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권력 거침없이 깐다" 보수와 밀착하는 '진보논객' 진중권

박준규 2025. 12.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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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가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진중권 동양대 디자인학부 교수와 보수 진영의 접촉면이 눈에 띄게 넓어지고 있다. 맹목적 비난을 확산하는 유튜버는 많지만 정부·여당을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논객을 찾기 어려운 보수 진영의 환경과 12·3 계엄에 대한 성찰이 작동하지 않는 국민의힘의 상황이 진 교수의 활동 공간을 열었다는 평가다.

진 교수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유튜브 등을 통해 ‘빚투’ 의혹에 휩싸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갑질’ 논란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강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여당이 추진중인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삼권분립 위배”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지난 11월에는 페이스북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6000~7000억원 규모의 국고 손실로 언젠가는 특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상계엄에 가담한 공직자 색출을 위해 발족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에 대해서도 “북한의 규찰대·5호 담당제와 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규찰대와 5호 담당제는 주민끼리 서로 감시하게 하는 북한식 통제 체계다. 지난 2일 시사저널TV에 나와서는 “‘내란 프레임’ 구호를 반복하는 건 적폐청산에 매달리다 스스로 무너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같은 행태”라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지난 10월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유튜브 캡쳐

자연스레 진 교수와 보수 진영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진 교수는 지난 10월 박형준 부산시장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며 “(민주당의) 입법 독재가 사법부를 거쳐 국가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진 교수와 정부·여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유사하고, 합리적 대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개혁신당이 개최한 대선 평가 세미나에 초청돼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을 적으로 돌려놓고 어떻게 보편 정당을 지향하느냐”고 지적했다.

대표적 진보 논객이었던 진 교수가 보수 진영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주최 토론회에서는 “야당 역할을 저 혼자 했다”고 직격했다. 당시 진 교수는 미래통합당이 고전하는 사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거세게 비판하며 보수 지지층의 호응을 얻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도 ‘국민 면접관’으로 참여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후보들을 검증했다.

보수 진영에서 진 교수가 각광받는 배경에 대해 개혁신당 관계자는 “진 교수는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한다”며 “정부·여당의 실정을 진 교수처럼 날카롭게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비판하는 탓에 진 교수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경험이 없는 평론가의 얕은 시각에 따라 정당 행보가 흔들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지난 11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박민영 대변인의 사의를 반려하자 “인재(?)가 인재(?)를 알아본 것”이라며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박준규 기자 park.junky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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