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함락시킨 '스나이퍼' 이현중, 이래서 '어나더 클래스'
[이준목 기자]
대한민국 농구가 원정에서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던 예상을 보기좋게 뒤집으며 한국농구의 저력을 증명한 쾌거였다.
전희철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농구대표팀은 11월 28일 베이징 우커쑹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7 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B조 원정 1차전에서 중국에 80-76으로 승리했다.
한국이 중국에게 성인대표팀간 맞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지난 2022년 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맞대결 이후 3년만이다. 특히 중국 원정에서 승전고를 울린 건 2018년 6월 선전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예선 이후 무려 7년 만이었다.중국과 역대 전적은 16승 36패를 기록했다.
당초 전희철호는 FIBA 랭킹 27위의 중국(한국 56위)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대한민국 농구협회는 지난 8월 FIBA 아시아컵(8강) 이후 대표팀을 이끌어온 안준호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지만, 아직 후임 감독을 정하지 못했다. 농구월드컵 예선일정이 임박하면서 어쩔수없이 프로 현역 감독인 전희철 서울 SK 감독과 조상현 창원LG 감독을 임시 코칭스태프로 구성해야했다.
또한 대표팀은 여준석, 최준용, 송교창, 유기상 등 여러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개인사정으로 합류가 불발되며 전력누수가 심했다. 중국은 지난 아시아컵 준우승팀이자, 한국이 속한 B조에서 가장 강팀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은 지난 아시아컵에서도 중국을 8강에서 만나 71-79로 패한 바 있다.
가뜩이나 전력상 열세인데, 정작 새로운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이 제대로 호흡을 맞출 시간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대표팀은 출국 직전 프로팀인 안양 정관장과의 연습경기에서도 완패하며 불안감을 드리운 바 있다.
하지만 전희철호는 이 모든 불리함을 보기 좋게 실력으로 이겨냈다. 한국의 해답은 역시' 3점슛'이었다. 3개월전 아시아컵 패배 당시에는 24개의 3점슛을 시도항 단 3개를 적중시키는 데 그치며 성공률 12.5%로 매우 부진했던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는 무려 14개의 3점 슛을 45.2%(14/31)의 적중률로 성공시키며 중국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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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구 대표팀 에이스 이현중 |
| ⓒ 연합뉴스 |
FIBA는 경기 종료 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현중이 기록한 3점슛 9개는, 2017년 현 농구월드컵 예선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전 세계 포함 농구월드컵 지역예선 역대 단일 경기 최다 3점슛 신기록' 이라고 발표했다. 이현중이 한국농구와 FIBA 월드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또한 한국 선수가 중국전에서 '30점 이상+3점슛 9개'를 동시에 성공한 것은 이현중이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이충희, 허재, 문경은, 방성윤, 조성민 등 역대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슈터들이나, 귀화선수인 라건아와 문태종조차도 중국전에서 이 정도로 활약한 선수는 없었다.
201cm의 장신슈터로 공수겸장에 내외곽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이현중은, 기존 한국 슈터들이 중국전이나 국제무대에서 겪는 미스매치 핸디캡이 거의 없다. 이날도 이현중은 장신을 앞세운 중국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았음에도 슛을 던지거나 몸싸움을 펼치는 데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이현중의 득점 과정을 보면 대부분이 편안한 오픈찬스 상황에서 던진 것이 아니라, 앞에 수비를 달고 쏘거나 장거리에서 시도한 딥쓰리였다.
그럼에도 이현중은 전반에만 3점슛 6개, 후반에 3개를 추가하며 고비마다 놀라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중국 팀 전체가 기록한 3점슛보다 이현중이 홀로 성공시킨 갯수가 3개나 더 많았다. 지난 아시아컵 중국전 패배 이후 라커룸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이현중은, 불과 3개월만에 다시 만난 중국을 상대로 본인의 진가를 과시하며 완벽한 설욕전에 성공했다. 또한 한국농구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국제용 슈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며, 현재 대표팀의 에이스가 단연 이현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경기였다.
물론 이현중만 활약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아시아컵 중국전에서는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이정현(13점 7어시스트)과 안영준(13점 6리바운드)도 고비마다 이현중을 지원사격했다. 또한 베테랑 빅맨 이승현은 8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스탯 볼륨은 크지 않았지만, 장신들이 즐비한 중국을 상대로 골밑에서 고군분투하며 고비마다 정확한 미드레인지 점퍼와 영양가 높은 리바운드로 팀의 승리를 지키는 데 기여했다.
유일한 옥의 티는, 한국농구의 고질적인 약점인 뒷심 부족이었다. 대표팀은 이날도 4쿼터 4분여를 앞두고 이현중의 3점포로 17점차까지 앞섰지만, 막판 중국의 맹추격과 턴오버 속출로 3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하며 하마터면 대역전패를 당할 뻔했다. 리바운드는 이번에도 35-46으로 중국에게 크게 뒤졌다. 롤러코스터 같은 '양궁농구'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여준 경기라고 할 만했다.
대표팀은 사흘만인 12월 1일 홈으로 중국을 불러들여 원주에서 2차전을 치러야 한다. 원정에서 값진 승리로 기선을 제압한 것은 큰 성과지만, 막판에 중국의 기를 살려준 것은 아쉬운 마무리였다. 3점슛이 매번 이날처럼 터져준다는 보장은 없기에 공격루트의 다양화와 턴오버를 줄이는 것이 2차전의 숙제로 남았다.
한국은 16개팀이 4개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1라운드에서 최소 3위에 올라야 12개팀이 참가하는 2라운드에 진출한다. 2라운드에서는 12개국이 2개 조로 나눠 각 조 1∼3위, 그리고 4위 팀 중 성적이 좋은 1개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갖는다.
B조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대만을 상대로 나란히 1승을 먼저 거둔 상태다. 전희철호가 내친김에 홈에서 중국을 다시 한번 잡아내며 2연승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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