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손에 '보완수사권'이란 위험한 불씨 남겨선 안 된다
[서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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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퇴 요구와 관련한 언론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진은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기. 2025.11.12 |
| ⓒ 연합뉴스 |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위헌적인 내란을 시도하고, 한국 사회를 70년대 독재 시대로 되돌리며 장기집권을 획책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과감한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 역사의 아이러니라 평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는 검찰개혁 TF가 꾸려져, 검찰개혁을 제도적으로 완결하기 위한 법안 마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안으로 수사-기소 분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필자는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자문단에 소속되어 법안 마련을 위한 내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내부 토의 상황을 발설할 수는 없지만, 이 지면을 빌려 개인 의견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보완수사권, 검찰의 마지막 카드
짐작하다시피, 남은 쟁점 중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것은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길지 여부다. 새로 공소기관으로 태어날 검찰은 보완수사권 확보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어떻게든 직접수사권의 한 자락이라도 남겨두어 향후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와 명분을 붙이더라도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검찰에 직접수사권을 남기는 것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의 대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후일 조금씩 불길이 번져 타오를 수 있는 위험한 불씨를 남기는 것과 같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 희망을 걸고 있다. 당시 대통령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앨 수는 없고, 장은 필요하니 장독은 두되, 구더기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다수 언론은 이 발언을 검찰의 권한 남용 우려(구더기) 때문에 보완수사권 자체(장독)를 전면 폐지하는 건 곤란하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박용현 <한겨레> 논설위원은 지난 9월 15일 발행된 '구더기 퇴치와 보완수사권'에서 이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여기에서 구더기는 수사·기소권을 독점하며 정치적으로 사건을 만들거나 키우거나 덮어버렸던 '정치검찰'을 그리고 장독은 형사사법 시스템 자체를 가리키는 말일 것입니다."
검찰의 문제 때문에 검찰이 참여하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없앨 수는 없지만, 앞으로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가진 구더기 정치검찰은 생기지 않도록 고쳐야 한다는 것이 이 대통령 발언의 진의라는 것이다.
필자도 이러한 해석이 옳다고 본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장독은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 구더기는 기소권 외에 수사권을 한 손에 쥐고 권한을 남용하여 장맛(형사사법 시스템)을 더럽히는 검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고 본다.
수사, 기소, 재판이 분리된 현대의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기소권을 가진 검찰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과거처럼 수사권까지 행사하며 시스템을 더럽힌 검사는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제도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이것이 국민주권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 다수가 원하는 올바른 검찰개혁의 목표라 할 것이다.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길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검찰이 이를 핑계로 현재 보유한 수사인력을 그대로 보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완전한 검찰개혁은 수사-기소 분리를 제도적으로 완성할 뿐 아니라 검찰에서 수사인력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제거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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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 ⓒ 연합뉴스 |
반면 한국 검찰은 검사 약 2300명과 수사관 약 7000명을 보유해 중요한 사건을 독점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이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보완수사권을 이유로 검찰이 언제든 수사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완수사권을 핑계로 수사전력을 보존하려는 검찰의 감춰진 속셈을 무위로 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완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남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스폰서로부터 별장 성접대를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다. 경찰은 성접대 사건과 관련한 비디오 증거와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는 보완수사를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사는 불기소 처분 사유 중 하나로 영상 속 인물을 김학의로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피해자들을 여러 차례 소환해 이미 경찰에서 충분히 조사된 사항을 반복 심문하고, 심문 때마다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이유로 신빙성을 낮게 평가했다.
처음부터 불기소의 이유를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복 심문을 하였다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반복 심문과 증거 확인 과정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검사가 의도적으로 불기소했는지에 대한 공식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성남FC 제3자 뇌물수수 사건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애초 무혐의 처분을 내렸음에도,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기소했다. 검사가 마음먹으면 보완 단계에서 얼마든지 유죄를 무죄로, 무죄를 유죄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검사는 마음먹으면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을 키우고 확장해 나갈 수도 있다. 법에는 흔히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사가 보완수사를 하도록 규정하지만, '동일성'의 개념은 외연이 분명하지 않은 모호한 개념이다.
한 예로, 윤석열 정권의 검찰은 <경향신문>과 <뉴스타파> 소속 언론인들의 윤석열 관련 명예훼손 사건 수사에서 – 검사는 법적으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에도 – 법이 아닌 대검 예규를 근거로 동일성 개념을 법 규정보다 확장하여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감행한 사례가 있다.
지난 9월 국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김필성 변호사는 이 같은 위험성을 지적했다.
"사실 보완수사권을 주면 수사의 특성상 계속 확장될 수밖에 없거든요. (동일성을 판단하는) 직접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 수사단계에서 판단할 주체는 검사라고 주장할 겁니다. 직접수사권이 인정되는 순간 검사의 수사권을 통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어집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하는 단계에서 검사 출신 전관변호사와 현직 검사 간 검은 거래(전관예우 비리)가 자리 잡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아마 검사 출신 전관변호사들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악착같이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을 것이다.
공소청 검사의 역할만 남겨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소청 검사의 직접보완수사는 전면 금지하는 것이 옳다.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목적에서만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송치사건에 대한 직접보완수사는 최초 사건을 수사한 기관(경찰청 국사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청)이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에 보완수사 기한을 3개월로 못 박거나 원래 수사관이 아닌 다른 수사관이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권을 행사하며 송치 사건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갈 가능성이 남게 된다. 이 경우, 검찰은 기소권 외에 수사권까지 가진 기관으로서 여전히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며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을 지배할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구현을 위한 각종 개혁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무총리실 검찰개혁 TF에서 성안되고 있는 공소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공소청 검사에게 철저하게 기소관의 역할만 부여되어야 한다.
검사들도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선한 사람들일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개인의 인품과 관계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쥔 검사는 결코 선할 수 없다. 검사들에게 빈틈을 보이는 순간 짧으면 수년 내, 길어도 다음 정권 내에는 다시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 검찰개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장맛(형사사법 시스템)을 더럽히던 구더기의 탄생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서보학 인권연대 운영위원은 현재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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