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으로 장사하는 언론들, 그 뒤에 숨는 쿠팡 [이봉렬 in 싱가포르]
[이봉렬 기자]
|
|
| ▲ "중국인 무비자 관광객이 학교 앞 칼부림함"을 따옴표로 강조한 SBS 뉴스 유튜브 썸네일. "협박글"이라는 건 동영상 제목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
| ⓒ SBS |
지난 10월, SBS가 유튜브에 게시한 뉴스 영상의 섬네일 문구입니다. 이것만 보면 한국에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이 학교 앞에서 실제로 흉기를 휘두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뉴스 내용은 누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중국인 관광객이 학교 앞에서 칼부림할 것'이라는 허위 글을 올렸고, 불안이 확산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었습니다.
혐중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누군가가 익명으로 작성한 허위 예고 글임에도, SBS는 마치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오독할 수 있는 문구를 달았습니다. 영상의 댓글에는 "중국인 무비자 관광을 반대한다"라는 혐오 섞인 반응 수천 개가 도배되었습니다. 언론이 혐중 정서를 비판하고 바로잡기는커녕, 도리어 조회수를 위해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중국 혐오를 이용하는 행태는 EBS도 예외가 아닙니다.
|
|
| ▲ "중국인 집주인"을 강조한 EBS 섬네일(위) 문제를 지적하자 EBS 김유열 사장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물에 댓글로 사과문(아래)을 남겼습니다. |
| ⓒ 유튜브 / 페이스북 |
EBS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프로그램의 섬네일 문구입니다. 영상의 제목은 "무턱대고 계약한 전셋집 하나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들│계약도 특약도 의미 없었다…"였지만, 섬네일에서는 유독 '중국인'을 강조했습니다.
영상은 전세 사기를 주제로 다루고 있었으며, 피해자가 계약서상의 근저당권 문제로 전세금을 잃은 경우였습니다. 집주인이 중국인이라서 사기를 당한 게 아니라, 근저당 설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었고 집주인이 중국인이었을 뿐입니다. 실제 방송 내용 역시 근저당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 사례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특정 국가나 민족에 대한 혐오는 위험하며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사는 더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고, 특히 EBS 관련 글은 공유를 통해 EBS 사장에게까지 전달되었습니다.
다행히 EBS 사장은 "잘못되었습니다. 시정하였고 재발하지 않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인종이나 국적 등으로 차별하면 안 됩니다"라며 사과 댓글을 남겼습니다. 이후 해당 영상의 섬네일 문구는 "2억 빚더미 지옥이 시작됐다. 외국인 집주인과 전세 계약한 결과"로 수정되었습니다.
반면, SBS에는 제 지적이 닿지 않았는지 아니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건지 모르겠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자극적인 제목은 그대로입니다.
|
|
| ▲ 중국인 집주인 한 사람이 84억 원의 보증금을 주지 않았다고 오해하기 좋은 기사 제목. 본문을 보면 전체 외국인 집주인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례에 대한 내용입니다. |
| ⓒ 한국경제 |
이 기사 제목은 마치 한 명의 중국인 집주인이 84억 원을 가로챈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외국인 임대인 전체가 43명이고, 그 피해 총액이 84억 원이라는 내용입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27명) 외에도 미국(8명), 캐나다(2명), 일본(2명) 등 다양한 국적의 임대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인'이라는 키워드만 뽑아내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올해 6월 기준)에 따르면 국내 주택 소유 외국인 중 중국인 비율이 57%로 가장 높습니다. 모수가 많으니 사고 건수가 많은 것은 통계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국적이 사기의 원인은 아닙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통계(2022년~올해 9월)를 보면 전체 전세 보증 사고 3만 3540건 중 외국인 집주인 사고는 103건, 비율로는 0.31%에 불과합니다. 국내 주택 중 외국인 소유 비중(0.53%)보다 낮습니다. 통계적으로만 보면 오히려 외국인 집주인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는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은 중국인이 만악의 근원인 양 보도하며 혐오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인 때리기'가 본질을 흐린다는 점입니다.
|
|
| ▲ 정보 유출의 원인 중 하나로 "장기 유효 인증키 관리 부실"이 있다는 내용인데, 제목은 중국인 전 직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 ⓒ 뉴스1 |
[쿠팡 중국인 전 직원이 韓 3400만 명 개인정보 털어간 방법] – 뉴스 1
많은 매체가 이처럼 "중국인 전 직원"을 헤드라인으로 뽑으며, 중국인이 한국인의 정보를 털어갔다는 식의 자극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범인이 중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보안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범죄자가 쿠팡이 고용한 중국인일 뿐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쿠팡 대신 중국인을 강조하는 사이,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쿠팡 내부 IT 인력 절반이 중국인"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글까지 기사화되며 중국인이라서 문제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
|
| ▲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에서 약 3400만 건에 이르는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4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차량이 주차돼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는 '쿠팡 사태' 이후 로그인 시도와 스미싱 등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
| ⓒ 연합뉴스 |
중국인 직원 이슈 뒤에 쿠팡이 숨는다면 이번 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수원지법, 법무부 '연어·술파티 의혹' 문건 등사 불허..."윗선 개입 의심"
- 여전히 부정선거 음모론 심취한 윤석열 "'부방대' 정도는 돼야..."
- 이진관 판사에 "해보자는 거냐", "공수처에서 봅시다" 김용현 변호인 감치 5일
- 이 대통령, '훈식이형'·'현지누나' 김남국 비서관 사직서 수리
- 윤석열 '위증죄' 추가기소..."계엄 전 국무회의 계획했다고 거짓말"
- 주민 삶 직결됐는데 참관 '불허'... 국민주권정부에서 일어난 일
- 말단 간부도 책임 인정하는데, 이완규 대동한 임성근은 '전면 부인'
- [이충재 칼럼] 왜 지지자들 부끄럽게 만드나
- 계엄 사과 없는 국힘 대표, 고개 드는 '장동혁 단절론'..."이대로면 망한다"
- '내연남에 정치자금 수수' 황보승희 전 의원 징역형 집유 확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