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키이우 한 접시에 담긴 우크라이나 투쟁사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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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언론 제르칼로 네델리는 치킨 키이우에 대해 "20세기 초 키이우 '콘티넨털 호텔'에서 개발됐으며, 당시에는 부자들만 맛볼 수 있는 고급 요리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농경 사회 티를 벗지 못한 우크라이나에서 콘티넨털 호텔은 전기, 엘리베이터, 난방 시설을 갖춘 '도시 문화'를 상징했고, 신선한 닭고기와 버터로 만든 치킨 키이우는 사치의 정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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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풍파 속 민족 정체성 상징으로
편집자주
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닭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치킨 키이우(러시아명 치킨 키예프)'는 동유럽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민족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요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치킨 키이우는 저민 닭가슴살 안에 버터와 채소를 볶아 채워 넣고, 고기 바깥은 빵가루 튀김을 둘러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 음식이다. 유럽의 커틀릿, 일본의 돈가스와 매우 흡사하다. 우크라이나 언론 제르칼로 네델리는 치킨 키이우에 대해 "20세기 초 키이우 '콘티넨털 호텔'에서 개발됐으며, 당시에는 부자들만 맛볼 수 있는 고급 요리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치킨 키이우는 꼭 먹어보고 싶지만 쉽게 접할 수는 없는 음식이었다. 농경 사회 티를 벗지 못한 우크라이나에서 콘티넨털 호텔은 전기, 엘리베이터, 난방 시설을 갖춘 '도시 문화'를 상징했고, 신선한 닭고기와 버터로 만든 치킨 키이우는 사치의 정점이었다. 치킨 키이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 연방으로 통합된 뒤 동유럽 전체로 인기가 확산됐다.
시간이 흐른 오늘날, 치킨 키이우는 고급 정찬과 서민 음식을 아우르는 요리로 변모했다. 호텔 식사로 제공되는 화려한 치킨 키이우도 있는 반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냉동식품 형태도 있다. 동유럽의 식당, 카페는 물론, 먼 영국의 마크 앤 스펜서(M&S) 백화점에서도 치킨 키이우를 맛볼 수 있다.

요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치킨 키이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킨 키이우는 양국의 분쟁 대상으로 떠올랐다. 시작점은 요리 명칭이다.
러시아에서 치킨 키이우는 러시아식 발음 '치킨 키예프'로 불린다. 9세기 말 우크라이나는 여러 공국들의 연합체인 '키이우 루스'로써 자주성을 지켜 왔지만, 몽골 침략 이후 쇠퇴하면서 모스크바 대공국(현재의 러시아)에 흡수돼 키예프가 됐다.
그런데, 이 음식이 '치킨 키예프'로 불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우크라이나 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요리의 표기법을 치킨 키이우로 공식화했다. 키이우와 키예프, 둘 중 어떻게 불리느냐가 민족 정체성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해서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연대의 의미로 치킨 키이우를 공식 표기로 인정했다.

1991년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했던 연설은 '치킨 키이우 연설'이라고 불린다. 당시 소련 붕괴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독립론이 고조됐는데, 부시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의회를 방문해 "미국은 멀리 있는 폭군(소련)을 없애자고 현지(우크라이나)의 독재자를 내세우지 않을 것이고, 인종적 증오에 뒷받침된 자기파괴적 민족주의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독립 지지자들에게 거센 지탄을 받았다. 곧 이 연설을 두고 '치킨 키이우 연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단어 '치킨'에 겁쟁이라는 뜻이 포함된다는 것을 이용한 중의적인 멸칭이다.
치킨 키이우는 2024년 7월9일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이었던 러시아가 만찬 메뉴로 내놓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외교전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만찬 전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간 병원을 공습해 어린이를 포함한 사상자를 냈다. 세르지 키슬리차 UN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의 도덕적 타락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며 "이 만찬은 무고한 사람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규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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