 머니 게임이 펼쳐지는 글로벌 AI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면 미미한 수준이다. 빅테크는 AI 관련 설비투자로만 수십조원을 쓰고 있다. 빅테크 대부분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연간 CAPEX(자본지출·Capital Expenditures)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투자를 늘린다는 의미다.

‘무더기 신규 상장’…1년 새 27 → 76개
두나무도 상황은 비슷하다. 운영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가상자산 중개업 특성상 내수 시장에 한정됐다. 더군다나 최근 가상자산 시장 상황이 업비트에 썩 만족스럽진 못하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보다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중심이다. 업비트 역시 알트코인 거래 수수료가 핵심 수익원이다. 문제는 알트코인 가격 추이가 심상치 않단 점이다. 그동안 알트코인은 이른바 비트코인 ‘낙수 효과’를 누렸다. 비트코인이 오르면 알트코인도 오르는 ‘동조화’ 현상이 펼쳐졌다. 그런데 올해를 기점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도 알트코인이 이렇다 할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비트코인 낙수효과는 거의 사라졌다”며 “오히려 하락 국면에서만 동조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알트코인 공급이 과잉 수준까지 치달아 관심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승인되면 알트코인 투자자 자금은 거래소가 아닌 증권사로 쏠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최근 업비트의 무더기 알트코인 상장도 달라진 시장 분위기와 연관짓는다. 업비트는 올해(12월 3일 기준) 76개 알트코인 신규 거래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연간 27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50개 가까이 늘었다. 앞선 관계자는 “거래량 감소의 반대급부로 ‘무더기 상장’이 펼쳐진 것”이라며 “증시도 마찬가지지만 가상자산 시장도 신규 상장 코인엔 단기 유동성이 쏠리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나스닥 상장’은 예정된 수순
다만 양 사 혈맹의 첫 단계는 또 한 번 내수 시장일 가능성이 높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겨냥하고 있어서다.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특정 자산에 코인을 연동해 가격이 안정적(Stable)으로 유지될 수 있게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추진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는 물론이고 은행권에서도 해당 시장 선점을 준비 중이다.
관련 업계는 네이버-두나무 빅딜로 양 사가 주도권을 쥘 것으로 내다본다. ‘발행-충전-결제-정산’을 하나로 묶는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서다. 구체적으로 네이버페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업비트는 유통을 맡고, 이를 네이버 쇼핑 결제 등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
문제는 ‘넥스트 스텝’의 부재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어디까지나 내수용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장밋빛 전망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화가 이뤄지면 양 사가 자연스레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지배 중인 상황에서 기축통화도 아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뚜렷한 글로벌 수요가 있을지 미지수다.
관련 업계는 ‘나스닥 상장’이 본격화될 시점에야 글로벌 비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나스닥 상장은 예정된 수순으로 평가된다. 그간 두나무가 나스닥 상장을 준비해왔다는 점과 재무적투자자(FI) 회수 통로 마련 때문이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을 근거로 FI와 나스닥 상장 협의가 진행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반대 주주가 회사에 일정 가격으로 주식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다. 양 사는 주주들의 매수청구권이 각각 1조2000억원을 넘길 경우 주식교환을 취소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다. 네이버파이낸셜 주주는 네이버(69%)외 미래에셋그룹(30%)이다. 두 곳 모두 빅딜을 찬성해 문제없다. 반면 두나무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8%),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등 주주 구성이 다양하다. 이 중 8% 주주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1조2000억원 이상이다. 단순 계산으론 카카오인베스트먼트 한 곳만 반대해도 빅딜이 멈춰 설 수 있는 셈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만 보면 두나무 주주는 엑시트를 해야 한다. 배당 성향이 높던 두나무와 달리 네이버파이낸셜 배당 성향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양 사가 예상보다 적은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을 걸어둔 건 두나무 FI와 나스닥 상장 등을 조건으로 사전 협의가 진행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 상장을 향한 양 사 경영진의 열린 자세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 힘을 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나스닥 상장이나 합병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고, 만약 상장을 하더라도 주주가치 제고 같은 본질적 목표를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딜의 특성 자체가 네이버파이낸셜을 자회사로 분리해서 상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네이버파이낸셜보다 더 큰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와 협력해, 필요하다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자본 시장 접근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사는 당분간 주식교환 절차 마무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금가분리’ 원칙이다. 금가분리는 금융업과 가상자산업을 명확히 분리해 운영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쉽게 말해 금융사는 가상자산을 직접 취급할 수 없고 가상자산 사업자도 금융 상품이나 예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가상자산 시장 충격이 전통 금융 산업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업계는 최근 정부 차원에서 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양 사 빅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최악의 경우 포괄적 주식교환 일정이 지연되는 정도일 것으로 내다본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도 주요 변수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와 국내 1위 핀테크 기업인 네이버파이낸셜은 각각 산업군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만큼, 독과점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잠깐용어 *포괄적 주식교환 | 모회사-완전 자회사 구조를 목적으로 회사 간 주식을 포괄적으로 교환하는 행위다. 모회사가 될 회사(네이버파이낸셜)는 다른 회사(두나무) 주식을 모두 넘겨받는다. 이후 모회사는 자사 신주를 발행하거나 기존 보유 주식을 완전 자회사의 주주들에게 지급한다. 완전 자회사 주주들이 모회사의 새로운 주주가 되는 형태다. 사실상 합병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8호 (2025.12.10~12.1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사람 때문에…테슬라 좇다 스텝 꼬인 현대차 [재계톡톡]- 매경ECONOMY
- 혈맹 맺은 ‘골목대장’ 네이버-두나무…드디어 글로벌 K빅테크 탄생?- 매경ECONOMY
- 정통 미국식 수제버거 ‘왁버거(WAK BURGER)’ 첫선- 매경ECONOMY
- 아시아나 마일리지 활용법…10명 중 3명 “대한항공 전환 안 해” [데이터로 보는 세상]- 매경ECON
- “비트코인 2배 오른다고?”…JP모건, 사상 최고가 전망 왜?- 매경ECONOMY
- 2026년 코인 시장 전망은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 성과급만 1억? ‘태원이형’ 칭송받지만…- 매경ECONOMY
- ‘시그널2’ 앞두고 초대형 악재…‘소년범’ 조진웅 은퇴에 CJ ENM 직격탄- 매경ECONOMY
- 기업 화두로 떠오른 GEO 마케팅 ‘꿀팁’…챗GPT가 좋아하는 것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 ETF 자금 줄줄이 이탈…비트코인 손 떼는 기관투자자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