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의견 듣겠다"더니 샐러리캡 홍보?...구단주들 앞잡이 된 MLB, 네임드 팬 이용한 '여론전' 펴나 [더게이트 MLB]
-11월 회의서 '경쟁 균형' 집중 조명...다저스 vs NFL 비교하며 샐러리캡 필요성 강조
-"구단주들 입장 홍보용" vs "순수 소통"...의도 놓고 엇갈린 반응

[더게이트]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팬들과 소통한다며 만든 협의회를 통해 사실상 샐러리캡 도입 여론전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에반 드렐릭 기자는 3일(한국시간) MLB가 올해 초 구성한 '팬 협의회'의 11월 회의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MLB는 올해 초 전국에서 열성 팬 90명을 선발해 팬 협의회를 만들었다. 협의회는 매달 리그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연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 회원이 소셜미디어에서 수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이른바 '인플루언서' 팬들이라는 것이다.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이 주제?
타이밍이 미묘하다. 현 MLB 단체협약(CBA)은 2026년 12월1일 만료된다. 구단주들은 샐러리캡 도입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고, 선수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칫 2027시즌 전체가 파업이나 직장폐쇄로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 시점에 MLB가 팬 협의회를 통해 '경쟁 균형' 얘기를 꺼낸 것이다. 회원들 사이에서 "이거 구단주들 입장 홍보하려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 이유다.
한 뉴욕 양키스 팬은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MLB가 다가오는 단체협약 협상에서 대대적인 여론전을 벌일 것을 알고 있다"며 "샐러리캡이 왜 필요한지 대중을 설득할 최선의 방법을 시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팬도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공개 석상에서는 이 문제를 회피해왔는데, 갑자기 이렇게 큰 팬 모임에 이 주제를 가져온 게 이상했다"며 "'왜 하필 우리한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더 의심스러운 건 발표자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11월 회의에서 경쟁 균형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한 사람은 글렌 캡린 MLB 노사 담당 대변인이다. 노사 협상 책임자가 직접 나선 셈이다.
캡린은 프레젠테이션에서 LA 다저스와 NFL 구단 댈러스 카우보이스를 비교했다. 한 신시내티 레즈 팬은 "카우보이스는 NFL에서 가장 인기있는 팀이지만 다른 팀들과 똑같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며 "반면 다저스는 콜로라도나 신시내티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NFL은 샐러리캡이 있어서 공정한데, MLB는 샐러리캡이 없어서 다저스처럼 돈 많은 팀만 유리하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노사 협상 얘기 안 했다"는 MLB...실제론?
캡린은 디 애슬레틱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팬 협의회는 팬들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경쟁 균형 주제는 10월 설문조사에서 회원들이 계속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는 노사 문제나 단체협약 협상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실제 참석자들 증언은 다르다. 디 애슬레틱이 인터뷰한 협의회 회원들에 따르면 프레젠테이션 중 결국 샐러리캡과 지출 문제가 거론됐다. 경쟁 균형을 얘기하면서 샐러리캡을 빼놓을 수 없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양키스 팬은 "솔직히 이건 경쟁 균형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라며 "단체협약 협상은 매번 돈 싸움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MLB가 자기들의 명분을 위해 팬들을 끌어들이려고 경쟁 균형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디 애슬레틱은 MLB가 팬 협의회를 통해 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열성 팬들에게 다가가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수천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이들이 "샐러리캡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그 영향력은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MLB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로키스 팬은 "다저스와 로키스 간 격차가 너무 커져서 재미가 없다"며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필리스 팬도 "일부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보지만, 나는 MLB가 진심으로 피드백을 원한다고 느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샐러리캡 도입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한 상황에서, MLB의 팬 협의회 활용이 순수한 소통인지 치밀한 여론전인지를 놓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Copyright © 더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