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광주 꺾고 코리아컵 우승... K리그 씁쓸한 민낯 드러난 결승전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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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코리아컵 우승, 이승우의 댄스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전북현대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 우승을 차지한 전북현대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12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전북현대가 광주FC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2-1 승리를 거뒀다. 양팀은 전반 전북 이동준의 선제득점, 후반 광주 프리드욘슨의 동점골로 90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연장 전반 추가시간에 교체 투입된 전북 이승우가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북은 앞서 올시즌 K리그1에서 4년 만에 왕좌에 오르면서 통산 10번째로 최초의 두 자릿수 우승을 달성했다. 여기에 6번째 코리아컵 우승 트로피도 거머쥐며 2025시즌 '더블(2관왕)'을 이뤄냈다. K리그1에서 우승에도 불구하고 MVP를 아쉽게 놓쳤던 박진섭은 대신 코리아컵 MVP를 차지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추락했다가 기사회생한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첫 해에 K리그1와 코리아컵 모두 최다우승 기록을 경신하며 명가의 부활을 알렸다.
이정효 감독의 광주는 비롯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최초의 ACLE 8강 진출과 코리아컵 결승행, 안정적인 1부리그 잔류(9위)에 성공하며 다시 한번 시민구단의 저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날 코리아컵 결승은, 내용면에서는 그야말로 역대 최악의 결승전 중 하나라고 할 만큼 내내 혼란스럽고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양팀 합쳐 옐로카드가 13장, 3명 퇴장
양팀 모두 우승이 걸린 경기에서 긴장한 탓인지 초반부터 거친 플레이가 속출했다. 양팀 합쳐 옐로카드가 13장이나 쏟아졌고, 선수와 감독을 합쳐 무려 3명이나 퇴장을 당했다.
전반 40분 이정효 광주 감독은 심판 판정에 크게 흥분하여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옐로카드에 이어 레드카드까지 연달아 받고 퇴장당했다. 이 감독은 심판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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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돌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에서 전북 이승우가 광주 조성권에게 파울을 당해 넘어지자 양팀 선수들이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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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전반 11분에는 전북 이승우와 볼 경합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던 광주 조성권이 흥분하여 어깨를 사용하여 고의적으로 가격하는 보복행위를 저질렀다. 결국 조성권은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상대 퇴장 유도와 결승골을 이끌었던 이승우 역시 연장 후반 2분 광주 권성윤의 머리를 몸으로 들이받는 위험천만한 파울을 저지르며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이승우와의 충돌로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힌 권성윤은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김진호와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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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판 비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전북현대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 심판상 시상식 도중 전북 현대 팬들이 심판진를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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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팬들은 최근 경기중 인종차별 제스처 논란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타노스 코치가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한 데 크게 실망하며 심판에 대한 분노가 격앙된 상태였다. 전북 서포터즈는 이날 경기전부터 심판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대거 들고 나왔다. 타노스 코치의 인종차별 혐의를 부정하며 옹호하는 걸개도 있었다.
전북팬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시즌 내내 심판 판정 때문에 각종 불이익을 받았다는 피해의식이 높아진 상황이었는데, 우승 감독과 코치마저 잃을 처지에 몰렸으니 화가 날만 했다. 이날 경기 중에도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격렬한 야유가 쏟아졌다.
심판을 향한 험악한 분위기는 결승전 이후 벌어진 코리아컵 시상식에서도 이어졌다. 심판상을 시상하는 순서가 되자, 관중석에서 박수는 커녕 단체로 비난 구호가 쏟아졌다. 여기에는 전북 팬들만이 아니라 광주팬들조차 너나할 것 없이 호응했다.
어색하고 민망한 분위기에서 심판들은 수상의 기쁨은 커녕, 도망치듯 황급하게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축구계에서 심판을 향한 신뢰가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또한 코리아컵 우승 직후 거스 포옛 감독도 구단에 계약해지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당초 포옛 감독과 전북의 계약기간은 내년까지였다. 시즌 내내 K리그의 심판과 오심 문제를 지적하며 본인도 징계까지 받았던 포옛 감독은, 최측근인 타노스 코치가 인종차별 혐의로 연맹의 중징계를 받은 데 큰 충격을 받으며 전북을 떠나는 결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여러 오심 논란속에서도 2관왕을 차지했던 전북으로서는 기쁨을 즐기기도 전에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었다. 최근 존중과 신뢰가 사라진 K리그에서 승자 전북도 패자 광주도, 그리고 심판까지도, 누구 하나 마음껏 웃을 수만은 없었던 씁쓸한 결승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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