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윤석열의 내란'과 김동연이 해외로 보낸 '긴급서한' 2,500통

최경준 2025. 12. 4.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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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Trust in Korea' 적힌 명함 등 '경제외교' 경험 투영된 결과... 선제적 '위기관리 리더십' 빛났다

[최경준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를 방문 중인 가운데 세계 미디어 리더들에게 12.3 계엄이후 한국 정치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 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5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건넨, 'Trust in Korea' 문구가 적힌 명함.
ⓒ 경기도
"불과 1년 만에 그 약속이 실현되었습니다."

이주옥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지난 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내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2026년 연차총회'(다보스포럼) 초청장을 건네며 한 말이다.

이주옥 국장은 "김동연 지사는 2024년 지방정부 대표로서 유일하게, 2025년에는 한국 정부 인사 중 유일하게 다보스포럼에 참여해 당시 계엄·탄핵 상황에서도 'Trust in Korea'를 강조하며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의 건전성을 국제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5년 다보스포럼은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발생하고 50일가량 지난 시점에 개최돼, 여전히 국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컸다. 김동연 지사는 당시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Trust in Korea' 즉, '한국(경제)을 믿어달라'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건넸다. 12·3 내란 사태로 한국 국제 신인도가 급락한 시점에, 한국의 잠재력과 회복탄력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리고 김동연 지사의 약속은, 이주옥 국장의 말대로 불과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Trust in Korea'를 내세운 김 지사의 세일즈 외교는 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안정이 극심했던 한국에 대한 대외 신인도 회복에 기여했고, 각국 인사 및 글로벌 기업과의 실질적 협력 기반 마련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외국정상, 외투기업 인사 들에게 발송한 긴급서한.
ⓒ 김동연 페이스북 갈무리
내란 사태가 가져올 후폭풍 '경제 위기'... 김동연은 펜을 들었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을 맞아 당시 김동연 지사의 경제외교 행보와 위기관리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 지사는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자,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각 탄핵을 주장하는 한편 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윤석열 내란 사태'가 가져올 후폭풍 중 하나가 한국의 국제 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경제 위기였기 때문이다.

김동연 지사가 12·3 내란 사태 발생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외국 정상, 주지사, 국제기구수장, 주한대사, 외국의 투자기업들에 '긴급서한'을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지사는 '긴급서한'에서 "불운한 이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회복력 있고 차분하게 국가 및 지역발전 전략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므로 안심하셔도 좋다"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난관이 아니라, 우리의 회복력과 확고한 발전 의지를 보여주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 지사의 '긴급서한'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허리펑 중국 부총리, 게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하오펑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 지노 반 베긴 이클레이 세계 사무총장, 아미다 살시아 엘리스자바나 유엔에스캅 사무총장 등 2,500여 명(외국정상·주지사 등 100여 명+외투기업 관계자 2,400여 명)에게 전달됐다. 김동연 지사가 경제부총리와 경기도지사로서 교류해 온 인사들이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김 지사가 긴급서한을 보낸 것은 정치적 대혼돈기를 겪는 중이지만, 대한민국 정치지도자로서 경제와 외교를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고 전했다.

김동연 지사는 당시 외국 정상 등에게 보낸 '긴급서한' 내용과 달리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는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야간주식과 선물, 코인 시장은 곤두박질쳤다. 국제 신용도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2시간 쿠데타'가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 아닌 '체포 대상'"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경기도 부천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 온세미(onsemi)코리아를 방문해 강병곤 대표이사와 만나 안정적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 경기도
며칠 뒤, 김동연 지사의 '긴급서한'에 대해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이 답신을 보내왔다. 슈밥 회장은 "오랫동안 한국에 관심을 기울여 온 관찰자로서, 한국이 이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강한 회복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매년 스위스에서 '다보스포럼'을 개최하는 WEF는 '세계경제올림픽'으로 불릴 만큼 권위와 영향력이 큰 유엔 비정부 자문기구이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에 이어 국무위원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경제와 민생, 외교가 방치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김동연 지사의 선제적 '위기관리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슈밥 회장의 답신을 경기도청으로 직접 가져와 전달한 이주옥 WEF 아·태국장은 "WEF는 물론 우리와 협업하는 많은 기업, 그리고 관계된 분들이 (한국 상황에) 걱정과 궁금증을 가질 수 있었는데, 지사님께서 굉장히 빨리 (긴급서한을) 보내주셔서 저희 회장님께서 너무 감사해하셨다"고 전했다.

김동연 지사는 또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한 국가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곧바로 '경제 재건' 행보에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1월 9일 경기도 부천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 온세미(onsemi)코리아를 방문해 안정적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투자 확대를 독려했다. 전날(8일) 주한 미국·유럽상공회의소 방문에 이은 두 번째 '글로벌 경제' 대응으로, 내란 사태 등 국내 정세로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도내 외투 기업을 방문한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밤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시민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낮 12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내란수괴 광기 윤석열, 즉시 체포, 즉시 격리'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 시민제공
'10월 위기설' 걷어낸 김동연의 '경제외교'... '내란 사태'에서도 통했다

김동연 지사가 '경제외교' 역량을 통해 한국의 국제 신인도를 견인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김 지사가 '윤석열 내란 사태' 다음 날 신속하게 외국 정상 등에게 '긴급서한'을 보낸 것은 경제부총리 시절 성공적으로 펼쳤던 '경제외교' 경험이 투영된 결과다.

지난 2017년 10월 북한의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결정에 이목이 쏠렸다.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경우 한국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외 부문 불확실성으로 '10월 위기설'까지 번졌다.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김동연 지사는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무디스(Moody's), 피치(Fitch), 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다. 경제 총사령탑인 부총리가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본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우리 경제의 주요 현안 등을 상세히 설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알라스테어 윌슨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을 만나 "북 핵실험 이후에도 한국 금융시장과 경제는 안정적이며 경제 펀더멘털(기틀)도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바람대로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한동안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세로 돌아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4일 새벽 도 주요 실국장 간부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김동연SNS캡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참석했다.
ⓒ 경기도
여전히 거리로 나선 김동연 "내란 청산 그날까지, 우리의 분노도 끝나지 않는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김동연 지사가 이를 즉각 '위헌', '내란'으로 규정하고, 행정안전부의 경기도청 폐쇄 요청에 불응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김 지사의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됐다.

김동연 지사는 내란 사태 발생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경기도 주요 실·국장 간부회의를 긴급 소집해 "몇 시간 전에 선포된 비상계엄은 내용이나 절차에 있어서 분명한 위헌"이라며 "요건이 안 되는 계엄을 선포한 것도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특히 김 지사는 "행정안전부에서 경기도청 폐쇄에 대한 요청이 왔다고 하는데, 단연코 그리고 분연히 거부한다"면서 "도청의 전 간부, 전 직원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의연하게, 또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김동연 지사는 주말마다 국회 앞으로 달려가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응원봉 혁명' 행렬에 합류했다. 경기도 곳곳에서 "내란 수괴를 즉각 체포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도 벌였다. 그렇게 시민들과 함께 역사적인 탄핵의 현장을 지켜봤다. 그러나 김 지사는 아직 '윤석열 내란 사태'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3일 SNS에 올린 글에서 "'빛의 혁명'은 내란수괴 대통령의 탄핵과 국민주권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새 정부는 182일 모든 순간 전력을 다해 달려왔고, 이제 대한민국은 '회복과 도약의 시간'에 들어섰다"면서도 "그러나 한편에서는 '퇴행과 반동의 시간'도 계속되고 있다. 내란과 결별하지 못하는 국민의힘 때문"이라고 탄식했다.

김 지사는 이어 "여전히 사죄 없이 내란 세력을 옹호하며 국민의 뜻과 반대로 치닫는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의 존립 근거를 이미 상실했다. 자기 파멸을 향해 달려갈 뿐"이라며 "'12·3 내란'은 광기 어린 권력이 스스로를 파괴한 사건이자 끝내 완벽히 단죄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김동연 지사는 여전히 거리로 나섰다. 3일 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참석한 김 지사는 "내란이 완전히 청산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분노도 끝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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