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연봉 6800만원"…AI시대, 英·美 뜨는 뜻밖 직업
“AI 공장을 짓기 위해선 수십만 명의 전기기사·배관공·목수가 필요합니다.”(젠슨 황 엔비디아 CEO, 10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연설 중)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영국·미국 등에서 직업 이동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사무·전문직 대신 배관공·전기기사·건설 기술자 등 블루 칼라 기술직으로 말이다.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가에 따라 직업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영국에선 대학 대신 칼리지(16세까지 의무 교육을 마친 후 대학 입시 준비나 전문적인 훈련을 받기 위해 가는 2년제 교육기관)와 직업학교를 선택하는 청년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인 유나이티드 칼리지 그룹(United Colleges Group)에선 최근 3년간 공학·건설·빌트 환경 과정 등록률이 9.6% 늘어났다. 반면 대학 학부 등록률은 2023~2024학년도에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며 10년 만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고등교육통계청이 밝혔다. 한 칼리지 대표는 “AI 확산과 학비 부담이 겹치며 손으로 하는 기술직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기술직으로 진로를 바꾸는 청년의 사례도 늘고 있다. 런던의 시티 오브 웨스트민스터 컬리지(CWC)에 다니는 한 18세 배관공 교육생은 “AI와 협업하겠지만, 현장 판단과 손기술은 인간 몫”이라며 고령화된 노동시장 속에서 기술직 수요가 지속할 것이라고 통신에 말했다. 한 20대 열펌프 설치 기사는 “새벽에 고장 난 보일러를 AI가 고쳐주지 못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학을 가지 않고 학자금 빚 없이 20대 초반에 연 3만5000파운드(6805만원) 이상을 벌고, 집을 산 청년의 사례도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서 소개됐다.

최근 영국 최대 노총(TUC)이 자국민 2600명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절반이 “AI가 일자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 답했으며, 특히 25~35세의 불안감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고임금 전문직 대신 상대적으로 AI 자동화 가능성이 낮은 기술직을 택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봤다.
다만 AI가 치명타를 주는 구체적인 직업군을 두고 아직까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영국 정부는 경영컨설턴트·법률가 등 일부 전문직을 AI 대체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반면 영국 국가교육연구재단(NFER)은 2035년까지 미숙련 직무 300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문직·준전문직 수요가 오히려 늘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청년층(20~24세) 실업률은 2024년 말 7.5%에서 2025년 8월 9.2%로 상승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반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22~25세 고용률은 2022년 하반기 정점을 찍고는 내려 앉았다. 현재는 고점 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드 작성·기본 분석 등 체계화된 지식 기반 업무가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직업학교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기관인 내셔널 스튜던트 클리어링하우스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직업학교 입학률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직업학교 유니버설 테크니컬 인스티튜트(UTI)의 신규 입학률도 11% 증가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배관 훈련센터에는 교사·사무직·회계사 출신 등 화이트칼라가 배관공·냉난방 기사로 전직한 사례도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명문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배관공이 되어 수입이 3배로 늘었다는 한 40대의 사연을 전하며 “AI 때문에 사무실에서 현장으로의 이동이 가속되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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