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人]"반도체 슈퍼사이클 毒될 수도…국가 전략·시스템반도체 육성 시급"
"韓 반도체, 국가적 차원의 전략 부재"
"1위 기업 삼성, 메모리 편중 벗어나야"
'맞춤형 자체 칩' 개발, 설계 인력 육성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자칫하면 삼성전자에 독이 될 수 있다."
31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 은퇴 후 12년간 강단에 서며 업계와 학계 모두를 거쳐온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삼성전자는 HBM4(고대역폭메모리) 성공을 앞두고 있고 구형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유례없는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이같이 직언했다. 단순히 시황이 개선되면서 나타난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슈퍼사이클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메모리는 HBM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여전히 취약하다"며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지금이 팹리스(설계)·파운드리 역량을 재정비할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이젠 팹리스·파운드리 키울 때"

그는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대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 비교해 다소 늦은 상태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점점 더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 됐다"며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현재의 복합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은 팹리스 분야에서 한국을 양적·질적으로 앞서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파운드리 기업들도 SMIC·화홍반도체·넥스칩 등으로 탄탄하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2027년에 중국이 파운드리 생산 능력에서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중국 굴기의 실체는 국가적 혁신 전략"이라면서 "한국은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국내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아온 삼성전자가 이제 새로운 성장 국면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강점을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까지 폭넓은 영역을 보유한 만큼 이를 어떻게 조율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느냐가 향후 성장의 핵심이라고 봤다. 여러 사업이 한 기업 안에 공존하는 구조는 잠재력이 큰 만큼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큰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수십년간 메모리 중심의 리더십이 이어지며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구축해왔다는 점도 강조됐다. 김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발표한 100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이 그간의 축적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새 성장축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메모리에 축적된 기술력과 자본이 향후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다른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해법으로는 조직 재배치와 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파운드리는 기본적으로 칩 설계를 받아서 만들어주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설계에 필요한 라이브러리 준비가 필수"라며 "AI 모델, 컴파일러 전문가가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금 시점에서 파운드리나 반도체 설계 영역의 분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슈퍼사이클로 자금 여력이 넉넉한 지금 시점에서 준비해 1~2년 뒤 분사하는 것이 적기라는 판단이다.
"늦더라도 자체 칩으로 승부해야"

김 교수는 정부가 주도해 자체 칩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칩을 사용해서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 상용화해야 하지만 언젠가 칩을 공급하는 업체에 종속돼 휘둘릴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엔 자체 칩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는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로봇 등 개별 기기의 내부에서 작동해야 하는데 범용 칩으로는 성능, 가격면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고 칩 가격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각 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칩'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인재 양성, 질적 전환 필요…"SW 인력 확보"

끝으로 김 교수는 인재 양성의 측면에서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중국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우수 인재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며 "엔지니어가 사회에서 대우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인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질 높은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반도체 분야는 석박사 인력, 실무적으로 잘 교육 받은 석사급 인재를 키워야 한다"며 "학·석과정을 통해서 5년만에 석사인력을 키우고, 설계·소자 및 공정, 패키징등 세부 특화 대학원을 만들고 전문이력을 키워내야 한다"고 했다.
특히 AI 반도체의 경우 설계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AI모델(알고리즘)을 이해할 수 있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모델을 칩으로 설계하는 인력과 칩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컴파일러, 런타임 소프트웨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인력이 별도로 필요하다"며 "AI 반도체는 소프트웨어 비중이 칩 설계 비중보다 더욱 크므로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가 승부처"라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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