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고갈된 독일, 새 정년제도 검토…근로 기간 따라 은퇴시점 달라

독일 정부가 정년을 ‘나이’가 아닌 연금 보험료 납부 기간(기여 연수)에 연동하는 새로운 은퇴제도 도입을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연금 고갈 위험에 맞닥뜨리면서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7일(현지시간) 정부가 실제 노동 생애를 기준으로 은퇴 시점을 결정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고령화로 급증하는 연금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베르벨 바스 노동장관은 전날 ARD 인터뷰에서 “획일적인 정년이 아닌 실제 기여 연수를 기준으로 은퇴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이 더 공정하다”며 이 제도를 두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만약 누군가 16세에 직업훈련을 시작해 오랜 기간 사회보장 시스템에 납부했다면 더 일찍 은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반대로 학업 등으로 늦게 노동시장에 진입해 뒤늦게 기여를 시작한 사람은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찍 기여하면 일찍 쉬고, 늦게 기여하면 더 오래 일한다’는 원칙이다.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의 개인 고문인 옌스 쉬데쿰 뒤셀도르프대(경제학) 교수 역시 “정년을 일률적으로 70세로 늘리는 발상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 제도가 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학 교육을 거쳐 늦게 취업하는 계층과 16~18세부터 직업훈련을 시작하는 계층 간 누적 근로기간 차이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새로 꾸려질 연금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기여 연수 기간 등 방안을 정식 검토할 예정이다. 내년 중반까지 입법 제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출산율 저하가 겹치며 연금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연금 수급 연령 조정, 보험료 인상, 특별기금 조성 등 여러 개혁안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66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상향하려는 시도는 ‘쉴 권리’(Recht auf Ruhe)를 중시하는 여론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 개혁의 또 다른 축인 연금 소득대체율 하한 유지 법안(연금 패키지)이 지난 5일 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연금수준 안정화 및 세대자본법’ 개정안이 찬성 318표를 받아 가결돼 연금 수령액의 소득대체율을 2031년까지 최소 48%로 유지하게 됐다. 기존 규정은 올해까지만 하한을 보장하고 있었으며, 폐지될 경우 베이비부머 은퇴로 2040년 대체율이 44.9%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논란이 됐다. 통과된 연금 패키지에는 양육 기간 3년을 출생연도와 관계없이 보험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67세 이후 계속 일할 경우 소득세 일부를 면제하는 등의 조치도 포함됐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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