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4번타자' 놓친 KIA, '대투수' 양현종은 잡았다
[양형석 기자]
내부 FA 3명을 놓친 KIA가 '대투수' 양현종 만큼은 지키는 데 성공했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FA 자격을 얻은 투수 양현종과 계약기간 2+1년, 총액 45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현종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뛰는 동안 우승도 해보고 많은 기록을 달성했지만 아직까지 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며 "베테랑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 줄 것이고 모두와 힘을 합쳐 팀이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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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A에서만 18년 동안 활약했던 양현종은 끝내 타이거즈와 광주를 떠나지 않았다. |
| ⓒ KIA 타이거즈 |
지난해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타이거즈는 시즌이 끝난 후 3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얻었다. KIA는 필승조이자 불펜 최대어 장현식이 4년 총액 52억 원을 받고 LG 트윈스로 이적했지만 임기영(삼성 라이온즈)을 3년 총액 15억 원, 서건창을 1+1년 총액 5억 원에 잔류 시켰다. 여기에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출신 불펜투수 조상우를 영입하면서 오히려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2연패를 통해 '왕조재건'을 노렸던 KIA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8위로 순위가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해 정규리그 MVP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며 30경기 출전에 그친 것이 치명적이었다. 여기에 소크라테스 브리또라는 검증된 외국인 타자를 포기하면서 데려온 패트릭 위즈덤은 홈런 3위(35개)에 오르며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타율 .236에 득점권 타율 .207로 '공갈포'에 가까웠다.
KIA에게 더 큰 비극은 시즌이 끝난 후에 찾아왔다. KIA는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 최형우(삼성)와 양현종을 비롯해 주전 유격수 박찬호(두산 베어스), 필승조 조상우,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준영, 백업포수 한승택(kt 위즈)이 동시에 FA 자격을 얻은 것이다. KIA는 2016년 11월 최형우를 4년 100억 원, 2021년 12월 나성범을 6년 150억 원에 영입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내부 FA 잔류에 집중하기도 버거웠다.
FA시장이 열리고 일주일이 지나면서 KIA의 본격적인 출혈이 시작됐다. 11월 18일 박찬호가 4년 총액 80억 원을 받고 두산으로 이적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박찬호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130경기 이상 출전했을 정도로 KIA의 대체불가 주전 유격수였다. KIA는 박찬호의 보상 선수로 유격수 자원이 아닌 만 19세 투수유망주 홍민규를 지명했고 당장 내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할 선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11월 20일 보상선수 이적이 필요 없는 C등급 FA 한승택이 kt와 4년 총액 10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두 번째로 선수를 떠나보낸 KIA는 9년 동안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최형우마저 잃었다. 9년 전 고향팀 KIA로 이적해 두 번의 우승을 이끈 최형우는 3일 2년 총액 26억 원의 조건에 전성기를 보냈던 삼성으로 컴백했다. 따라서 KIA로서는 '예비 영구결번' 양현종마저 놓치면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 잔류 시키며 '최악의 사태' 막은 KIA
광주에서 나고 자라 광주 연고의 KIA에 입단한 '로컬보이'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했던 2021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KIA를 떠난 적이 없다. 타이거즈는 해태 시절부터 선동열과 조계현, 이강철(kt 감독), 이대진(한화 이글스 2군 감독), 윤석민(SPOTV 해설위원) 등 쟁쟁한 에이스 투수들을 많이 배출했지만 그 누구도 양현종보다 많은 승리를 따내지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도 못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1년 총액 22억 5000만 원, 2021 시즌이 끝나고 4년 총액 103억 원에 KIA와 두 차례 FA계약을 체결했던 양현종은 올 시즌이 끝나고 커리어 3번째 FA자격을 얻었다. 비록 올 시즌엔 7승 9패 5.06으로 2012년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지만 양현종이 KIA에서 차지하고 있는 상징성과 전성기를 지나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를 고려하면 무난히 KIA에 잔류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KIA는 올 시즌이 끝나고 6명이 동시에 FA자격을 얻었고 박찬호와 한승택, 최형우가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양현종 역시 KIA를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KIA는 빅리그 진출을 제외하면 한 번도 팀을 떠난 적이 없고 역대 2번째 통산 200승에 단 14승을 남겨둔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칠 수 없었다. 결국 KIA는 45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해 양현종을 붙잡았다.
양현종은 내년 시즌이 개막할 때면 만 38세의 노장이 되지만 올 시즌에도 아담 올러(11승)와 제임스 네일(8승)에 이어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7승을 기록했다. 사실 양현종 정도의 경력을 가진 노장들은 후배에게 토종 에이스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 KIA 마운드에서 양현종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따낸 선발투수는 4승의 김도현이다. KIA 선발진은 내년에도 양현종에게 의존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수년 동안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던 박찬호와 최형우가 팀을 떠났고 김도영의 건강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KIA는 내년 시즌 변수가 무척 많은 팀이다. 올해 주춤했던 선수들이 동시에 살아나며 반등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악재가 터지면서 올해보다 순위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력은 물론 팬심마저 잃을 뻔했던 큰 위기에서 팀의 상징 양현종을 잔류 시킨 것은 KIA에게 매우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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