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정당 ‘이합집산’? [신율의 정치 읽기]

먼저 개혁신당과 국민의힘의 합당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준석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는 계엄 해제에 적극 기여했고 탄핵에도 찬성했던 인물이다. 이런 개혁신당이 현재의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고려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까지도 그 효과가 의문시되는 장외 집회에 주력했고, ‘윤 어게인’ 수준은 아니지만 강성 보수층에게 어필하는 행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혁신당은 지금까지 구축해온 ‘기존 보수와는 다른 새로운 보수’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즉 국민의힘과 같은 강성 보수 이미지를 가진 정당과의 선거 연합이나 합당은 차별화된 이미지를 순식간에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연대를 기피할 것이다. 따라서 이준석 대표가 이번 지선에 출마한다 하더라도 선거 연합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류와 비주류 간 대결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대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국민의힘 당무감사위가 1년 전의 ‘당원 게시판’ 사태와 친한계의 주요 인사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해당 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류가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 인사들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어쨌든 이런 ‘대결’의 결과에 따라 개혁신당과의 관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만일 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을 명확히 했던 비주류가 우위를 점할 경우, 개혁신당 입장에서는 그런 국민의힘과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혹은 선거 연대는 가능할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정적’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조국혁신당의 이미지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민주당이 판단하는 경우다. 조국혁신당은 ‘1인 정당’의 성격이 강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조국 대표는 98.6%의 지지를 받고 당대표로 당선됐는데, 이는 조국혁신당이 실질적으로 ‘조국당’임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조국 대표의 이미지가 ‘불공정’ 논란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미지를 가진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선거 연대 또는 합당할 경우, 민주당의 이미지에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선거 연대나 합당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첫 번째 시나리오가 성립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민주당 내 권력 지형과 관련된 역학 관계에서 출발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청래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업적’이 정청래 대표의 정치 행위에 가려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선거 공천 문제 역시 대통령실과 당의 입장이 일치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자신의 의중을 당에 직간접으로 전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직간접적 당무 개입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당무 개입이 불가능한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선례에서 찾을 수 있다. 2018년 서울중앙지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공천에 관여했다는 혐의였다.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공천을 위한 선거 전략을 수립하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개입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거나 공모했다는 혐의였던 것이다. 재판 결과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그런 윤 전 대통령이 이제는 공천 및 당무 개입과 관련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의중을 민주당에 전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달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자발적으로 움직일 만한 의원들도 없다.
민주당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월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현재까지 총 110여명의 당대표 특보를 임명했다고 한다. 또한 정책위원회 부의장에 400여명을, 부대변인에 70여명을 각각 임명했다고 한다. 당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이러한 직책의 정원은 당헌이나 당규로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시절, 특보단이 40여명, 정책위 부의장이 150명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 대표가 임명한 인사의 규모가 현저히 많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해당 인사들의 경력 관리를 위함이라는 해석이 많다. 만일 이러한 해석이 사실이라면, 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자신과 정치적 연대를 맺은 인물들을 대거 기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 대표가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또 있다. 바로 친문 세력과의 연대다. ‘책 소개 유튜브’라는 명목이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책을 소개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유튜브 활동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 대표가 친문 세력과 연대한다면 나름의 ‘이익의 교집합’을 형성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친문의 상징적 인물인 조국 대표와의 합당 또는 연대를 고려할 수 있다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나온다.
만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합당 또는 연대가 성사된다면, 가치 지향적 연대가 아닌 순전히 정치 공학적 계산에 기반한 연대 혹은 합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의도를 우리 유권자들은 충분히 간파할 것이다. 현명한 유권자를 앞에 두고 속내가 보이는 정치 행태는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8호 (2025.12.10~1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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