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화해할 수 있을까, 폴란드-독일 협력에서 찾은 한일관계의 가능성

Natalia Matiaszczyk 2025. 12. 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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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lia Matiaszczyk 기자]

 일본 도쿄 고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일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 개회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행사 시작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9.27
ⓒ 연합뉴스
폴란드는 2차대전 당시 독일의 가혹한 점령을 겪은 나라다. 그 상처는 깊고 오래 남았지만, 오늘날 폴란드와 독일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과거를 더 나은 공동의 미래로 이어가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 희생자를 함께 기리는 행사, 학생들이 서로의 도시를 방문해 과거를 배우는 교류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기억을 이야기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자리들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폴란드의 도시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꾸준히 확인된 풍경이다.

과거가 완전히 치유된 것은 아니지만, 도시들은 일상 속에서 조심스럽게 화해의 길을 만들어 왔다. 중앙정부 관계가 흔들리던 시기에도 이런 만남은 멈추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작은 행동들이 쌓여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역사 갈등을, 도시는 해결할 수 있을까?'

국가가 멈춰도, 도시는 움직였다

폴란드와 독일의 관계는 오랜 시간 상처와 불신 속에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두 나라의 수많은 도시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작은 화해의 길을 만들었다. 특히 역사 해석의 차이 때문에 자매·우호 도시 관계가 중단되거나 끊어진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공동 추모식, 학생 교류, 역사 교육 프로그램, 문화 행사, 전쟁으로 파괴된 장소를 함께 복원하는 일까지—도시 간 교류는 단순한 '행정 협력'을 넘어 기억을 함께 다루는 작업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협력이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폴란드 중앙정부가 독일을 강하게 비판하던 시기에도, 보수·진보 성향의 시장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정치가 흔들려도, 도시 간 대화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즉, 화해는 선거와 이념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일상'이 되어 있었다.

과거에는 독일 도시들도 조심스러웠다

지금의 풍경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990년대만 해도 독일의 많은 도시들은 역사 문제를 꺼냈다가 폴란드 파트너 도시가 불편해할까 봐 조심스러워했다. "먼저 말해도 될까?", "괜히 상처를 건드리는 건 아닐까?" 망설임이 많았다.

그러나 작은 시도 하나가 다음 시도를 낳았고, 그렇게 쌓인 신뢰는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졌다. 지금은 역사 대화가 도시 외교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한일관계에서는 왜 같은 일이 일어나기 어려울까?

한국의 도시들 가운데 약 75%는 일본과 자매·우호 도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역사 문제가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는 달라진다.

한국의 많은 도시들은 일본 파트너 도시가 역사 왜곡이나 부정적인 행동을 보이면 관계 중단, 행사 취소, 항의 서한 발송, 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는 한국 도시들이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다.

대부분 일본 도시들은 역사 문제를 대화의 주제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역사는 중앙정부가 다룰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고, 과거사를 언급하는 순간 자매·우호 도시 관계가 부담스러워질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일본 도시들은 과거사 문제를 의도적으로 피하며, 일본이 한국인에게 저지른 전쟁 범죄가 더 이상 중요한 주제가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과거에는 일본 지방정부의 시장들이, 예를 들어 나고야 시장처럼, 전쟁 범죄를 부정하거나 축소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

이런 비대칭적 상황에서는, 한국 도시들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일본 도시들은 답을 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어쩌면 지금의 일본 지방정부는 1990년대 독일 도시들과 비슷한 곳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조심스럽고, 불편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지점 말이다.

기억을 나누는 일은 국가만의 몫이 아니다

폴란드–독일 사례는 한국에 "정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작은 실험이라도 시작되면, 감정이 아닌 일상의 협력이 쌓이면, 도시는 국가를 대신해 신뢰를 만드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만약 한국과 일본의 도시들이 지역 박물관의 공동 전시, 청소년 교류, 공동 역사 세미나, 작은 추모행사, 공동 연구 프로젝트 이런 미세한 협력을 시작한다면, 국가 간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시민 차원의 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화해는 거대한 선언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만남, 조용한 대화, 함께 쌓아 가는 신뢰에서 시작된다. 폴란드와 독일의 도시들이 보여준 것은 단순하다: 기억을 둘러싼 관계도, 함께 가꾸면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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