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 못 벗어나”…고환율 고착화 vs 완만한 하락
시장 관심은 향후 원달러 환율 향배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원화 약세”라며 14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질서)일 것이라고 본다.

연말까지는 1400원대 유지
매경이코노미가 거시경제 전문가 10인에게 설문한 결과, 대부분은 연말에도 원달러 환율 1400원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환율 전망 밴드 하단을 1350원 또는 1300원대 후반으로 제시한 전문가는 2명뿐이다.
예상 못한 변수가 아닌 투자 환경 변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인 만큼 단기에 추세가 바뀔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9인이 꼽은 최근 상승의 핵심 요소는 서학개미 투자 행렬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18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순매수한 미국 주식 규모는 285억달러(약 41조원)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10·15 부동산 규제 등으로 갈 곳 잃은 자금이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로도 일정 부분 확인 가능하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10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68억달러로 9월(32억달러)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를 변수가 아닌 추세적 현상으로 봤다. KDI는 최근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보고서에서 ‘자본 수익성’ 하락이 순해외투자 증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자본 수익성은 생산성과 비례된다. KDI는 한국 경제의 부진한 구조조정과 비효율적 자본 배분 → 생산성 하락 → 수익성 하락 → 개인 투자자와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로 이어졌다고 봤다.
특히 올해는 투자 환경 변화에 단기 변수인 엔화 약세까지 겹쳐 1400원대 탈출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엔화가 절하 압력을 받으면 원화도 동조화 흐름을 보인다. 엔화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의 확장 재정 정책과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보류 등으로 약세다. 최근에는 17조엔대 경기 부양책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현실화하면 추가적인 엔화 약세가 불가피하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과 엔화 간 동조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다카이치 내각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엔화를 통해 원화 가치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기 부양책 여파로 엔화 추가 약세 시 원화 추가 약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턴 완만한 하락” 반박도
원달러 환율 1400원대의 뉴노멀 여부를 묻는 질문엔 9명 중 6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고환율은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한다”며 “국내 금융 시장과 산업계로 투자 순유입 규모에 비해 외부 유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지출을 포함한 통화량의 증가 속도가 여타 국가 대비 가속화됐다는 점도 상대적 통화 가치 약세 구간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 기말잔액 기준 한국 내 광의통화(M2)는 4430조원이다. 지난 1월(4178조원)과 비교하면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내 M2 규모는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달러를 푸는 속도보다 원화가 풀리는 속도가 빠르단 의미다. 원화 약세를 피하기 힘든 형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이제는 1400원대 환율을 사실상의 뉴노멀이라고 생각한다”며 “2026년 일시적으로 채권 투자 유입 영향으로 13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재차 1400원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가속화와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 확대는 구조적인 원화 약세 요인”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외환당국 구두 개입 등으로 진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원달러 환율 레벨 상향 추세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반반 의견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00원대 환율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2026년 1분기까지는 1400원대가 지속될 수 있지만 이후 완만한 하락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2026년에는 최소 2~3회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유동성이 확대돼 환율은 완만히 하락할 수 있다. 또 2026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5년 대비 개선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이 역시 환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도 “일시적 현상”이라고 봤다. 오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다양한 요소로 달러 수요가 몰려 오버슈팅(일시적 폭등·폭락)하는 구간으로 판단한다”며 “현재 상승세는 2026년을 기점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애널리스트도 2026년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한국 경제성장률 개선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2026년 환율은 1400원대 중반에서 1300원대 중반까지 완만한 하락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설문에 도움 주신 분들(가나다순)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증권사 애널리스트(익명)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6호 (2025.11.26~1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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