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성공 사다리’가 청년 표심 바꿨다 [US Report]

2025. 11.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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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이 말하는 뉴욕의 사회주의化 이유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이 지난 11월 17일(현지 시간) 뉴욕 브롱크스 자치구에 있는 푸드뱅크 시설을 찾아 빈곤층 배식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뉴욕시장 선거에서 ‘사회주의자’를 표방한 34세 청년 조란 맘다니가 최종 승리했다. 그는 11월 초 열린 선거에서 득표율 50.4%로 쿠오모(41.6%)를 꺾고 제111대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인도계 이민 2세로 무슬림 출신인 그는 비주류 출신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1위 경제 도시 뉴욕의 시정을 이끌게 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왼쪽 성향으로 평가받는 노선을 내세워 표심을 잡았다.

맘다니 당선 직후 월가에서는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피터 틸이 2020년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마크 안드리슨에게 보낸 이메일이 화제로 떠올랐다.

그는 당시 “밀레니얼세대 약 70%가 사회주의에 호감을 보인다. 이들을 어리석다거나 세뇌됐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왜 그런 감정을 갖게 됐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적었다. 5년이 지난 지금 틸의 예언이 현실화하면서, 그가 바라본 뉴욕의 좌향좌 흐름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틸은 젊은 세대가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더 이상 젊은 세대에게 작동하지 않는다”며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성공의 사다리’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맘다니 승리의 핵심 배경으로 뉴욕의 주거 문제를 꼽았다. 틸은 “학자금 부채는 쌓이는데 임금 상승은 멈추고 생활비와 임대료는 폭등하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는 ‘시스템이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출구조사에서도 뉴욕 18~29세 유권자 약 78%가 맘다니에게 표를 던졌다.

기성 정치인이 무심했던 문제에 주목

맘다니는 약 100만가구 임대료 동결, 보편적 보육, 부유층 증세에 기반한 사회 정책 재원 확보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틸은 이 공약들이 “뉴욕을 더 살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뉴욕시가 임대료를 대규모로 통제하면 공급이 줄고 장기적으로 집값과 임대료가 더 오를 것”이라며 주택의 ‘사회화(socialise)’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틸은 “기성 정치인이 이 문제에 놀랄 만큼 무심했던 반면, 맘다니는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틸은 이번 현상이 미국 전반에서 확산하는 흐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아이를 덜 낳고, 고령 인구는 늘고 있다. 투표를 통한 사회주의적 체제가 등장해도 결국 젊은이를 위한 사회주의가 아니라 노인을 위한 사회주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틸은 상대 후보를 극좌·극단주의자로 낙인찍는 전략만 반복한다면 “향후 오랜 기간 기성 정치가 설 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우간다서 태어난 맘다니는 7살 때 가족과 뉴욕으로 이주했다. 맨해튼 사립학교와 브롱크스 과학고를 거쳐 보든 칼리지를 졸업했다. 이후 201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2020년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한편 미국 시애틀시장 선거에서도 진보 성향 여성활동가 케이티 윌슨(43)이 당선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득표율 50.19%로 브루스 해럴 현 시장(49.48%)을 근소하게 앞서며 승리했다. 약 2000표 차이에 불과했다. 윌슨 당선인 역시 보편적 육아, 대중교통, 치안 강화, 안정적 주거비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인기몰이했다.

미 북서부 대도시인 시애틀은 주거비 급등으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윌슨 당선인은 자본이득세 도입을 통해 주거비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고, 시애틀 인구의 56%를 차지하는 세입자 보호 장치 강화를 약속했다.

[뉴욕 = 홍장원 특파원 hong.j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6호 (2025.11.26~1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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