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게임 광고 80% 장악한 애드테크 아시나요 [미장 보석주]
최근 미국 주식 시장에서 눈에 띄는 수익률을 기록 중인 광고기술(애드테크) 기업이 있다. 지난 3년간 주가 상승률은 인공지능(AI) 시대 대세로 떠오른 엔비디아와 팔란티어를 웃돈다. 게임 배급사로 출발해 이제는 전 세계 게임 광고 시장의 80%를 장악한 앱러빈이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갖춘 만큼, 성장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그동안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내다본다.

기술 우위로 독점적 지위
앱러빈은 2012년 게임 배급사로 출발했다. 2020년만 해도 전체 매출의 86%를 게임 부문이 차지했다. 하지만 게임 배급 사업이 정체기에 빠지자, 회사는 모바일 게임 광고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기존 모바일 게임 광고 시장은 이용자 특성과 선호를 파악하기 어려워 적중률이 떨어졌다. 광고주는 광고 효과가 떨어졌고, 채널 제공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효율적 구조였다. 이런 이유로 채널에서 같은 회사의 다른 게임 광고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비효율적 구조에서 앱러빈은 기회를 발견했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해 게임 이용자 구매 패턴을 분석했다. 특징은 나이·성별 등 개인정보가 아니라 과거 구매 이력을 통해 고객 특성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고객이 어떤 광고에 반응하고 얼마나 구매까지 이어지는지 분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체 광고엔진이 ‘액손’이다. 액손 도입 후 모바일 게임 광고 적중률이 높아지고 시장이 활성화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액손을 강화하면서, 앱러빈은 게임 광고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게임보다 광고에 집중한다. 현재 앱러빈 주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다. ‘앱디스커버리’와 ‘맥스’다. 앱디스커버리는 광고를 하고 싶은 회사, 맥스는 광고 채널을 내주는 회사가 타깃이다. 앱디스커버리는 특정 앱 이용자 성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다른 앱 광고를 노출한다. 맥스는 경매 방식을 활용한다. 채널이 더 높은 단가를 제시받을 수 있도록 여러 기업에 실시간 경매를 붙인다. SK증권에 따르면 맥스의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한다. 매일 앱러빈 플랫폼을 통해 광고에 노출되는 이용자는 16억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실적 역시 광고 부문이 압도적이다. 앱러빈은 지난해 매출 47억달러를 기록했다. 그중 광고 부문이 32억달러로 68%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게임 부문 매출은 15억달러에 그쳤다. 결국 앱러빈은 지난 5월 게임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광고 플랫폼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증권가에서는 앱러빈의 이 같은 결정이 회사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앱러빈 매출 추정치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56억달러다. 수익성 개선폭은 더욱 클 전망이다. 올해 앱러빈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38억달러, 32억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씩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도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앱러빈이 내년 매출 76억달러, 영업이익 56억달러, 순이익 48억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보다 각각 36%, 47%, 55%씩 성장한다고 내다본 셈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앱러빈 주가는 최근 3년 동안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다. 11월 19일 종가 기준 앱러빈은 지난 3년간 39배 이상 급등했다. 10달러대 초반이었던 주가가 3년 사이 530달러대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가는 각각 12배, 24배 상승했다. 올해로 기간을 좁혀도 앱러빈 주가는 64% 올라 나스닥 수익률(17%)를 앞질렀다. 시가총액은 약 1800억달러로 미국 50위권에 진입했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AI 거품론이 확산하며 기술주 전반에 대한 투심 악화로 앱러빈 주가가 다소 꺾였다. 11월 초만 해도 앱러빈 주가는 650달러에 달했다.
김승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액손 엔진 성능 개선이 이제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닌 숫자로 입증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라며 “매출 성장과 마진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중기적으로 탄탄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BoA “주가 60% 더 간다”
증권가는 앱러빈의 향후 성장 동력을 높게 평가한다. 동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셀프 서비스다. 앱러빈은 지난 10월 셀프 서비스 플랫폼을 론칭했다. 광고주가 스스로 광고 캠페인을 설정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광고주가 셀프 서비스를 통해 직접 등록 절차를 밟으면, 액손이 자동으로 타깃과 예산을 최적화한다. 영업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이 모델이 시장에 안착하면 영업 인력을 확대하지 않아도 광고주 수와 매출을 늘릴 수 있어,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두 번째 동력은 분야 확장이다. 앱러빈이 셀프 서비스를 선보인 이유 역시 이커머스 고객과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대부분 광고주가 게임 회사였지만, 셀프 서비스를 내놓으며 점점 이커머스 고객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회사가 내놓은 초기 성과는 긍정적이다. 셀프 서비스를 이용한 광고주 지출이 주간 단위로 50%씩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앱러빈의 고성능 모델이 게임 외 부문에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 노스빔에 따르면, 미국 이커머스 광고 지출 62%는 메타플랫폼스가, 26%는 구글이 점유하고 있다. 앱러빈 비중은 3% 안팎으로 추정된다.
향후 앱러빈이 이커머스 광고 점유율이 높아진다면 연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제민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메타플랫폼스의 일일 활성 사용자(DAP)는 약 35억명 수준이고, 모바일 게임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약 10억명 정도”라며 “앱러빈의 맥스 점유율을 고려할 때 액손 엔진 역량이 메타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연매출 280억달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앱러빈 올해 매출 추정치가 약 76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5배가량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가에서도 앱러빈에 대한 호평이 쏟아진다. 11월 18일 기준 월가에서 앱러빈 목표주가는 평균 719달러에 형성돼 있다. 당일 종가 대비 37%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앱러빈 주가가 60% 이상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0월 앱러빈 목표주가를 기존 580달러에서 860달러로 48% 상향 조정했다. 내년 약 4000개의 대형 광고주가 앱러빈을 새로운 광고 채널로 채택하고, 이커머스 순수익이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파른 주가 상승세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앱러빈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9배다. 온라인 광고 시장 1위 메타(21배)와 2위 알파벳(26배)보다 높게 형성됐다. 그럼에도 앱러빈 성장성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이성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앱러빈 PER 고점은 60배였지만 현재 39배까지 내려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좋은 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했지만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이커머스 플랫폼 출시 후 광고주 규모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커머스 부문 성장성을 감안할 때 하방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6호 (2025.11.26~1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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