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직후 '반헌법적' 분명히 했다" 조희대 발언 따져보니 [오마이팩트]

김시연 2025. 12. 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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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12.3 비상계엄 8일 지난 뒤에야 '위헌적 행위' 공식화... 계엄 해제 전 '협조 방안 논의' 의혹도

[김시연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3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 초청 5부 요인 오찬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제도 개편안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사법부는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그것이 반헌법적인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삼권분립을 짓밟은 비상계엄 때는 침묵하더니 이제 와서 사법 독립을 지켜달라는 이중적 태도 역시 기가 차다"면서 "8.15 해방이 되고나서 뒤늦게 8.16 대한민국 독립 만세를 외치는 것과 뭐가 다른 것인가"라고 따졌다.

비상계엄 관련 사법부 대응 어땠나
 12.3 비상계엄 관련 사법부 대응과 주요 발언 변화 타임라인(자료는 주요 언론 보도와 국회 회의록 참조. 사진은 오마이뉴스/연합뉴스, 인포그래픽은 구글 AI 제미나이 활용해 구성)
ⓒ 김시연
대법원 법원행정처 공보관은 5일 조 대법원장이 말한 '비상계엄 직후'가 정확히 어느 시점이냐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내부적으로 (계엄을) 위헌으로 검토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사법부에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위헌적'이라거나 '반헌법적'이라고 분명히 언급한 시점은 계엄 선포로부터 8일이 지난 지난해 12월 11일이었다. 이전까지 조희대 대법원장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내부에서) 헌법 규정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다" 정도로 에둘러 말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조 대법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4일 새벽 천대엽 처장과 배형원 차장, 실장급 간부와 관련 심의관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계엄에 협력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채널A>는 긴급 간부회의 소집 직후인 00시 33분 '대법원, 계엄 상황 형사 재판 관할 검토중'이라는 속보를 내보냈고, 이어 <조선일보>도 이날 00시 48분 '대법원, 비상계엄 관련 긴급 심야 간부회의 진행'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대법원 관계자가 "비상계엄에 따라 사법권의 지휘와 감독은 계엄사령관에게 옮겨간다"면서, "계엄사령관 지시와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라 향후 대응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법원 공식 입장은 이날 01시 3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고, 04시 30분 윤석열이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을 해제한 지 2시간 뒤에 나왔다.

대법원은 천대엽 처장 명의의 입장에서 "뒤늦게나마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계엄이 해제된 데 대해 국민과 함께 안도하는 바"라고 밝혔을 뿐, 계엄의 위헌성은 거론하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이날 오전 출근길에 비상계엄의 위법성에 대한 질문에 "차후에 (계엄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유보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에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46분 법원 내부게시판에 "윤석열의 위헌적인 쿠데타 시도에 대한 법원 차원의 최소한의 조치로써 대법원장님께서 강력한 경고를 표명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비상계엄 3일이 지나서야 위헌성을 간접 인정하는 발언이 나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2월 6일 국회 법사위에서 "(대법원 간부 회의에서)헌법이나 계엄법, 포고령, 담화문, 그리고 판례에 비춰봤을 때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 중에 저희가 상당한 의문을 가진 점들이 있었다"면서 "헌법 규정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5개월 뒤인 지난 5월 2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당일 간부회의에서 제일 먼저 (계엄이) '위헌적'이라는 발언을 꺼낸 분이 대법원장"이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내부 발언에 대한 전언 성격이 강했고, 조 대법원장 표현처럼 사법부가 '비상계엄이 반헌법적인 행위임을 분명히 한' 건 비상계엄 8일이 경과돼 국회에서 윤석열 2차 탄핵소추안 발의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11일이었다.

천 처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저희는 지금 이 사태가 위헌적인 군 통수권 행사, 그리고 의회의 합헌적이고 적시의 저항권 행사, 이를 뒷받침하는 시민들의 헌법수호 의지와 노력을 통해 헌정질서가 조기에 회복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라면서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비상계엄 긴급회의 자료 '부존재' 통지... 군인권센터 "계엄 협조 준비 자인"

하지만, 비상계엄 직후 긴급 간부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됐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0월 "대법원이 내란에 부역하려다가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되자 태도를 바꾼 것"이라면서, 대법원에 계엄 당일 긴급회의 회의록 등 8건을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모두 비공개 결정이나 '부존재'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5일 <오마이뉴스>에 "조희대가 말한 '비상계엄 직후'라는 건 상식적으로 계엄 다음날 해제 직전까지인데, 그 사이에 대법원 메시지에는 비상계엄이 위헌이라는 입장이 없었고, 당시 언론에 보도된 건 법원을 계엄사령부 통제로 만들고 협의할 거냐는 것이었다"면서 "계엄 해제된 뒤 나중에 국회에 출석해서야 그날 비상계엄 위헌성을 논의했다고 하는데, 위헌이라고 판단했으면 계엄이 무효라는 메시지를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원행정처 공보관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헌재나 대법원이 판결이 아닌 걸 가지고 (비상계엄 직후인) 12월 3일, 4일에 성급하게 입장을 내는 게 기관 성격상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태생적으로 위헌, 위법이라는 법적 판단을 신속하게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형남 사무국장은 대법원의 회의 자료 부존재 통지에 대해 "계엄 직후 긴급회의를 한 사실을 대법원장 본인도 인정하고 언론에도 이미 보도가 됐는데, 회의 내용은 물론 참석자, 안건, 시간 관련 자료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라면서 "본인이 정말 떳떳하다면 안 알려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위헌적 계엄에 협조할 준비를 했다는 걸 자인한 것이고 내란 개입으로 수사 받아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법부가 비상계엄을 '위헌적 행위'라고 대외적으로 처음 밝힌 건 계엄으로부터 8일이 지난 12월 11일이다. 따라서 계엄 직후라고 보긴 어렵고 오히려 계엄 해제 전 대법원 간부회의에서 계엄 협조 방안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이에 계엄 직후 반헌법적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는 조희대 대법원장 발언은 사실 반 거짓 반으로 판정한다.

[오마이팩트]
조희대
(대법원장)
"사법부는 비상계엄 직후 그것이 반헌법적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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