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아동과 다문화아동의 ' 차이'를 아시나요?

이혁진 2025. 11. 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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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주배경아동의 삶의 질 심포지엄... 이주배경아동 관심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

[이혁진 기자]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이주배경아동 삶의 질 심포지엄 현장
ⓒ 이혁진
이주배경아동... 복잡한 이주배경만큼 아이들의 다양한 삶
"이주배경아동들은 상대적으로 결핍된 환경에서도 실제 여가시간은 학습이나 자기 계발 보다 가사노동과 휴대전화 등 디지털 매체 사용 등 생계형 활동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이주배경아동의 삶의 질 심포지엄'에서 김선숙 교수(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과)가 이주배경아동의 삶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어 "특히 높은 휴대전화 소유율과 긴 사용시간은 열악한 양육환경에서 돌봄을 메우는 주요 수단으로써 디지털 방임의 위험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 교수는 "올바른 미디어 사용교육과 디지털 기기 외에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여가문화활동 도입이 절실하다"라고 제언했다.

이날 김 교수가 발표한 '이주배경아동과 비이주배경아동 삶의 질 비교'는 전국의 초등학교 5학년 일반아동 2514명과 초등학교 재학 중인 10~12세 이주배경아동 893명을 대상으로 가정과 학교 환경, 여가, 건강, 또래 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 두 집단 간 아이들의 삶의 질이 어떻게 다른가를 연구한 것이다.

연구의 조사대상은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이주배경학생 범주보다 넓다. 연구조사 초등학생에는 다문화아동을 포함해 미등록 아동, 난민 아동, 중도입국 아동까지 다양한 이주배경아동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이주배경학생은 복잡한 이주배경만큼이나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등이 주최한 심포지엄은 이주배경아동의 삶에 주목하고 힘겹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0년부터 난민아동사업을 시작으로 체류자격과 부모의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차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힘쓰고 있다.

2025년 6월 현재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278만 명에 이르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정착해 일하는 다문화 가정이 늘어난 지금 다른 문화수용 정책은 이제 국가적 책무이다. 특히 이주배경아동 수는 올해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었다. 이들의 정체성 혼란과 언어, 학습 격차, 또래 관계 갈등 등 학교와 사회에서의 부적응에 대한 지원체계는 여러 정책에도 체감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심포지엄에는 이주배경아이들이 현실 앞에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높은 공감대를 반영하듯 사회적 약자 보호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많이 모였다. 특히 2016년 한국에 입국한 중도입국 청소년인 온양여자중학교 3학년 김가영 학생은 축사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김 양은 "10년 전 한국에 와 처음 어린이집에서 언어가 서툴러 혼자 멍하게 있던 날이 많았는데 아산시가족센터에서 언어치료를 받으며 한국어를 배우며 세상도 점점 달라 보이기 시작하고 거기서 다양성이 가진 힘을 배웠다"라고 회고했다.
 이주배경아동 삶의 질 심포지엄에서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이혁진
개념부터 확실히 하면 어떨까... 이주배경학생 VS. 다문화학생

이주배경학생은 요새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기존의 다문화학생과 어떻게 다른지 헷갈리고 있다. 보통 다문화학생은 국제결혼가정 자녀와 외국인가정 자녀를 칭한다. 현장 전문가들도 이주배경학생에 대한 용어사용에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성평등가족부(다문화가족과)와 교육부(이주배경학생지원팀)로 이원화된 조직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이주배경학생을 다문화가정 자녀, 외국인가정 자녀, 이주아동, 이주배경 청소년 등으로 혼용하다가 2년 전부터 ' 학생 본인 또는 부모가 외국 국적이거나 외국 국적을 가졌던 적이 있는 학생'으로 정의하고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런 움직임과 달리 이주배경학생이라는 말 대신 다문화학생이라는 표현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신혜영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장은 "현장의 선생님들이 용어사용과 정의규정을 제대로 체감하며 인식하도록 연수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사족이지만 이주배경아동이라는 개념도 중립적이지 않다. 비이주배경아동에 대한 상대적인 표현이지만 자의적인 느낌이다. 최근 프로야구 등에서 ' 용병'이라는 말 대신 ' 외국인'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주배경아동에 대한 용어정의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아침 출근길 동네 버스정류장에서 자주 얼굴 보는 학생도 이주배경학생이다. 반가워 내가 가끔 손짓을 보내면 키가 큰 아이는 고개를 꾸벅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한 번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 학생은 피부와 머리카락이 조금 다를 뿐 모든 행동이 우리 학생들과 똑같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또래들과 이야기하며 깔깔댄다. 심포지엄 내내 동네 학생을 떠올렸다. 다음에 학생을 만나면 반갑게 말을 걸어볼 생각이다. 아마 그 아이도 웃으며 나를 맞을 것 같다.

이주배경아동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결국 우리 사회와 공동체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일이다. 이제는 이주배경학생들에 대한 보호와 관심을 넘어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설 수 있도록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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