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식탁은 ‘호텔 간편식’이 점령했다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5. 12.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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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R은 가정(Home) 간편식? NO!

“이제 HMR은 가정(Home) 간편식이 아닙니다. 호텔(Hotel) 간편식입니다.”

가정 식탁에 ‘자사 브랜드 식품’을 올리기 위한 호텔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간편식 사업이 호텔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본래 간편식 사업은 호텔 주력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예약이 취소되자 매출을 올리기 위한 임시 방책에 가까웠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했다. 코로나 유행이 끝난 후 불황이 덮치면서 상황은 변했다. 비싼 가격의 호텔 레스토랑 매출은 정체된 반면, 김치를 필두로 한 호텔 간편식 시장은 날로 성장세다. 간편식 인기가 날로 치솟으면서 주요 호텔들이 연이어 판을 키우고 있다.

고물가로 인해 밀키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외식 대신 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밥을 해먹으려는 인구가 늘어난 결과다. 이에 따라 각 호텔들은 자사 브랜드를 앞세운 간편식을 판매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김치부터 갈비탕까지 쏙쏙

‘매출 효자’ 간편식 전쟁 참여

호텔 간편식의 성장세는 수치로 확인된다. 각 호텔 간편식 상품군 매출액이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간편식 시장 선두 주자 조선호텔앤리조트는 HMR이 이제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간편식과 김치 판매를 담당하는 리테일 부문의 올해 누적 매출이 500억원대에 이른다. 전체 호텔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호텔은 김치와 간편식 매출만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조선호텔의 뒤를 바짝 뒤쫓는 곳이 롯데호텔이다. 올해 롯데호텔은 첫 간편식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롯데호텔 김치찌개를 선보였다. 롯데호텔이 HMR 메뉴로 ‘김치찌개’를 택한 이유는 김치 상품과의 연계와 관련이 깊다. 롯데호텔은 2013년과 2016년 연이어 김치 사업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2023년 다시 진출을 결정하고, 김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전사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김치찌개 출시는 해당 정책의 일환이다. 라인업을 다양화해 호텔 김치 상품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효과는 나타나는 중이다. 김치찌개 매출이 늘면서 김치 관련 매출도 늘었다고. 롯데호텔 관계자는 “김치찌개 효과로 올해 1~9월 김치 매출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워커힐은 곰탕, 갈비탕, 육개장 같은 국탕류에 이어 스테이크·파스타 등 레스토랑 간편식(RMR)까지 라인업을 넓혔다. 자사 김치를 미국에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워커힐의 프리미엄 밀키트 3종은 출시 3개월 만에 3만개가 팔렸다. 특히 1~2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호텔 PB 김치·김치찌개 HMR 같은 소포장 제품은 판매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상반기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6% 급성장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이외에도 메이필드호텔은 8월 1일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해 궁중 국탕류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파르나스호텔은 ‘버터 치킨 커리’ RMR을 8월 5일 출시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인도 현지 출신 셰프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다.

롯데호텔은 김치찌개 밀키트를 선보였다. 자사 김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밀키트 시장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2020년대 코로나 고육지책

시대 변화 맞물려 핵심 상품으로

본래 밀키트 사업은 호텔 업계에서 외면하던 사업이었다.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이 핵심인 고급 호텔 입장에서 가성비의 대명사로 꼽히는 간편 가정식은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변화의 계기는 코로나19 유행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아예 매장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한 것.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호텔 브랜드를 활용한 간편식 사업을 시작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2025년 현재 들어서는 ‘효자 사업’으로 탈바꿈했다. 잘나가는 이유는 3가지다.

첫째, 환경이 변했다.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4%를 넘어서며 소용량 제품 수요가 폭증했다. 여기에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저렴한 가격보다 합리적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호텔 브랜드가 주는 신뢰는 이런 수요를 정확히 겨냥했다. 유통 채널 다변화도 한몫했다. 과거 호텔 김치는 호텔 내 매장이나 백화점에서만 구매 가능했다. 지금은 온라인몰, 대형마트, 편의점까지 판매처가 확대됐다. 접근성이 높아지며 구매 장벽이 낮아진 결과다.

둘째, 불황의 장기화다. 코로나19 이후 꺾인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갑이 얇아지면 소비자는 필수 소비재를 제외하곤 씀씀이를 줄인다. 고급 호텔은 필수재라기 보단 사치재에 가깝다.

실제로 식당을 포함한 주요 호텔 F&B(식음료) 매출은 성장이 다소 정체된 상태다. 롯데호텔 호텔사업부의 지난 2분기 F&B 매출은 84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보다 20억원 늘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억눌린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호텔·리조트 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지난 2023년과 비교하면 36.1% 줄었다. 신라호텔도 객실과 비교했을 때 F&B의 매출 증가폭이 크지 않다. 2분기 기준 신라호텔의 F&B 매출은 556억원이다. 2년 전보다 8.7% 증가한 수치다. 다만 객실 부문 매출이 676억원에서 759억원으로 12.2%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더디다. 식당 매출액 감소분을 만회하려면 HMR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밖에 없다.

셋째. 호텔 식당의 낮은 수익성이다. 매출이 떨어지는데 수익성은 날로 악화된다. 호텔 식당의 핵심은 ‘고급’이다. 식재료부터 직원까지 최상급으로 준비해야 한다. 회전율도 낮다. 예약제 중심으로 운영되는 식당 특성상 많은 손님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렇다 보니 매출 대비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식당 자체 수익만으로 호텔 실적을 끌어올리기엔 무리가 있다. 반면 HMR은 다르다.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이다. 일정 매출 규모만 확보되면 비교적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오프라인 식당으로 회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브랜드를 이용한 HMR을 판매하면 호텔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HMR 제품은 성수기·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준다. 객실, 식당 매출에만 의존하는 전략서 변화를 꾀하는 각 호텔 입장에선 새로운 먹거리로 매력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7호 (2025.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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