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야유·쌍욕 무릅쓴 양향자 "계엄은 불법, 반성해야"
[장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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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이 29일 오후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에서 개최한 '민생회복·법치수호 대전 국민대회’. 사진은 연설을 하고 있는 양향자 최고위원. 이날 대회장에는 '계엄은 정당했다', '계엄사과 죽음', '계엄사과 반대' 등의 문구가 써진 피켓과 현수막이 등장했다. |
| ⓒ 오마이뉴스 장재완 |
국민의힘은 29일 오후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에서 '민생회복·법치수호 대전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연단에 오른 양향자 최고위원은 "계엄은 불법이었다.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자 연단 아래에 모인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은 양 최고위원을 향해 야유와 쌍욕을 퍼부으며 '내려가'를 외쳤다.
양 최고위원은 그동안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수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선을 긋고 민생과 법치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씨와 결별해야 하고, 장동혁 대표가 계엄에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당 내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외 집회에서 최고위원이 야유를 무릅쓰고 반성을 촉구한 것.
양 최고위원은 이날 연설에서 "극단적 언어와 혐오적 발언이 공공장소를 채우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겪는 혼란"이라며 "오늘의 이 혼란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과학기술 국가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 세계 패러다임이 AI로 재편되는 시대에 대한민국은 다시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며 "잘 싸운다는 것은 큰소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머리 숙이지 않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며 당내 갈등이 향후 국정 방향과 기술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대전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이곳 대전의 카이스트 연구원들이 흘린 눈물과 피땀이 대한민국의 명운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기술은 우리가 누구에게도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이라며 "대한민국이 다시 기술로 세계를 재패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 최고위원은 "미안하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R&D 예산을 30% 깎았던 것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과학기술의 도시 대전에서 연구개발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았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자 으능정이 거리를 가득 메운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양 최고위원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이들은 엄지손가락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며 '우~' 하는 소리를 냈고, "내려가! 내려가!"를 연신 연호했다. 또한 이들은 "윤 어게인"을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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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이 29일 오후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에서 개최한 '민생회복·법치수호 대전 국민대회’.이날 대회장에는 '계엄은 정당했다', '계엄사과 죽음', '계엄사과 반대' 등의 문구가 써진 피켓과 현수막이 등장했다. |
|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이 같이 양 최고위원이 계속 연설을 이어가자 당원과 지지자들의 야유는 더욱 커졌다. 이에 양 최고위원은 일부 지지자들이 들고 있던 '계엄은 정당했다'는 손팻말 문구를 읽은 뒤 "무슨 계엄이 정당했나, 계엄은 불법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계엄의 불법을 방치한 게 바로 우리 국민의힘이었다"며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당원과 지지자들의 야유가 더욱 커졌다. 일부 당원들은 "XXX아 내려가", "개소리 하고 있네", "꺼져라"는 등의 쌍욕을 퍼붓고, 꽹과리와 북을 치면서 양 최고위원의 발언을 방해했다. 결국 주최 측이 '잠시 조용히 해 달라', '양향자 최고위원에게 박수를 부탁드린다'는 등의 말로 정리한 뒤에야 양 최고위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계속해서 양 최고위원은 자신이 민주당 출신임을 언급하며 "그런 이유로 맡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하고 "당이 책임 있게 앞길을 열어야 한다.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당, 기술로 미래를 다시 여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년들이 대전에서 일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를 모시며 살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며 청년 일자리와 지역 균형발전 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연설 끝부분에서 그는 "제 말이 틀리다면 돌멩이도 달게 받겠다"며 "우리는 다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 국민 앞에서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회장에는 '계엄 사과 죽음', '계엄은 옳았다'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과 피켓이 등장했고, 일부 당원들은 대형 스피커와 북, 꽹과리를 동원해 "계엄 사과 반대"를 계속해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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