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의 시시각각] 왜곡에 취약한 법 왜곡죄

김승현 2025. 12. 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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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한국 형법 역사에 한 획을 긋기 직전이다. 무소불위 입법 권력으로 추진하는 ‘법 왜곡죄’가 국회를 통과하면 대한민국 형법에 처음으로 ‘왜곡(歪曲)’이라는 단어를 새기게 된다. 372개 조항의 현행 형법에는 ‘~왜곡죄’는 물론 조문에도 왜곡이란 단어가 없다. 현행법에선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등 역사 왜곡 금지를 정한 일부 특별법에 간혹 등장한다.

「 윤석열 재판부 겨냥 입법 독주
지난해 ‘이재명 수사죄’ 별칭도
입법자에게 부메랑 되지 않길

김용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8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 진행을 하고 있다. 뉴스1


일상에서 흔하디흔한 왜곡이란 말이 법조문에서는 희귀한 이유가 있다.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대로, 왜곡이란 단어가 사용되는 자체로 왜곡의 위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왜곡의 양태나 범위 등은 명확하지 않기 십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 왜곡죄 법안(형법 개정안)은 판검사 등이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현저히 잘못 판단했을 때 처벌하는 게 골자다. 심사 과정에서 법조계와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가 추상적”이라고 했다. ‘고의로 왜곡’ ‘범죄사실을 묵인’ ‘공소권을 현저히 남용’ 등의 개념을 명확하게 잡을 수 없다(명확성 원칙 위반)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헌법이 인정하는 법관의 재량과 법 왜곡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도 쉽지 않다”는 입장도 냈다.

야당의 반발은 더 거셌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법 왜곡죄가 아니라 법관과 검사 옥죄기법”이라고 비판했다.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로도 처벌 가능한데 법을 만드는 이유는 뻔하다는 얘기다. 나경원 의원은 “판검사에게 정권 말을 들으라고 명령하는 시그널”이라며 “대한민국 법치는 종언을 고했다”고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민주당은 매우 솔직하게 입법 취지를 설명한다. 김용민 의원은 기자회견이나 유튜브 등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전력이 있는 지귀연 판사를 직접 겨냥했다. 구속 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게 법 왜곡의 대표 사례라면서다. 김 의원은 “법 왜곡죄를 설계할 때 그게 가장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봤다”고 했다. 이어 “만약 지귀연이 1심에서 윤석열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풀어주거나 무죄를 선고한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인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지 판사 홀로 그 희한한 행태를 벌였기 때문에 직권남용죄로도 처벌 못하는데 그 왜곡 행위는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고 했다. 법 왜곡죄가 ‘윤석열 석방죄’ 또는 ‘지귀연 처벌법’이라 불리는 이유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지난해 9월엔 법 왜곡죄가 ‘이재명 수사죄’로도 불렸다. 당시엔 검사가 타깃이었다. 검찰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한 즈음이었다. 개혁신당은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정치적 보복 입법을 하는 것이다. 법 왜곡죄는 이재명 대표 수사죄”라고 비판했다.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에도 법 왜곡죄가 있기는 하다. 독일은 1870년대 독일제국이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면서 사법권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후 나치 부역 판사 처벌, 옛동독 판사의 이데올로기 편향 판결 청산 등에 활용됐다. 권력에 부역할 목적으로 재량권을 남용한 행위 등을 처벌하는 데 나름의 효용성이 있었지만 부작용도 지적됐다. 201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검토 보고서에서 “권력에 부역한 사법 관료를 단죄하기보다는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조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계엄 1년이 지나도록 변명과 거짓말만 하는 내란 수괴를 한시라도 빨리 처벌해야 한다는 시각에선 법 왜곡죄가 효과적인 촉매제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력에 언제든 왜곡될 수 있는 위험한 ‘이름값’을 감당해야 한다. 권불십년이라 했으니, 10년 이내에 입법자 중 누군가가 법 왜곡죄 별칭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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