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11년, '조광래 시대' 마감하는 대구FC

이준목 2025. 12. 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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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사임한 대구FC 조광래 대표이사.(대구FC 제공)
ⓒ 연합뉴스
다음 시즌 2부리그로 강등당하게 된 프로축구 대구FC에서, 조광래 대표이사가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했다.

조광래 대표는 지난 12월 2일 대구 팬들에게 전하는 공식 메시지를 통해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깊은 책임을 느낀다. 그간 보내주신 성원에 걸맞지 않은 최종 결과에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기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대표는 "구단은 제가 재직하는 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시민 여러분의 사랑과 구성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해왔다. 우리가 함께 만든 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후에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변함없는 마음으로 '우리들의 축구단'을 응원하겠다. 대구FC와 팬들은 나의 마지막 사랑이자 자부심이었다"며 작별인사를 전했다.

'조광래 시대'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대구FC

조광래 대표는 한국축구와 대구FC의 역사를 논할 때 결코 빠질수 없는 인물이다. 현역시절 '컴퓨터 링커'로 명성을 날린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였고, 지도자로서는 안양 LG(현 FC서울)과 경남FC,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했다.또한 2014년부터 2025년까지 대구FC의 단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축구 경영인으로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선수-지도자-행정가를 두루 거치며 모두 우승을 경험한 인물은 조광래가 유일하다.

특히 대구는 '조광래 시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는 조 대표가 부임하기 이전만해도 인기도 성적도 그저그런 지방팀에 불과했다.하지만 조 대표가 경영을 맡으면서 2016년 K리그 챌린지(2부) 2위를 확정하며 K리그1 무대로 승격한 데 이어 2018년 창단 첫 코리아컵(구 FA컵) 우승, 2021년 1부리그 역대 최고 성적인 3위 달성, 창단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ACL) 등 화려한 성과를 남겼다. 대구의 최전성기를 이끌며 K리그 최고의 선수들로 성장한 세징야·에드가·조현우·황재원 등을 발굴한 것도 모두 조광래 대표 시절의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조광래 대표의 가장 큰 업적은 대구 축구의 중심이 된 '대팍(대구IM뱅크파크)'의 건립이었다. 조 대표는 열정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축구전용구장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시내 번화가와 가깝고, 팬들의 접근 용이한 대팍은, 대구만의 새로운 문화 자산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2023년에는 홈구장 역대 최다 관중(20만 8340명)과 최다 매진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대구FC가 열정적인 팬 문화를 지닌 K리그의 신흥 인기구단으로 성장시키는 데도 대팍의 존재가 큰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물론 장기집권에 따른 명암도 있었다. 본인이 감독 출신이자, 축구에 대한 고집이 강한 조 대표로 인하여, 대구의 감독들이 잦은 간섭에 시달리고 자주 교체된다는 '상왕' 논란이 내내 따라다녔다.

지난해부터 대구FC가 강등권으로 추락하면서 조광래 체제에 대한 비판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2024년에는 승강플레이오프 끝에 충남아산을 꺾고 간신히 1부리그에 잔류했다. 하지만 2025년에는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내내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구 FC는 김병수 감독교체 이후 막판에 무패행진을 달리며 반등의 희망을 살리는 듯했지만, 결국 7승 13무 18패로 최하위에 머물며 다이렉트 강등으로 10년 만의 2부리그행을 받아들여야 했다.

조광래 대표와 대구FC의 11년 동행 역시 강등이라는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사실 조 대표는 이미 지난 7월에 열린 대구FC 팬 간담회에서 올시즌 잔류 여부와 상관없이 대표이사 사퇴를 공언한 상태였다.

조 대표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구FC의 간판스타인 세징야는 자신의 SNS에 글을 게재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 조광래 없는 대구는 존재할 수 없다. 진정한 대구 팬이라면 그의 퇴진이 기쁠 리 없다. 우리는 조광래가 이렇게 떠나도록 두어선 안 된다.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슬프고 실망스러운지 말로 다 할 수 없다. 제발 부탁 드린다. 돌아와서 우리의 리더로 계속 남아 달라"며 조 대표에 대한 여전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비록 마지막 결별은 좋지 않은 모양새가 되었지만, 세징야의 평가처럼 어쨌든 조광래 대표가 대구FC라는 클럽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전반적으로 '과보다 공'이 더 많은 인물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비인기 시민구단 체제에서 이리저리 표류하던 대구FC를 지난 10여 년간 일관성있는 방향과 철학을 바탕으로 성장시킨 것은 분명히 조 대표의 공로였다.

팬들도 올시즌 팀의 강등을 두고 프런트와 구단의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조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여론은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너무 오래 집권하면서 과거의 성공에 갇혀 팀의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고, 스스로 명예롭게 물러날 타이밍도 놓쳤다는 것은, 조 대표에게 끝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구는 2부리그 강등에 이어 조 대표이사의 사퇴로 인하여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대구FC 혁신위원회는 구단의 전방위적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는 '조광래 없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대구가, 앞으로 새로운 리더십 체제에서 어떤 변화를 통해 클럽을 재정비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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