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죄와 '윤·김 절연'이 민심[장세정의 시시각각]

시계추를 1년 전 이 무렵으로 돌려보자. 여야는 극한 정쟁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4·10 총선에서 175석을 거머쥔 민주당은 탄핵을 29건이나 남발하며 윤석열 정권을 흔들었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25차례나 강행하며 야당에 비타협적으로 대응했다. 여론이 냉랭해지면서 11월 넷째 주 윤 대통령 지지율은 19%(갤럽 기준)까지 추락했다.
그런데 그 무렵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32%)과 민주당(33%)이 거의 대등했다. 11월 15일 서울중앙지법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민주당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1심대로 확정되면 이 대표가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었다. 분별력 있는 여당이라면 힘들어도 시간은 우리 편이니 판을 깰 때는 아니라고 여길 상황이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인 12월 3일 윤 대통령은 한밤중에 TV 화면에 갑자기 등장해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1/joongang/20251201003352579dmc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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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헌·파면에도 보수 1년 허송세월
윤·김 부부의 무능·부패 실상 참담
국민의힘, 상식·중도 민심 직시를
」
12·3 계엄 이후 지난 1년을 돌아보자. 6·3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란·채상병·김건희 의혹에 대한 세 특검의 수사를 통해 국민은 잘 몰랐던 윤·김 부부의 민낯을 낱낱이 알게 됐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특검이니 속단은 금물이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핵심적인 몇 가지 죄상만 보더라도 충격을 넘어 참담하다.
첫째, 윤 대통령의 기행과 무능·무책임이다. 내란 혐의를 다투는 법정에서 '피고인 윤석열'은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을 마치 공판검사가 심문하듯 다그쳤다. 그 와중에 "지난해 국군의날 기념행사 이후 대통령 관저 만찬장에서 앉자마자 폭탄주를 굉장히 많이 돌렸다"며 본인 입으로 폭음 사실을 실토했다. 수많은 폭탄주 기행이 드러나면서 북한 도발 와중에 '대취한 군통수권자'를 떠올리니 아찔하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정책결정이 얼마나 충동적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초 보건복지부가 단계적 증원 방안을 보고했지만, 윤 대통령이 묵살하고 고무줄처럼 숫자를 늘렸다. 행정 경험이 아무리 일천해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정책을 이처럼 경솔하게 처리했다면 무능과 무책임을 넘어 큰 죄를 지은 것 아닌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 6월 3일 서울 원명초등에 마련된 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1/joongang/20251201003353844xznj.jpg)
둘째, 대통령 부인의 부패와 국정 개입이다. 특검에 따르면 '피고인 김건희'는 친북 성향 인물의 명품 가방은 물론이고, 통일교 측의 명품가방 등을 주는 대로 덥석 받았다. 건설업체 회장의 명품 목걸이도 받았는데 인사청탁 혐의가 있다니 조선 후기 매관매직과 뭐가 다른가.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피고인 김건희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명품백 수수 관련)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라며 문의했고, '김혜경·김정숙 수사는 왜 잘 진행이 안 되느냐'는 취지로 따져 물었다. 문자가 오간 뒤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수사 지휘 라인이 갑자기 교체됐다. 마치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피고인 김건희가 장관을 통해 검찰 수사와 인사를 주물렀다면 중대한 국정 개입 범죄다. 이런 죄상을 덮기 위해 윤 대통령이 무리하게 계엄을 발동했다고 특검은 의심한다.
윤·김 부부가 공사를 구분 못 하고 저지른 기행과 죄상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위헌적 계엄뿐 아니라 대통령의 무능과 부인의 부정부패에 대해 당시 여당이라면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1년이 되도록 제대로 사과 없이 허송세월했다. '내란 정당 몰이'에 구실을 스스로 제공했으니 어리석다. 돈벌이에 눈이 먼 유튜버들의 '윤 어게인' 망상은 과감히 무시해야 한다. 남 탓 말고 상식적인 민심과 여론을 직시해야 한다. 오세훈·유승민·안철수·이준석 등 중도보수를 배제하면 장동혁 체제의 미래는 암담하다. 집권은 포기하고 영원히 야당이나 하겠다면 모를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과 함께 지난 12일 당사에서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1/joongang/20251201003355116xqou.jpg)
장세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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