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과 같은 잣대 안 돼” 외곽지 반발 [스페셜리포트]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5. 12.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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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비사업 차질 우려

“강남과 같은 잣대 안 돼” 외곽지 반발

서울, 수도권 외곽지역 정비사업 추진에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뿐 아니라 주택 공급 수 1주택 제한, 5년간 재당첨 제한 등 여러 제약으로 조합설립이 쉽지 않아져서다.

일례로 10·15 대책으로 1기 신도시 분당을 비롯해 구도심(수정·중원구)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추진 중인 성남시는 전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3중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이에 성남시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규제지역 지정이) 당장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겠으나 길게는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약하게 해 사업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분양가 상승과 공급 지연으로 이어져 주택 시장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노원구에서는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노원미래도시정비사업추진단은 지난 11월 14일 노원구 곳곳에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지난해 출범한 추진단은 노도강 일대 정비사업 관련 단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갖춘 비영리 조직이다.

추진단은 그보다 일주일 전인 11월 7일에도 노원구 전역에 토지거래허가제 지정에 반대하는 현수막 약 200개를 내건 바 있다. 당시에도 현수막에는 ‘강남 투기 vs 노원 정비사업, 같은 잣대로 재단하지 마라’ ‘재개발·재건축 발목 잡는 토허제, 전면 재검토하라’ 등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문구가 여럿 담겼다. 이들 현수막은 지난 11월 7일 처음 내걸린 이후 노원구청이 곧장 철거했는데, 추진단은 다시 현수막 200개를 내걸며 응수했다.

박상철 노원미래도시정비사업추진단장은 “노원은 노후 주거지가 밀집해 정비사업이 시급한 지역인데, 이번 대책이 부동산 거래를 막고 사업 추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금 청산 우려로 조합설립인가를 미루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비대위를 결성해서라도 조합설립을 미루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5. “대출 되나요?” 은행 창구 혼선

실수요자 ‘대출 찾아 삼만리’

금융권 대출 현장 혼선도 극심해졌다.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일부 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연말까지 중단했고, 지점별로 대출 한도를 10억원 이하로 묶는 등 사실상 ‘대출 휴업’ 상태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하나·IBK기업은행은 연말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은 11월분 한도를 이미 소진했다. 12월분 접수 재개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점당 부동산 대출 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했다. 수도권 주담대 규모가 건당 최소 수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점당 1~2명만 대출받을 수 있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알아보던 A씨는 “금리가 싼 은행을 찾기보다 일단 대출이 나오는 은행을 찾는 게 우선이 됐다”며 “11월 초 연 3.9%로 예상됐던 대출금리가 일주일 새 0.2%포인트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말까지는 대출 가능한 은행이 손꼽을 수준이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대출 찾아 삼만리’를 토로하는 글이 많다.

그런데도 집값 안 떨어지는 이유

공급 대책 빠진 수요 억제 한계

정부가 이런 논란을 감수해가며 규제를 강화했는데도 좀처럼 집값은 잡힐 줄 모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 수요 억제만 성공했을 뿐,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력한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 주거 불안이 커진 만큼, 향후 규제 완화와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10·15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행 세부 방안이 불명확하고 향후 주택 공급 일정도 불확실한 탓에 지난 한 달간 수요자가 매수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이 계속 부족할 것이란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면 내년 봄 이사철부터는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대출 규제로 잠시나마 수요가 억제됐더라도 적절한 공급 대책 없이는 오히려 집값이 크게 반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서울 집값 안정을 꾀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만으로는 수요를 영원히 억누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역시 “이번 대책은 과거보다 강력한 대출 규제여서 매물 잠김이 심화할 것”이라면서도 “공급이 막히면 수요 억제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다시 오른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부동산 추가 규제’를 언급하며 실수요자 불안감을 키우기보단,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따라붙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연내 추가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노후 청사 재건축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 중심의 유연한 대출 완화와 현실적인 주택 공급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우량 입지에 제때 공급해야만 과열이 진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6호 (2025.11.26~1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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