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에도 헌법적 한계가 있다
[정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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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또한 이 대통령은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 헌법적 결단"면서 "이걸 (위반하는 것을) 방치하면 헌정 질서 파괴 뿐만 아니라 종교전쟁 비슷하게 될 수도 있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일본 정부의 종교재단 해산 명령 청구 사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사례는 2023년 10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종교법인법을 근거로 통일교 재단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법원에 청구한 사건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도쿄지방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여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내렸고, 통일교가 4월 이에 불복해 항고해 상급심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종교법인법을 통해 종교법인을 별도로 관리한다. 반면 국내법엔 종교단체 관련 법인을 별도로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일반적으로 법인에 적용되는 법 조항인 민법 제38조를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종교재단 해산의 법적 근거로는 정교분리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0조 제2항과 법인의 설립 허가 취소에 관한 민법 38조가 고려될 수 있다. 민법 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해 종무를 관할하는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해당 종교법인이 정치적 행위를 함으로써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배했다고 판단하면 법인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측이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해산과 관련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 엄격한 기준 적용해야
실제로 과거 2020년 3월 서울시는 신천지 측 사단법인 '새하늘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교선교회' 등 관련 법인들에 대해 공익을 현저히 해하고 설립 목적 외 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이는 주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방역 활동 방해 및 정부 지침 미준수 등과 관련된 조치였다. 신천지 측은 서울시의 법인 취소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으나, 항소심(2심)과 최종심(서울시의 상고 포기)에서는 신천지 관련 법인들이 잇달아 승소했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법원이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당연하다. 종교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종교 활동과 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제한으로, 당연히 헌법상 비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이 준수돼야 하기 때문이다. 비례의 원칙은 공권력 행사의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성이 지켜져야 하고, 따라서 긴절한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하여 최소한도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적절한 제제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통일교 등의 정교분리 위반 및 정치권 로비 의혹은 그 위헌성의 정도와 부정적 파급력, 역사성과 지속성, 위반의 광범위성과 심각성 등을 감안할 때 설립허가 취소를 검토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만일 현재 수사 중인 비위 행위들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충분히 해산 사유에 해당되며,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종교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이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즉 종교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질서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종교의 자유 중에서 내면적인 자유에 해당하는 신앙형성의 자유는 그 성질상 공익이나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종교재단 설립 내지 종교 결사의 자유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신앙실현의 자유는 신앙을 외부로 실천하는 행위로서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법적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한 중 하나가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이다. 헌법 제20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해 국교부인과 정교분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모든 민주국가에서 인정되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한계다. 따라서 종교의 정치에의 관여 내지 직접 참여는 철저히 금지된다.
예컨대 미국은 역사적·문화적으로 기독교를 기반으로 건국되었다고 평가되지만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이 준수되고, 역시 역사적·문화적으로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 이것 그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위 사례에서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종교 단체 및 종교인들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언제부터인가 일부 종교집단 및 종교인은 정치적으로 반민주·독재·극우 세력과 결탁하여 부정·부패의 고착화에 일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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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한학자 총재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기도회가 13일 오후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앞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계 초종교 성직자 평화랠리 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수갑을 차고 한학자 총재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종교자유를 위한 세계 초종교 성직자 평화랠리’는 세계기독교성직자협의회(WCLC), 대한민국기독교성직자협의회(KCLC), 사단법인 한국종교협의회(KRA),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FFWPU)이 공동주최한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
| ⓒ 권우성 |
또한 우리 모두가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목도했듯이 상당수의 종교인들이 윤석열 탄핵 반대와 헌법재판소와 서부지법 공격,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비난, 선거 개입 등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보여 왔다. 이는 명백한 정교분리 원칙 위반이다. 과거부터 정경유착이 우리 사회의 병폐로 비난받아 왔는데, 이제는 정교유착이 또 하나의 병폐가 됐다. 정치권 역시 종교인과 종교단체를 이용해 자신들의 지위와 이권을 확장해 왔고, 일부 종교인과 종교단체도 정치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탐욕을 채워나갔다.
만일 통일교단의 비리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러한 행태는 목적 외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당연히 민법 제38조의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주무관청에 의해서 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다양한 정교분리 원칙 위반의 행태(예컨대 특정 정당에 특정인을 후보자로 당선시킬 목적으로 교인들을 대거 가입시킨다든가, 불법로비자금을 제공한다든가, 서부지법 폭동사건에서 보듯이 명백히 불법적인 위헌·위법행위를 조정·사주한다든가, 선거에서 영향을 미칠 의도로 종교행사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 또는 비난하는 행위 등)로 비난받아 온 다른 종교 단체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태들은 모두 위헌·위법한 행위이자 타인의 기본권과 공익을 해치는 것으로서 헌법상뿐 아니라 종교의 자유의 이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종교 그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종교인을 처벌함은 물론, 그 해당 종교재단을 해산하는 것은 헌법정신이자 동시에 '종교의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종교의 자유 역시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진정한 종교의 자유의 보장과 정교분리 원칙의 준수를 위해서 반헌법적·반종교적 종교재단은 해산되고 관련자들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과연 신은 신앙 그 자체에 전념하는 대신 정치에 불법적으로 관여하는 작금의 우리 사회 일부 종교인들과 종교 단체의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거 독일 히틀러 시절 나치와 파시즘에 저항했던 종교인들, 서독 시절 동서독 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종교인들, 세계 곳곳에서 목숨을 걸고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수많은 종교인들을 보라. 종교인들은 종교의 순수한 가르침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 자신들이 신봉하는 참된 가르침을 깨닫고 실천해 사회를 구해야 스스로도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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